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사는 법] 피는 물보다 진한 법 기사의 사진
직접 경험해보면 편견이라는 것이 얼마나 의미 없는 것인지를 깨닫게 되는 경우가 많다. 미국에서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한 한국인 출신에 대한 시각 역시 그렇다. ‘한국에서 사법시험에 못 붙으니까 미국 가서 쉽게 변호사를 딴 것이다.’ ‘미국 로스쿨의 비싼 학비를 감당할 만한 금수저들의 자격증이다.’ 이런 보이지 않는 편견이 적지 않았다. 지금까지 실제로 만나본 미국 변호사들은 그런 편견과 전혀 달랐다. 모두 진지했고 열정적이었다. 인종차별과 낯선 것에 대한 두려움이라는 장벽을 넘어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고자 고민하고 노력하는 사람들이었다.

지난 9월 12일부터 15일까지 미국 애틀랜타에서 개최된 세계한인법률가회(IAKL) 연차총회에 참석했다. 23개국에서 활동하는 3500명 이상의 한국계 변호사들이 회원인데, 창립 30주년을 맞아 350명 정도가 참석했다. IAKL 총회는 매년 한국과 해외에서 번갈아 개최된다. 총회에서는 학술대회를 통해 최신 법률 정보와 지식을 공유할 뿐만 아니라 한인 법률가들의 네트워크 형성과 전 세계에 있는 한인 커뮤니티에 대한 법률 지원을 논의한다. 변호사회 회장을 하면서 많은 나라의 변호사를 만났다고 생각했는데 브라질 변호사, 두바이 변호사는 처음 만날 정도로 참석자가 다양했다. 흔히 한국인이 우수하다고들 말하는데, 정말 만난 모든 변호사들이 각국에서 열심히 살면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있었다. 이러한 만남을 통해 젊은 변호사들이 세계 각국의 로펌에 취업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제 로스쿨을 도입한 지 10년이 넘는 우리 입장에서 볼 때 전 세계 한인 변호사들이 경험한 선진 로스쿨과 로펌 시스템은 소중한 자원이다. 그들과 교류를 통해 이제 로스쿨 시대의 한국 법률시장이 나아갈 길을 개척해야 할 것이다.

내년 10월에는 세계변호사협회(IBA) 총회가 서울에서 개최된다. ‘변호사 엑스포’라고 불릴 정도인데, 적게는 5000명에서 많게는 8000명의 변호사가 방문할 예정이다. 개최국 대통령과 개최 도시 시장이 모두 변호사인, 역사적으로도 드문 상황에서 전 세계 변호사들의 축제와 교류의 장인 IBA 총회에 또 다른 한인 변호사인 북한 변호사들을 초청하고 싶다.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는 내년 IBA 총회에 북한 변호사들을 초청하는 것을 목표로 다각도로 활동하고 있다.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느냐의 문제를 떠나 이미 북한이 외국과 체결한 각종 조약, 국제기구 가입에 따른 법률 효과에 대한 구체적인 법률 검토가 필요하다. 현재 유엔의 대북 경제제재 때문에 남북 경제 협력이 한순간에 진행될 수는 없다. 그러나 제재가 풀리면 법률적 장애 없이 즉시 경제 협력이 진행될 수 있도록 사전적 법률 정비 작업이 남북한 법률 전문가들 사이에서 논의된다면 그 효율성은 더 언급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국내를 포함해 전 세계에서 활동하는 한인 변호사는 약 6만명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북한 변호사들까지 참석해 내년 10월 서울에서 IBA가 성대하게 개최된다면 이제 한국이 세계 법률시장의 선두권에 서는 것도 그리 요원한 일이 아닐 것이다. 피는 물보다 진한 법이다. 한 민족인 한국 변호사, 한국계 외국 변호사, 북한 변호사가 모여서 내는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해본다.

이찬희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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