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만 한 거름이 어디 있으랴’ 허수경 시인, 獨서 암 투병 별세 기사의 사진
시집 ‘슬픔만 한 거름이 어디 있으랴’(1988) 등으로 한국 시의 한 지형을 만들었던 시인 허수경(사진)이 암 투병 끝에 3일 별세했다.

1964년 경남 진주에서 태어난 고인은 방송사 스크립터로 일하다 1987년 ‘실천문학’을 통해 등단했다. 고인은 두 번째 시집 ‘혼자 가는 먼 집’(1992)이란 제목을 정할 때 그것이 자신의 미래라는 것을 예감했다고 한다.

고인은 1992년 독일로 건너가 뮌스터대에서 고고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현지인과 결혼했다. 타국에서 모국어로 시와 산문 등을 꾸준히 쓰고 발표하면서 한국 문학의 지평을 넓혔다.

독일에서 쓴 고인의 세 번째 시집 ‘내 영혼은 오래되었으나’(2001)는 고고학적 사유를 바탕으로 모국어에 대한 그리움을 노래한 역작으로 평가된다. 고인은 동서문학상, 전숙희문학상, 이육사시문학상을 수상했다.

투병 중인 지난 8월 산문집 ‘길모퉁이 중국식당’의 개정판 ‘그대는 할 말을 어디에 두고 왔는가’(난다)를 출간했다. 이 산문집에서 “물질이든 생명이든 유한한 주기를 살다가 사라져갈 때 그들의 영혼은 어디인가에 남아 있다”고 썼다.

고인은 ‘먼 집’으로 갔지만 그 영혼은 시 속에 영원할 수 있다는 말일 것이다. 장례는 독일 현지에서 수목장으로 치러진다.

강주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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