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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들이 힘든 건 양심 지키려 발버둥치기 때문”

‘건강권 실현을 위해 행동하는 간호사회’ 최원영 서울대병원 간호사

“간호사들이 힘든 건 양심 지키려 발버둥치기 때문” 기사의 사진
전국단위 간호사 모임 ‘건강권 실현을 위한 행동하는 간호사회’ 소속 최원영 간호사가 4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윤성호 기자
병원 내 괴롭힘을 뜻하는 ‘태움’을 비롯해 선정적인 장기자랑 동원, 첫 월급 30만원 지급 등 간호업계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여기에 더해 지난달 말 수업시간에 제비뽑기를 해 학우를 상대로 관장실습을 했다는 한 간호대생의 SNS 고발이 온라인을 발칵 뒤집었다. ‘건강권 실현을 위해 행동하는 간호사회’ 소속 최원영(32) 간호사는 “이제껏 들은 제보 중 가장 충격이었다”고 했다.

“간호사들이 힘든 건 양심을 지키려고 발버둥치기 때문이에요. 환자의 땀보다 변을 닦아주는 일이 더 많은 간호사에게 관장실습을 하지 않았다고 사명감이 없다 말할 수 있을까요?”

4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최씨는 일부 대학에서 실시된 제비뽑기 관장실습을 ‘범죄’로 표현했다. 처음 사건이 알려진 뒤 ‘행동하는 간호사회’에는 생리 중이거나 항문질환이 있는 학생까지 실습을 시켰다는 제보가 이어졌다. 최씨는 “강제로 생식기를 드러내고 관장을 당하는 트라우마와 환자의 고통을 이해하는 공감의 영역은 완전히 다르다”며 “피해 사례를 모아 국가인권위원회와 교육청에 고발하는 방안을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 단위 간호사 모임인 ‘행동하는 간호사회’는 지난 2월 박선욱 간호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을 계기로 탄생했다. 80년대 노동운동을 했던 간호사들이 주축이 됐다. 현재까지 회원은 50여명에 불과하지만 간호업계의 인권센터 역할을 하며 의료 시스템 개선에 적극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국은 아직 간호사 직종 노동조합이 없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산하에 보건의료 종사자를 위한 포괄적인 노조가 있을 뿐이다. 병원 노조 역시 방패가 돼주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업계에서 문제가 꾸준히 발생해도 현직 간호사들이 어려움을 해결할 ‘신문고’가 미비한 상황이다. 무엇보다 부당한 인사나 불공평한 근무 스케줄 등으로 보복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크다고 최씨는 전했다.

병원간호사회에 따르면 2016년 기준 1년 미만 경력 간호사의 이직률은 38.1%(6437명)다. 서울대병원도 매년 300∼400명의 간호사가 그만두고 새롭게 충원된다. 이런 비정상적인 구조는 환자가 누리는 의료 서비스에 바로 반영된다.

중환자실에서 환자 2∼3명을 담당하는 최씨는 “의료는 타이밍이다. 이쪽 환자의 혈압이 떨어졌는데 저쪽 환자의 심장이 멎었다고 해서 ‘기다리세요’라고 말할 수는 없지 않으냐”며 “화장실 갈 시간도 없이 일하다보니 정석대로 진료하지 못하는 죄책감, 이러다 사고가 날 수도 있다는 공포에 늘 시달린다”고 털어놨다.

의료선진국인 캐나다는 간호사가 중환자를 일대일로 돌보고 혈압투석기와 인공호흡기 전담 간호사를 따로 두고 있다. 신입 간호사는 임상에 투입하기 전 1년간 충분한 부서교육을 받는다. 최씨는 선배 간호사를 따라다니며 ‘눈치껏’ 일을 배우는 한국 간호사의 현실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행동하는 간호사회’의 목표는 환자의 건강권 실현이에요. 간호사의 근무환경 개선은 물론 의료 시스템 전체를 바꾸는 데 조금이나마 기여하길 바랍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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