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지 호통’ 꼴불견될라… 칼 가는 의원님들 기사의 사진
사진=최종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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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국회의 꽃으로 불리는 국정감사가 오는 10일 포문을 연다. 올해 국감은 29일까지 20일 동안 진행되며 총 18개 상임위원회가 700여개 기관을 대상으로 감사를 벌이게 된다.

이번 국감에선 부동산정책, 소득주도성장, 남북 관계 등을 중심으로 여당과 야당 간 공방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여당이 수비를, 야당이 공격을 전담하는 전통적 구도에 변화가 생길지도 관심이다.

추석 이후 급속도로 경색된 정국이 국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지켜봐야 한다.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의 비인가 행정정보 유출 논란,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임명 강행에 따른 야권의 반발, 4·27 판문점 선언 국회 비준 동의안 처리 문제를 둘러싼 여야의 대치가 국감을 파행으로 치닫게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문재인정부 2년차, 공수 교대 이뤄질까

올해 국감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여야의 ‘공수 교대’가 제대로 이뤄지느냐다. 국회 안팎에선 지난해 문재인정부 첫 국감 당시 야당은 공격을 담당하고 여당은 수비를 담당하는 공식이 적용되지 않았다고 평가한다. 정치·경제·사회 분야마다 ‘적폐 청산’이 주요 키워드로 부상하면서 이명박·박근혜정부 때 추진하던 정책들은 각 상임위 국감에서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야당인 한국당보다 더 강하게 적폐 청산에 미온적인 정부부처를 공격했고 여당 의원들의 존재감이 더 돋보였다.

그래서 올해 국감이 사실상 문재인정부의 첫 국감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2년차에 접어든 현 정부의 주요 정책들을 실질적으로 평가하고 점검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한국당은 공세를 위한 칼날을 갈고 있다. 지난해처럼 민주당에 밀리지 않고 야당으로서의 면모를 제대로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한국당의 초선 의원 보좌관은 “(한국당) 다수 보좌관들이 여름휴가도 가지 않고 일찍부터 국감 준비에 돌입했다”며 “추석 연휴도 대부분 반납하고 눈에 불을 켜고 문재인정부의 허점들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밤샘 근무나 주말 출근에 시달리는 것은 예사다.

야당 보좌진은 이번 국감에서 정부의 실정을 낱낱이 드러낼 수 있으리라 자신한다. 기획재정위 소속 한국당 의원 보좌관은 “정부의 소득주도성장과 일자리정책, 부동산대책을 비롯한 경제정책에 관한 이슈들을 공세의 전면에 내세울 것”이라며 “아마 경제 분야에서 여야 공방이 가장 치열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북정책 분야에서도 충돌이 예상된다. 민주당은 국감 과정에서 남북 관계 개선을 경계하는 한국당에 ‘한반도 평화의 발목을 잡는 세력’이라는 프레임을 씌울 방침이다. 반면 야당은 현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비핵화 없는 일방적 퍼주기 정책’에 불과하다는 점을 부각시킨다는 전략이다.

민주당 주변에서는 방어에만 급급할 게 아니라 야당보다 더 치열하게 국감을 준비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민주당 소속 재선 의원실은 “야당에 비해 국감 준비가 여유로울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 오산”이라며 “이전 정부 실정에 대한 지적 등 아직 짚고 넘어가야 할 과제가 많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3선 의원실의 한 보좌관은 “민주당이 10년 동안 야당 역할을 하면서 각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이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는 데는 도가 텄다”고 말했다. 비록 여당이라 해도 정부에 대해 지적할 점은 지적하고 보완할 점은 꼼꼼하게 보완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매번 나오는 ‘국감 무용론’ 이번에도?

매년 나오는 ‘국감 무용론’이 이번에도 제기될지 지켜봐야 한다. 20일 안에 700여개 기관을 한꺼번에 감사하는 게 ‘수박 겉핥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 때문에 국감장이 일회성 폭로의 장으로 변질되고, 의원들의 삿대질과 고성만 넘쳤다는 지적이 늘 뒤따랐다.

지난해 국감 때도 17개 상임위가 총 719개 기관을 감사했다. 어느 한 기관에 대한 깊이 있는 감사가 이뤄질 수 없는 구조 속에서 피감기관 역시 자료제출 거부나 불성실한 답변 등 “소나기만 피하자”는 태도를 보이기 일쑤였다.

이번 국감 역시 시작도 하기 전에 행정부 감시라는 취지보다는 여야 정쟁의 장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여당에선 심재철 의원 건을 들어 기재위 국감 보이콧을 주장하고 있고, 여러 상임위에서 여야의 막무가내식 증인 채택 경쟁으로 파행 사태를 겪고 있다.

가령 한국당이 드루킹 사건 증인으로 김경수 경남지사, 송인배 청와대 정무비서관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하자 민주당은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를 증인으로 세워야 한다는 역공을 펼치는 식이다. 효율적으로 사안에 필수적인 증인을 부르지 않고 ‘마구잡이식 호출’ ‘망신주기’에 초점을 맞춰 경쟁적으로 증인을 요구하는 것도 국감의 고질적 문제 중 하나로 꼽힌다. 특히 기업인 증인은 19대 국회 때 연평균 120명씩 국감장에 출석했으며, 지난해 증인 신청 실명제를 도입한 뒤에도 96명에 달했다. 올해도 주요 대기업 회장 또는 사장 수십명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이 같은 폐해 때문에 가을에 한 차례 하는 정기 국감 대신 상시 국감 체제로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지난해 말 민주당도 개헌을 통해 정기 국감을 폐지하고 상시로 국회를 운영하며 언제든 국감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제안한 바 있다. 실제로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주요 선진국에서 입법부의 행정부 감시는 명문 규정 없이 일상화된 권한이다. 우리나라는 헌법 제61조와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에 정기 국감 실시를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상임위별로 감사 시기를 조정하고, 감사원과의 협력체제를 구축할 필요도 있다. 올해 국감 성적이 나쁠 경우 상시 국감 여론이 다시 커질 전망이다.

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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