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온의 소리] 나름을 살리는 다름의 美에 대하여

[시온의 소리] 나름을 살리는 다름의 美에 대하여 기사의 사진
추석 연휴 때 방탄소년단(BTS)의 음악과 그들을 응원하는 팬클럽 아미(ARMY)의 연대에 관한 책을 읽었다. 음악을 들으면 들을수록 묘하게 빠져드는 리듬과 가사들이 평소 아이돌 노래에 관심도 없고 들어도 잘 이해하지 못했던 내겐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무엇보다 흥미로웠던 것은 그들이 지금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요인으로 그동안 아이돌 그룹이 보여준 칼군무와 상당히 다른 자유로운 댄스, 각자의 개성이 살아있는 표현들, 그리고 자신들이 말하고 싶은 목소리가 그것을 원한 팬들과의 맞울림으로 일으키고 있는 엄청난 진동이었다.

특히 그들의 목소리를 잘 담아냈다고 생각하는 곡 ‘아이돌(IDOL)’의 노랫말을 보면 “뭘 어쩌고저쩌고 떠들어대셔 아이 두 왓 아이 두(I do what I do), 그니까 넌 너나 잘하셔…”라는 말이 나온다. 나는 나니까, 나는 나로 살아갈 테니까, 이러쿵저러쿵하지 말고 제발 너나 잘 살아가라는 이 세계 젊은이들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셈이다.

노래를 듣다가 생각했다. 기성세대는 왜 제 목소리를 내는 젊은이들에게서 곧잘 위험을 느끼는가. 정말 그들의 미래가 잘못될 것을 염려해서일까, 아니면 한 번도 자신의 목소리를 내보지 못하고 평생 권위자의 목소리에 순응적으로 살아온 습성 때문일까. 많은 부분 후자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문제는 단지 염려하고 걱정하는 차원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어쩌고저쩌고 하면서 편을 가르고 비방하다가 혐오하는 데까지 이르는 점이다.

머릿속에서 내내 ‘어쩌고저쩌고’ ‘이러쿵저러쿵’이라는 단어가 맴돌아서 그 부사의 사전적 의미를 살펴봤다. ‘이러하다는 둥 저러하다는 둥 말을 늘어놓는 모양’이 그것이었다. 그렇다면 여기에는 어떤 사람의 행동이나 됨됨이에 대해 누가 ‘이러하다’는 의견을 내놓는 순간, 반드시 그 사람의 됨됨이나 행동이 사실은 ‘저러하다’는 다른 누구의 말이 짝이 돼 같이 늘어져 있는 장면이 만들어진다. 즉 ‘어쩌고’는 ‘저쩌고’와 같은 말이고 ‘이러쿵’은 ‘저러쿵’과 쌍둥이인 셈이다.

달리 설명해보면 어떤 기관이나 단체에 대해 혹은 그들이 지향하는 어떤 방향에 대해 ‘이렇기 때문에 문제다’라고 말하는 지점에는 반드시 ‘저렇기 때문에 괜찮다’라는 말이 나란히 배치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쪽도 저쪽도 사실은 어쩌고저쩌고, 이러쿵저러쿵이라는 시빗거리에 불과한 부사어 하나에 포함될 수밖에 없는 같은 운명에 처하고 만다. 그런데도 굳이 핏대를 세우며 어쩌고당과 저쩌고당을 짓고 편을 가르는 것이 우리 기성세대의 슬픈 얼굴이 되고 말았다.

최근 로마서 12장을 읽다가 “하나님께서 각 사람에게 나누어주신 믿음의 분량대로”, 그리고 “우리에게 주신 은혜대로” 섬기라는 권면을 받으면서 “∼대로”와 같은 의존명사에 주목했다. 이는 다른 말로 ‘∼의 원칙에 따라’ 혹은 ‘∼과 바른 관계에서’라는 뜻과 같았다. 특히 로마서 12장을 시작하는 “하나님의 모든 자비하심”이라는 원칙에 따라서, 또는 “하나님의 모든 자비하심”과의 관계 위에서 그가 공동체에서 무슨 일을 하든지 그 일은 각각 존중받아야 할 특별한 은사임을 밝혀주고 있었다.

우리는 종종 교회 안에서 공동체성을 말할 때 몸의 각 지체가 따로 놀면 어떻게 되겠느냐면서 한 몸이 돼야 할 것을 강조한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는 성도들 한 사람 한 사람을 눈으로, 혹은 귀로, 혹은 발가락으로 대하는 점이다. 즉 개인 혼자로는 절대로 모자라는 존재임을 부각하면서 그 개인 한 사람의 고유성을 지우고 집단과 단체라는 전체성 안에 집어넣고 하나의 목소리만 들리게 하는 점이다.

그러나 오히려 이 본문은 하나님의 은혜와 자비하심에 근원적으로 관계된 한 사람, 온전한 한 개인의 그 ‘나름’이 오롯이 살아있어서 공동체의 다양성(다름)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드러내고 있다. 그래서 ‘나’라는 한 개별자가 실은 눈 코 귀 입을 다 지니고 있는 온전한 몸이지만 타자와 연대하며 공동체를 세우기 위해 기꺼이 눈의 자리에서 눈으로 섬기는 것을 기뻐하는 그 신비에 대해 말하고 싶다. 각자 ‘나름’을 살리는 ‘다름’의 미(美)를 우리 교회에서 보고 싶다.

김주련(성서유니온선교회 대표)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