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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이경주] 실손보험 청구 절차 간소화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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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으로 성큼 들어선 인공지능 기술들을 접할 때면 영화나 상상에서만 가능할 것 같았던 일들이 빠르게 현실화되는 모습에 놀랄 때가 많다. 이미 인간의 삶을 보다 편리하게 하는 수준을 넘어섰다. 기술력 향상은 소비자들의 서비스 이용에 더 많은 편의를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금융, 의료를 비롯해 교통, 유통 등 여러 분야에서 사람 대신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자동화, 간소화가 자리 잡는 추세다. 이미 기업들에 ‘소비자 편의 향상을 통한 만족도 제고’가 상품 및 서비스 판매 못지않게 중요해진 상황이다. 세계적으로 경쟁력과 폭넓은 사회적 저변을 인정받는 우리의 정보통신기술은 통신 분야에서 세계 최초로 5G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자율주행차, 드론, 블록체인 기술 등 관련 시장으로도 영역을 넓히고 있다. 그리고 이 기술들은 우리 일상을 더욱 편리하게 변화시키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일상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산업 영역이 있다. 우리나라 국민 상당수가 가입한 실손의료보험의 청구 절차를 살펴보면 4차 산업혁명, 인공지능 기술 등을 앞 다퉈 이야기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지 의문이 생길 정도다.

실손의료보험금을 청구하는 절차는 여전히 어렵고 불편하다. 환자가 보험금을 신청하기 위해서는 직접 병원을 방문해 진료기록 서류를 발급받은 뒤 보험사 민원창구로 직접 가서 제출하거나 팩스, 우편 등으로 발송해야 한다. 요즘에는 휴대전화로 비용을 결제할 수 있어 현금은 물론 지갑 자체를 갖고 다닐 필요가 없고, 자신이 거주하지 않는 지역에서도 행정서류를 발급받거나 사전투표를 할 수 있다. 그에 비하면 실손의료보험금 청구는 여전히 직접 발품을 팔고 시간과 비용을 들여야 가능한, 참으로 ‘만만치 않은 일’이다.

복잡한 절차 때문이 아니더라도 받을 수 있는 보험금이 많지 않다고 판단되는 가입자들은 보험금 청구 자체를 미루거나 아예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병원을 직접 방문해 진료기록을 발급받아야 하다 보니 거주지가 아닌 곳에서 진료받았거나 진료 횟수, 시기 등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는 이들은 보험금 청구를 미루다가, 또는 본의 아니게 보험금을 받지 못하기도 한다. 병원에서 통원치료를 받았지만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은 사람들이 전체 실손보험 가입자의 70%가량 된다고 한다. 약 3500만명에 달하는 가입자 수를 감안하면 결코 무시하지 못할 수치다.

2015년 보험연구원 조사 결과에 따르면 보험금 청구 및 지급 절차와 관련된 소비자 불만 경험(71.5%)이 보험상품 이해와 관련된 불만 경험(60.4%)이나 보험금 산정 및 지급액 관련 불만 경험(55.7%) 등보다 높게 나타났다. 실손의료보험의 경우 보험 가입자만 불편한 것이 아니다. 의료기관은 보험금 청구 서류를 요청하는 환자들에 따른 업무 부담을, 보험사는 수많은 보험금 청구 서류의 분석 및 보관에 필요한 인력과 비용에 따른 어려움을 이야기한다. 환자, 의료기관, 보험사 모두가 현재의 보험금 청구 절차에 대해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으니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자명해 보인다.

지난해 11월, 정부는 ‘혁신성장을 위한 사람 중심의 4차 산업혁명 대응 계획’을 통해 국민들이 체감하는 성과와 변화를 창출하겠다고 발표했다. 새로운 기술들을 이용해 산업의 생산성을 높이고 삶의 질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 ‘미래사회 변화에 대응’한다는 정부의 접근방식은 여전히 과거의 불편한 방식을 고수하고 있는 보험금 청구 절차를 개선하기 위해 적극 참고할 만하다.

이미 우리 주변에 자리 잡은 인공지능, 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해 기존의 실손의료보험금 청구 절차를 개선하는 것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제도 개선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 이를 해결하기 위한 관련 기술 등이 이미 충분한 상황에서 의료계와 보험업계는 머리를 맞대고 실손의료보험 청구 전산화 방안을 서둘러 구체화해 나가길 바란다.

이경주 홍익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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