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의 ‘대리수술’이 연일 논란이다. 최근 영업사원과 간호조무사가 수술을 집도한 불법의료행위가 적발돼 충격을 안겼다. 수술실에서는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책 ‘관계자 외 출입금지’를 통해 수술실 간호사의 생활을 알린 전직 5년차 수술실 간호사 엄지 작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수술실에는 보통 몇 명의 인력이 동원되나= 수술실에는 집도의가 있고, 보통 2∼3명의 간호사가 들어간다. 스크럽(소독) 간호사, 순환간호사, 그리고 수술보조(PA)간호사다. 스크럽간호사는 의사에게 ‘메스’를 소독해서 건네주는 역할로 모든 수술기구를 관리한다. 순환간호사는 수술장 안팎을 오가면서 각종 장비를 준비하고, 필요한 물품을 보충한다. 여기에 수술보조(PA)간호사나 전공의, 마취과 의사와 간호사, 의료기기업체 직원 등 다양한 인력이 협업한다.

◇최근 영업사원의 대리수술이 논란이 됐다. 실제로 의료기기업체 직원이 수술실에 들어오는 경우가 많은가= 최신 수술 장비가 계속해서 나오다보니 업체 직원이 작동법을 완전히 숙지 못한 경우 코칭을 위해 수술실에 들어온다. 문제는 의료인이 아닌데 수술에 관여하는 것이다. 수술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업체 직원이 손대기도 한다. 장비를 납품하는 여러 병원에서 다양한 수술케이스를 접하면서 어느 정도 수술이 가능한 업체직원이 많다. 하루에 수술을 최대한 많이 해서 이익을 남겨야 하는 일부 전문병원에서는 수술시간을 줄이기 위해 한꺼번에 수술방을 여럿 열어놓고 의사는 중요한 부분만 관여하고 나머지는 업체직원이나 간호사 등이 마무리하는 일이 흔하다.

◇이미 대부분의 병원에 수술실 CCTV가 있다고 하는데 무슨 이야기인가= 아마 대부분의 사립병원에는 수술실 CCTV가 이미 존재할 것이다. 수술실에서는 고가의 기구가 사용되는데 수술과정에서 분실위험이 적지 않다. 수술보에 딸려나가거나 쓰레기통에 들어가 찾지 못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기구분실을 추적하기 위해 CCTV를 돌려보는 경우가 다반사다.

◇일각에서는 수술실 CCTV로 환자의 민감 장면 유출이나 의료인의 노동권 침해 우려가 지적된다= 수술실 CCTV는 보통 구석에 달려있다. 수술대에서 멀리 찍기 때문에 수술 장면이 자세히 찍히지 않는다. 또 환자 모습은 수술하는 팀원들 등에 가려지고, 수술부위 외에는 수술보로 덮여있다. 이번에 경기도의료원(안성병원)이 시행하는 것처럼 수술 전 환자에게 촬영 동의서를 받고, 환자가 요청할 때에만 촬영한다면 문제될 것이 없다고 본다.

◇유독 수술실에서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의료시스템이나 환경이 문제다. 어떻게든 수술을 많이 해야만 병원이 수익을 내는 구조다. 의료사고가 일어날 수밖에 없고 불법이 일어나도 폐쇄된 공간이라 알려지지 않는다. 알려지지 않으니 문제가 있어도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없다. 또 수술실에서 집도의는 절대 권력자고, 폭언, 폭력을 사용하더라도 용인이 된다. 수술은 매번 극한 상황인데 기분이 나쁘다거나 상식적이지 않다고 해서 중간에 나올 수 없지 않나.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그간 수술실 CCTV문제와 관련해서 ‘환자 대 의사’의 구도로만 논의돼왔다. 그러나 수술실은 의사 외에도 간호사, 간호조무사, 의료기사 등 다양한 직군이 함께 일하는 공간이다. 왜 이들의 입장은 묻지 않는지 궁금하다. 영원한 의사는 없고, 누구나 환자가 될 수 있다. 내가 환자의 입장이라고 생각한다면 답은 쉽게 나온다.

전미옥 쿠키뉴스 기자 romeo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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