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블시론-송용원] 극상품 복음의 맛 기사의 사진
주님은 자신을 포도나무라 하셨다. 언제 그것을 아셨을까? 그리고 얼마나 오래된 것일까? 그 싹을 예고한 이사야부터 시작해도 600년 이상이다. 세상에서 주님만큼 오래된 포도나무가 또 있을까? 이탈리아 안티노리 와인농장이다. 우리로 치면 고려 말 1385년에 시작됐으니 633년이 되었다. 고작 2대, 3대도 못 가 휘청거리는 기업들이 많은 세상에서 27대 자손이 알뜰히 경영하고 있다. 그들은 “포도나무는 심고 나서 3년째에야 열매가 열리지만, 좋은 와인이 되려면 수령이 최소 10년, 세계적 명품 와인이 되려면 30년이 넘는다”고 담담히 말했다.

예수께서 포도나무가 되는 길에도 지름길은 없었다. 태어나서 곧장 국제 난민으로 이리저리 치이다가 조국에 숨어 들어와 조용히 아버지의 일을 배우며 자랐다. 불과 12살에 우리로 치면 성균관 박사들에 견줄 예루살렘 성전의 고위 성직자들을 탄복시키는 영적 천재로 판명된다. 하지만 하늘은 그를 12살에 등단시키지 않는다. 선행학습도 월반도 없었다. 포도나무처럼 묵묵히 자식을 키우는 하늘 아버지의 교육 방침이다. 최소 30년은 넘어야 “그대는 지금까지 좋은 것을 두었도다”라며 연회장이 감탄할 깊고 신비로운 맛이 나올 것이기에, 안티노리 포도주처럼 600년 너머로 30년을 더 기다리신다. 그런 후에야 “너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라. 내가 너를 기뻐하노라”고 인증하셨다. 바울이 바울로 만들어진 것도 다메섹 도상에 번쩍하던 빛이 아니라, 그 후 3년간 받은 아라비아 광야의 영성 훈련이었다. 루터로 하여금 루터가 되게 한 것도 그저 스승 스타우비츠의 한마디가 아니라, 그 후 3년간 수도원에서 혼자 보낸 사색과 기도와 연구한 시간이었다. 프린스턴 신학교의 우등생 한경직을 20세기 한국교회의 영적인 지도자가 되게 한 것도, 졸업 후 3년 동안 결핵 요양원에서 기독교 성인들의 삶을 묵상하며 기도하던 연약한 나날이었다.

그리스도인은 누구인가? 포도나무 되신 주님의 가지다. 포도나무의 이치로 사는 존재다. 그러니 일단 아무것도 없이 그냥 3년이다. 최소한 기본이 되려면 10년이다. 제대로 된 맛을 내려면 30년이다. 그것이 대를 이어 600년이다. 선대의 맛이 포개지고 겹쳐지며 새 포도주는 탄생한다. 그래야 600년이 넘는 간장도 나오고 와인도 나온다. 포도나무 가지로서 한국교회는 아직 150년도 못되었다. 왕성한 것 같지만 30년도 안된 교회들이 즐비하다. 극상품 복음의 맛을 이 땅 깊이 스며들게 하려면 차분하고도 꾸준하게 일생을 드려야 한다.

극상품 복음의 맛에 숙성만큼 중요한 게 발굴이다. 금과 은은 어디에 가면 찾을 수 있을까? 화려한 왕궁에 가면 얻을 수 있을까? 요란한 마켓에 가면 볼 수 있을까? 이미 드러난 금과 은은 임자가 있다. 그 얼마 안 되는 금과 은을 두고 서로 다투고 사력을 다해 경쟁한다. 하지만 미래의 숨은 보석은 거대하고 깊은 광맥과 광석 속에 감추어져 있다. 아직 주인을 만나지 못한 보화는 밭에 감추어져 있다. 금과 은을 알아보는 눈은 누구나 갖고 있지만, 금과 은이 감춰진 밭을 알아보는 눈은 하나님이 따로 주시는 법. 흙에서 30년간 철을 캐내는 자는 은총을 받은 사람이다. 돌에서 30년간 구리를 녹여 얻는 자도 복 있는 사람이다.

클라크 선교사는 북해도 외딴 촌락에서 세계적인 기독교 사상가 우치무라 간조를 찾아냈다. 나가노 마키 목사는 사생아로 자라난 처지를 비관하고 각혈하며 생을 마칠 뻔했던 새파란 청년 가가와 도요히코를 일본 빈민선교의 아버지로 길러냈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금과 은, 쓸모 있는 철과 구리를 캐내어 30년 동안 정련하는 세대는 어두운 밤을 밝히는 찬란한 거성들을 하나님께 상급으로 받았다. 금과 은을 두고 더 이상 다투지 말고, 괭이와 삽을 들고 흙과 돌로 뒤덮인 들판으로 나가보라. 하늘 보화가 그 속에서 오랫동안 그댈 기다리고 있으니! “금과 은 나 없어도 내게 있는 것 네게 주니 곧 나사렛 예수 이름으로 일어나 걸으라.”(사도행전 3장 6절)

송용원 은혜와선물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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