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에서-김남중] 세대에 대한 감각 기사의 사진
신문을 보면서 왜 젊은이들의 글은 볼 수 없는지 궁금할 때가 많다. 매일 신문들에 실리는 그 많은 칼럼 중에 20, 30대가 쓴 글은 몇 개나 되는 걸까. 서울시나 구청의 몇몇 위원회에 참석해 보면서도 비슷한 의문을 가졌다. 청년위원들은 왜 없을까. 위원들은 젊다고 해봐야 40대 후반이다. 국회의원이나 지방자치단체장, 지방의원 중에서 청년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는 다시 말할 것도 없다.

이상한 것은 언론이나 공공기관, 정치권에서 근래 가장 많이 거론되는 주제가 청년이라는 점이다. 어디서나 청년들의 취업난과 주거난이 이슈로 다뤄지고 비혼과 저출산 현상, 1인가구 증가, 사회의 지속가능성 위기 같은 문제가 토론된다. 그런데 마이크를 쥔 사람들을 보면 청년은 거의 없다. 대부분이 나이 지긋한 어른이다. 청년은 아직도 사회적으로 미성년자 취급이다. 노동 문제를 다룰 때는 노동자가, 교육 문제는 교육자가, 여성 문제는 여성이 참여하고 주도하는 게 당연하게 여겨지면서 청년 문제에서는 청년이란 당사자가 배제돼 있다. 민의를 대변하는 기구인 국회나 언론, 위원회 어디에서도 청년에 대한 배당은 없다.

청년 문제로 와글거리는 시대에 청년들에게 발언권과 주도권을 주지 않은 것을 또 하나의 청년 문제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최근 나오는 ‘세대 균형’이나 ‘세대 감수성’이란 말은 바로 이런 문제를 제기한다. 성별 균형, 성적 감수성 같은 말이 여성 차별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면, 세대 균형이나 세대 감수성은 젊은 세대에 대한 우리 사회의 무감각을 건드린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9월 “시정 전 영역에 세대 균형적 시각을 반영하겠다”며 ‘청년청’을 신설하고, 시가 운영하는 모든 위원회에서 청년위원 비율을 15%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청년들의 시정 참여는 그동안 의견 수렴이나 논의 과정에 국한돼 있었다. 청년청 신설은 서울시의 청년정책 담당 부서를 청년들에게 통째로 넘긴다는 의미다. 청년들이 청년청에 들어와 정책 수립부터 예산 편성까지 하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200개에 육박한다는 서울시 위원회 중 청년위원이 1명도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서울의 40세 미만 인구 비율은 30%가 넘지만 서울시 위원회의 청년위원 비율은 4.4% 수준이다. 서울시는 이를 15%까지 끌어올린다는 것이다.

청년청 설치와 청년위원 15% 확대는 세대 균형이란 이름으로 만들어진 첫 번째 정책이다. 청년들이 주장해온 세대 균형이란 가치가 서울시 정책을 통해 사회적으로 승인을 받았다는 의미도 있다. 청년정책의 혁신이나 전환이라는 측면도 주목할 만하다. 그동안 주로 시혜적 관점에서 추진돼온 청년정책을 세대 간 균형이라는 공정성의 관점으로 전환하고, ‘청년을 위한’ 정책에서 ‘청년에 의한’ 정책으로 청년정책의 주체를 교체한다는 의미가 있다. 청년들이 발언권과 권한을 요구하면 기성세대는 청년들에게 자격을 묻곤 했다. 너희들이 그만한 일을 할 수 있는 자격, 즉 경험과 역량을 갖추고 있느냐는 것이다. 여성들이 성별 균형을 주장하며 ‘여성 비율 30%’를 요구할 때도 남성들은 그런 식으로 말했다. 여성들을 쓰고 싶지만 자격과 능력을 갖춘 여성들을 찾을 수 없다고.

그러나 이건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같은 문제일 수 있다. 기회를 주면 역량을 쌓고 자격을 갖추게 된다. 기회조차 안 주면서 자격만 따진다면 기득권의 논리가 되고 만다. 현재 서울시 위원회에서 ‘여성 위원 30%’는 하나의 기준으로 정착됐다.

성별 균형이나 성적 감수성이란 말은 요즘 광범위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페미니즘과 미투운동의 흐름도 거세다. 이제 세대에 대한 감각도 점차 깨어나고 있는 것 같다. 세대 균형이나 세대 감수성에 대한 요구를 계속 무시한다면 젊은 세대의 불만이 어떤 식으로 터질지 모른다. 헬조선, 꼰대, 출산파업 등은 한 조짐이다.

김남중 사회2부 차장 n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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