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2)] 北 결핵퇴치 사업 이끈 인요한 박사

“원수 사랑하는 마음 가득해야 복음통일 가능”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2)] 北 결핵퇴치 사업 이끈 인요한 박사 기사의 사진
인요한 박사가 지난 2일 서울 서대문구 자택에서 1998년 청와대에서 김대중 대통령을 만났을 때 찍은 사진을 보이며 포용을 전제로 한 대북정책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결핵 퇴치를 위해 1997년부터 29차례 북한을 방문했던 인요한(59·세브란스병원 외국인진료소장) 박사의 삶은 다양한 문화가 한데 녹아있는 용광로와 같다. 선교사인 아버지 덕에 전북 전주에서 태어나 전남 순천에서 성장했다. 순천 사투리에 능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버지는 스코틀랜드 켈트족의 피가 섞여 있고 어머니는 인디언 혼혈이다. 이런 이력이 그에게 선물한 건 포용력이었다.

지난 2일 서울 서대문구 자택에서 만난 인 박사는 최근 한반도에 부는 훈풍에 대해 “조심스러운 여정이 시작됐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남한이 북한을 품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인 박사는 “지금의 분위기가 계속되면 언젠가는 남과 북이 일상적으로 만나는 날이 오게 되는데 그날을 준비하라”면서 “신혼부부도 신혼여행을 다녀온 뒤부터 실제 삶이 시작되듯 남북한도 하나 된 뒤가 더 큰 문제”라고 내다봤다. 이와 함께 “한국에 있는 조선족을 비롯한 외국인 근로자 가정을 돌보는 연습에도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다른 문화권에서 온 이들과 어울려 사는 것을 연습하면 어떤 유익이 있을까. 인 박사는 “보복을 하겠다는 마음이나 적대감이 사라진다”고 못 박았다. “남북이 전쟁기간 중 서로 큰 아픔을 주고받았고 65년이 지나도 앙금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복’을 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대목에서 “순교자 손양원 목사의 삶을 통해 교훈을 얻자”고 제안했다.

“손 목사님의 삶을 좇아 실천하면 희망이 있다고 봅니다. 그는 신사참배를 거부한 일로 옥고를 치른 뒤 자기 아들을 죽인 공산당원까지 포용해 양자를 삼았습니다. 신사참배 거부로 신앙의 원칙을 지켰고 원수를 사랑으로 안았습니다. 역사상 이런 인물은 없었죠.”

손 목사가 남긴 감사의 기도를 좌우명으로 삼고 있다는 인 박사는 “원수를 사랑한 손 목사의 정신이 이 땅의 기독교인들을 통해 실현돼야 복음 통일이 가능해진다”고도 했다.

북한 선교는 신중에 신중을 더하라고 당부했다. 그는 언더우드와 알렌 선교사의 전도법을 소개하면서 한국교회가 ‘알렌식 전도’를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고 했다.

“언더우드 선교사는 노방전도와 부흥회를 자주 열었습니다. 직접 복음을 전한 것이죠. 그런데 알렌은 달랐습니다. 늘 ‘원할 때 복음을 제시하라’고 했죠. 의료봉사와 구호활동을 먼저 한 뒤 나중에 복음을 전했습니다. 무엇이 옳다고는 말하기 어렵지만 북한 선교는 알렌식이 효과적이라고 봅니다.”

‘선 관계 설정, 후 복음 제시’라는 선교를 제안한 건 그만한 이유가 있어서다. 북한엔 여전히 기독교인들이 신사참배에 앞장섰고 미국의 앞잡이 역할을 했다는 인식이 있어서다.

“이는 73년 분단의 장벽이 낳은 아픔입니다. 다만 이런 현실을 잘 알고 지혜롭게 복음을 전하면 북한 선교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기독교인들이 통일을 준비할 때가 왔습니다.”

글·사진=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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