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선물 아이 좋아] 교회 전체 보육시설로 특화… 주 7일 아이들로 북적

<2부> 교회가 돌본다 ③ 안산 밀알침례교회

[하나님의 선물 아이 좋아] 교회 전체 보육시설로 특화… 주 7일 아이들로 북적 기사의 사진
마을목회 전문가 박홍래 목사가 2일 경기도 안산 밀알침례교회 예배당에서 벽에 걸린 그림을 설명하고 있다. 그림은 레오나르도 다빈치 ‘최후의 만찬’ 구도에 옛 안산지역 갯벌을 회색 배경으로 담아냈다. 이 지역 김용호 화가가 마을목회에 대한 보답으로 선물한 것이다. 안산=송지수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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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 아침엔 0∼7세 꼬마들이 노란 버스를 타고 교회에 온다. 방과 후엔 초등학생들로 북적이고 토요일엔 중·고등학생이 직업체험 교육을 위해 찾아온다. 아이 맡길 곳이 부족해 발을 동동 구르는 엄마 아빠의 한숨이 가득한 시대, 이곳은 주 7일 아이들로 북적이며 시온성처럼 빛나고 있었다. 교회 전체가 보육시설로 특화된 경기도 안산 밀알침례교회(박홍래 목사)를 2일 찾았다.

교회 1층 입구에 들어서면 밀알어린이집이다. 43명 정원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다니는 통합교육을 한다. 아이들이 간식을 먹으며 “생큐 로드”(감사해요 주님)라고 외친다. 1층의 나머지 공간은 마을 주민을 위한 카페다. 무대가 있고 테이블이 열 개 정도 배치된 40평 규모다. 초등학생과 마을주민을 위한 캘리그래피 교육이 펼쳐진다. 박홍래(64) 목사는 “1∼3층을 주민을 위해 개방했고, 4∼5층이 예배당”이라고 소개했다.

박 목사를 따라 올라간 2층에는 세미나실과 목양실, 식당이 있었다. 식당은 매일 어린이집 영유아의 점심 식사에 이어 지역아동센터 초등학생들의 저녁 식사까지 책임지고 있다. 3층은 저녁밥 먹고 오후 8시까지 이곳에 머무는 초등학생들을 위한 방과후 교실이다.

아빠는 물론 엄마들도 밤까지 일해야 매달 월세를 내고 스마트폰 청구서를 막을 수 있는 게 서민들의 형편이다. 아이들이 부모를 기다리며 적은 소망 카드가 눈에 띈다.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들고 싶어요.” “가족이 안전하고 즐겁게 살 수 있으면 좋겠어요.” 이곳은 2014년 세월호 참사로 많은 학생이 피해를 입은 단원구에서 차로 5분 거리다.

밀알침례교회는 안산 상록구 월피동 다가구주택 지역에 있다. 달뜨는 언덕이란 뜻의 월피(月陂)다. 안산천을 따라 방죽을 세워 형성된 마을엔 아파트 입주마저 어려운 사람들이 산다. 박 목사는 1985년 이곳에 교회를 개척했고 1994년 건축에 이어 2005년 증축을 거쳤다. 증축 당시엔 교회가 지역사회의 보육을 감당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기능적으로 설계했다. 13년 전에 저출산이 한국사회의 근간을 뒤흔들 것이란 혜안을 갖고 내린 선택이었다.

교회 1층에서 이곳에 5남매를 보낸 다둥이 엄마 박선옥(40)씨를 만났다. 현재 고1인 아들, 중2 딸, 초6 딸, 초2 아들, 초1 딸까지 밀알어린이집을 졸업했고 초등생인 셋째 넷째 다섯째는 매일 오후 8시까지 교회에서 홈스쿨 교육을 받는다. 박씨는 “아이들을 원래 좋아하는 데다 첫째와 둘째가 동생들을 원해 계속 낳았다”면서 “밀알침례교회가 있어서 아이들을 돌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교회와 어린이집의 재정을 엄격하게 분리 운영하고 있는 점도 눈에 띄었다. 어린이집 시설운영자인 정상희(53) 원장은 장애인특수교육을 전공했고 2007년부터 이곳에서 동역하다 2015년부터 원장직을 맡고 있었다. 정 원장은 “재정 분리는 투명 운영을 위한 것”이라며 “대표인 목사님은 월급을 받지 않고 교회 역시 어린이집에 임대료를 받지 않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여기서 아낀 경비는 교사 확충과 급식의 질 제고를 위해 재투자한다.

정 원장은 “박 목사님의 헌신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지나가던 박 목사가 이를 듣고 외쳤다. “목사가 아닙니다. 교회가 헌신한 거예요.”

▒ ‘마을목회 전문가’ 박홍래 목사
“목회자가 지역 사회 녹아들어야 한국교회에 희망”


경기도 안산 밀알침례교회(박홍래 목사)의 모토는 ‘세상을 섬기는 하나님의 백성 공동체’다. 박홍래 목사는 ‘마을목회’ 전문가다. 그는 2000년대부터 보육을 통해 교회가 지역사회의 구심점이 되는 길을 택했고, 지금은 보육에 더해 도시재생 공동체복원 마을축제 등 마을 만들기 사업으로 사역을 전면 확장하고 있다.

박 목사는 올해 지역 주민들과 함께 운영위원회를 만들어 안산시에서 지원하는 414억원 규모의 월피동 마을재생사업 예산을 따냈다. 그는 “목회자가 지역사회에 녹아들어야 한국교회에 희망이 있다”고 강조했다. 문재인정부는 도시재생 및 마을 만들기 사업에 5년간 50조원의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다.

-교회에 아이들이 종일 드나드네요.

“크게 세 그룹입니다. 어린이집은 0∼7세 대상이고 아침 8시부터 저녁 6시까지, 지역아동센터는 초등학생 대상으로 학교 끝나고 오후 8시까지 운영합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이고요. 토요일엔 초·중·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경기도교육청의 직업체험교육 ‘꿈의 학교’를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어요. 지금은 300만원 예산의 연 20시간 교육인데, 내년엔 3000만원 지원의 연 50시간 교육을 준비 중이에요.”

-교회 규모가 궁금합니다.

“출석교인은 150명 정도예요. 예전엔 교회 부흥이 선교라고 봤던 미쇼 처치(Misso Chuch) 시대였다면 이젠 미쇼 데이(Misso Dei), 하나님의 나라 확장이 핵심이에요. 꼭 우리 교회에 나오지 않아도 하나님 공동체 확장을 위해 마을을 섬기는 거예요. 월피동 재생사업 414억원을 따낼 때 목사라기보다 위원장으로 활동했어요. 교회 나와야 한다고 말하지 않아요. 말 안 해도 제가 목사인 거 다 알아요. ‘저 사람은 목사인데, 교회 나오라는 소리 잘 안 하고 마을과 우리를 위해 뛰는구나’ 사람들이 그렇게 느끼는 게 중요해요. 교회가 없어지면 주민들이 아쉬워해야 진짜지요. 교회가 자기들만의 신앙 공동체로 게토화되면 곤란하죠.”

-저출산 극복을 위해 교회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요.

“낳는 게 문제가 아니고 기르는 거 돕는 게 문제예요. 교회 안의 공간을 활용해서 공동육아를 돕는 방법부터 모색했으면 좋겠어요. 당장 작은 교회들도 할 수 있어요. 육아 경험이 많은 권사님들께 봉사를 요청하는 대신 급여를 드리면서 일자리를 창출하는 방안도 생각해봤으면 해요. 일자리 상황판 만들 정도로 애타는 정부에 제안해볼 수도 있고요.”

안산=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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