[논설실에서] 북극 전쟁 기사의 사진
개빈 윌리엄스 영국 국방장관이 지난주 해병대원 800명을 노르웨이에 파병하겠다고 밝혔다. 노르웨이에는 나토의 북극군사작전센터가 있다. 그곳에 기지를 건설해 군대를 보내는 ‘북극방어 전략’을 공개했다. 대잠초계기 P-8 포세이돈의 작전 반경을 북극권으로 확장하고 북극해의 얼음 밑에서 잠수함을 운용하는 계획도 포함돼 있다. 지난 6월에는 차세대 전투기 타이푼을 역시 북극에서 가까운 아이슬란드에 배치한다고 발표했다. 이런 움직임은 모두 러시아를 겨냥하고 있다. 러시아 핵폭격기 투폴레프(Tu)-160은 지난달 미그 전투기의 호위를 받으며 14시간 동안 북극권을 비행했다. 노르웨이에 근접했을 때 영국 타이푼 2대가 대응 출격을 해야 했다.

2015년 북극사령부를 창설한 러시아군은 북극권 군비와 훈련을 크게 늘렸다. 북극해 연안에 활주로 14개, 군항 16곳, 쇄빙선 40척을 확보했다. 북극 작전을 위한 특수부대도 4개나 만들었다. 소련 붕괴와 함께 문을 닫았던 북극해 군사기지는 속속 재건되고 있다. 지난 8월 북극항로 기착지 틱시에 미사일 부대를 배치했고, 겨울에 영하 40도까지 떨어지는 북위 80도 프란츠 요셉 랜드에는 여의도 면적의 5배나 되는 대형 기지가 들어섰다.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은 “북서부 무르만스크주에서 극동의 추코트카주까지 4700㎞ 북극해안 전체에 부대를 배치하겠다”고 선언했다.

북극권에는 미국 캐나다 러시아 덴마크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핀란드 스웨덴의 8개국이 영토를 갖고 있다. 한 걸음 떨어진 영국도 잔뜩 긴장할 정도이니 러시아를 바라보는 나머지 7개국의 분위기는 말할 것도 없다. 미국 해군은 테러와 전쟁을 하느라 중단했던 북극훈련 아이스엑스(ICEX)를 재개했다. 지난 3월 핵잠수함 코네티컷호와 하트포드호가 북극점 인근에서 1m 두께의 부빙(浮氷)을 뚫고 나란히 부상하며 세력을 과시했다(사진). 덴마크도 북극사령부를 창설했고, 노르웨이는 북극권 영해를 순찰할 첨단 정찰선을 도입했다. 나토는 다음 달 병력 4만명이 참가하는 군사훈련을 실시한다. 냉전 종식 이후 최대 규모다.

3차 세계대전이 벌어진다면 전쟁터는 북극일 것이란 말이 나올 만큼 심상찮은 움직임은 지구온난화에서 비롯됐다. 북극은 3분의 1이 육지, 3분의 1은 공해, 나머지 3분의 1은 대륙붕이다. 기온이 상승해 얼음이 줄면서 북극해에 부빙 없는 여름이 찾아왔다. 지난여름 부산에서 출발한 덴마크 컨테이너선 벤타 머스크호는 북극해를 지나 독일로 갔다. 화물을 잔뜩 실은 대형 선박이 처음 북극항로 운항에 성공했다. 2030년이면 얼음이 더 녹아 연중 항해가 가능해질 거라고 한다. 인류가 아직 개발하지 못한 화석연료의 22%는 북극권에 매장돼 있다. 온난화로 자원개발 가능성이 커지자 북극 대륙붕은 국제 부동산이 됐다. 유엔 대륙붕한계위원회에는 인접국들이 제출한 영유권 승인 신청서가 쌓여 있다. 북극을 둘러싼 이해관계는 북극이사회가 조정한다. 2013년 옵서버로 북극이사회에 참여한 중국은 ‘빙상 실크로드’를 주창하며 북극을 일대일로(一帶一路) 구상에 포함시켰다.

러시아가 2007년 북극 해저에 국기를 꽂으며 촉발된 경쟁은 이제 미·중·러 3대 강국이 첨예하게 맞서는 상황이 됐다. 추울 때는 잡음이 없다가 조금 따뜻해지니 다툼이 벌어진다. 온난화는 얼음을 녹였고, 얼음이 걷히자 항로와 자원이란 경제적 가치가 드러났다. 기후변화란 재앙을 막는 일은 여전히 더딘데 그것을 이용하는 걸음은 무척 빠르다.

태원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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