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자율에 맡겨진 의료기기 멸균감시체계 기사의 사진
재사용 의료기기로 인한 감염이 쟁점화되면서 보다 적극적인 의료 안전정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서울 마포구 월드컵공원 평화의 광장에서 열린 진로박람회에 참석한 중학교 학생들이 수술복을 입고 외과의사 직무를 체험하고 있다. 국민일보DB
환자들이 목숨을 운에 맡기며 수술대에 오르고 있다. 수술을 담당하는 의료진들도 감염으로 인한 2차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기도할 뿐이다. 이에 최소한 의료기관 내에서 이뤄지는 감염문제만이라도 방지해 국민의 안전과 생명, 건강을 지킬 수 있도록 체계적인 관리와 감시, 지원체계가 마련돼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가야할 길은 멀기만 하다는 지적이 다수다. 당장 재사용 의료기구와 일회용 의료기구를 명확히 구분해 사용하지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회용 의료기구로 허가받은 제품이 버젓이 재사용되고, 재사용할 수밖에 없는 의료기구의 소독과 멸균 등 감염예방을 위한 재처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실제 2014년 전국 300병상 이상의 65개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한 의료감염감시 결과 3572건의 엉덩이 인공관절 치환술에서 47건의 감염이 발생했다. 4127건의 무릎 인공관절 치환술에서는 55건의 감염이 확인됐다. 당시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해당 감염의 원인균으로 항생제가 잘 듣지 않는 다제내성균 ‘MRSA’(메티실린 내성 황색포도알균)이나 녹농균 등이 발견돼 처치 당시 사용된 의료기구의 멸균상태가 의심된다. 특히 이번 조사가 비교적 감염관리체계가 잘 갖춰진 300병상 이상병원을 대상으로 진행된 점을 들어 병상수가 적은 중소병원의 감염사고는 더 많을 것으로 예상했다. 병원수술간호사회 실태조사에 따르면 멸균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운 급속멸균 사용빈도가 64%에 달했다.

문제는 이를 관리·감독해야 할 정부가 인력부족 등을 이유로 수수방관만 하고 있다는 점이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6월 발표한 ‘의료관련감염 예방관리 종합대책’에서도 의료기기의 소독멸균 등 안전한 재사용을 위한 가이드라인 마련이나 소독관련 수가신설을 검토하겠다는 내용만 담겼을 뿐이다.

이와 관련 한 의료계 관계자는 “정부와 학계, 의료계가 내놓은 의료기관 내 감염예방지침에는 ‘재사용 의료기구의 올바른 멸균은 의료관련감염 예방의 1차 방어선 중 하나’라고 명시하고 있다”며 “각 의료기관이 국제적으로 공인된 권고사항에 따라 관리할 수 있도록 정부의 지원과 감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국내외 지침에서 ‘인공관절 등 기구는 생물학적 지표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방출 금지’라는 조항이 강조되고 있다. 최소한 증가하는 인공관절 수술만이라도 생물학적 지표 결과까지 확인된 기구를 사용하는지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복지부는 지난 6월 종합대책과 함께 ‘의료기관 사용기구 및 물품 소독지침’을 개정했다. 일회용 의료기기와 재사용 의료기기를 현재 명확히 구분하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재사용될 때 새것과 같은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다. 그렇지만 이를 의료기관에서 실제 이행할지에 대해서는 미지수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반응이다. 한 전문가는 “별도의 강제규정이나 지원 혹은 보상에 대한 뒷받침은 언급되지 않았다”면서 의료기관에서 이를 실질적으로 이행할 수 있는 여건과 감시체계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오준엽 쿠키뉴스 기자 oz@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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