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기처럼 이어지는 국어사전의 역사를 만난다 기사의 사진
국립한글박물관의 ‘사전의 재발견’전은 우리나라 사전의 역사를 보여준다. 사진은 ‘말모이’ 원고(위)와 ‘한불자전 필사본’. 국립한글박물관 제공
한글은 언제부터 국어가 됐을까. 또 국어사전은 언제 처음 나왔을까.

이런 궁금증에 답해줄 기획전이 열리고 있다. 서울 용산구 국립한글박물관의 ‘사전의 재발견’전이다. ‘우리말 사전 특별전’이라는 부제가 붙었다. ‘국어사전의 역사’라고 할 수 있는 전시다.

1894년 고종이 한글을 공식문자로 선포하면서 국어사전의 역사는 시작된다. 이어 1910년대 ‘말모이’ 원고는 책으로 출간되지 못했지만, 한글학자인 주시경과 그 제자들이 사전을 만들기 위해 애쓴 흔적을 보여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1925년 발간된 최초의 우리말 사전인 ‘보통학교 조선어 사전’부터 1957년 한글학회가 펴내며 비로소 국어사전의 체계를 갖춘 ‘큰사전’ 등 국어사전의 역사가 연대기처럼 이어진다. 그 사이인 1930년대 표기법을 둘러싼 논란도 흥미롭다. 예컨대 ‘높아, 높고’로 해야 하는지 아니면 ‘노파, 놉고’로 해야 할지 등 표기법을 놓고 한글파와 정음파 간에 벌어진 격돌은 한글파의 승리로 끝났다.

국어사전은 세상의 변화사를 담아내기도 한다. 단어에는 그 시대 사람들의 가치관과 일상생활이 정의되어 있기 때문이다. 일제강점기 서구 문화의 수입과 함께 등장했던 ‘모던 껄’ ‘모던 뽀이’는 1940년 ‘수정 증보 조선어 사전’에 처음 실린다. 축약해 부르는 방식은 그때도 비슷했는지, ‘모뽀’는 모던 뽀이의 준말, ‘모껄’은 모던 껄의 준말이라고 정의됐다.

1950년대 카바레를 중심으로 춤바람이 거세지면서 ‘유한마담’ ‘유한부인’이라는 단어가 등장해 사전에 실렸다. 1990년대에는 ‘X세대’가 등장했다. 미국에서는 1965년 이후에 태어난 세대를 일컫는 말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1990년대 이후의 자기주장이 강한 신세대를 말한다.

사전 안에는 호칭의 인플레도 담겨 있다. 이를테면 1999년의 국어사전에 ‘장님’은 시각장애인을 얕잡아 부르는 말이라고 적혀 있다. 하지만 1940년 사전에는 ‘장님’을 소경을 높이는 말로 설명한다. ‘한불자전(韓佛字典) 필사본’(1873) 등 13개 기관 211점의 자료가 나왔다. 전시는 12월 24일까지.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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