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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청 원장의 무비톡] 새삼 되새겨보는 삶의 딜레마 “고난을 어떻게 받아들이나”

버킷 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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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살면서 종종 충격적인 현실에 고통을 받곤 한다. 고난을 극복하라는 조언은 많지만, 이를 인정하고 수용하라는 조언을 접하기란 흔치않다. 고난의 극복이 불가능할 때 우린 그저 좌절해야 할까, 아니면 이를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할까? 2008년 작 영화 ‘버킷 리스트’는 이러한 삶의 딜레마를 한번쯤 진지하게 고찰케 하는 작품이다.

영화에선 배우 잭 니콜슨과 모건 프리먼이 시한부 말기암 환자로 분해 열연을 펼쳤다. 모건 프리먼은 역사학자가 되려했지만 여자친구가 임신해 꿈을 접은 인물이고, 잭 니콜슨은 딸과의 관계가 틀어져 수년째 만나지 못하고 있는 괴짜 백만장자를 연기했다.

작중 모건 프리만이 ‘버킷 리스트’를 쓰고 있음을 알게 된 잭 니콜슨은 함께 기상천외한 여행을 떠난다. 그 과정에서 이들은 함께 힘든 항암치료를 받기도 한다. 아직 죽음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지적하는 이들의 말싸움에서는 ‘5단계’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이 ‘5단계’란 임종을 앞둔 환자가 경험하는 심리적인 변화를 일컫는 용어로 ‘부정’, ‘분노’, ‘타협’, ‘우울’, ‘수용’의 단계로 구성된다.

이 개념은 인간의 보편적인 심리 반응을 나타내는 개념이기도 하다. 견디기 힘든 일을 맞닥뜨렸을 때, 이것을 극복하기 위한 과정을 의미하는 용어로써 말이다. 우린 충격을 받아들이지 못해 ‘부정’을 하게 되고, 다른 사람이나 주변 환경을 탓하며 화를 내기도 한다. 그러다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을 갖기도 한다. 그리고 이런 시도가 실패로 돌아가면 ‘우울’에 빠지게 되고, 이 단계마저 지나면 마침내 ‘수용’을 하게 되는 일련의 과정을 말한다.

수용에 도달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는 ‘포기’가 아닐까 싶다. 우울의 밑바닥에 도달했을 때, 집착을 놓아버려야 비로소 마음은 평화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사회는 이러한 포기를 종종 ‘실패’로 간주한다. 삶의 진리이자 아이러니다.

영화에서조차 5단계의 변화를 찾아보기는 힘들다. 주인공들은 1단계에 머물러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판타지 속으로 도피하며 죽음을 부정하는 보통 사람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영화는 두 주인공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끝을 맺는다. 영화 속 죽음은 고뇌하던 이들이 오랜 숙제에서 벗어나도록 돕는 수단으로 묘사된다.

현실 속의 우리들은 영화 속 주인공처럼 ‘고급스런’ 도피를 하기 어렵다. 따라서 이들의 여정은 우리에게 판타지일 수밖에 없다. 죽음 앞에서 모든 갈등을 해결하고 ‘평온한’ 죽음을 맞는 영화는 말 그대로 영화일 뿐, 냉혹한 현실에선 생각하기 어려운 것이다.

현재에 이르러선 암 환자들에게는 죽음을 잘 맞이하도록 도와주는 것보다는 암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을 이겨내고 어떻게 하면 치료를 더 잘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느냐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결론은 고난을 어떻게 수용하느냐, 이를 위한 포기를 우리가 할 수 있느냐. 이것이 우리 삶을 쉽게도, 어렵게도 만든다는 말이다.

<서울청정신건강의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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