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정인찬 <9> 美서 세운 이민교회 건물 “그냥 주어라” 음성

성도 반대에도 멕시코 교인들에 인도, 더 큰 복 주셔 한인교회 최대 성전 봉헌

[역경의 열매] 정인찬 <9> 美서 세운 이민교회 건물 “그냥 주어라” 음성 기사의 사진
정인찬 총장(성가대 아래 강단)이 1995년 6월 미국 휴스턴한인교회에서 새성전 헌당예배를 인도하고 있다.
1980년대 중반 미국 휴스턴에서 이민목회를 시작했다. 교인이 계속 늘어 예배드릴 장소가 협소했다. 교회 건물을 팔아 새 부지를 구입해 교회를 신축하기로 결정했다.

교회 건물을 복덕방에 내놨더니 며칠 뒤 건물을 사겠다는 사람이 나타났다. 부르는 값보다 더 쳐 주겠다고 했다. 계약 전에 어디에 쓰려는지 물었다. 도심 건물이라 카바레로 사용하기에 안성맞춤이라고 했다. 강대상이 있는 곳은 춤을 추고 술 마시는 곳으로, 성경공부 장소는 남녀교제 장소로, 교회 입구 주보함과 안내 장소는 돈 받는 카운터로 쓴다고 했다.

아뿔싸. 하나님의 성전을 그렇고 그런 술집 놀이터로 팔아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당회를 열어 그 사람에게 팔지 않기로 했다.

일부 건축위원은 어디에 쓰든 돈만 많이 받으면 되지 않느냐고 했다. 그러나 나를 비롯한 다른 건축위원의 생각은 달랐다. 돈을 많이 준다고 해서 술집에 성전을 팔 수는 없었다. 그래서 복덕방에 다른 사람을 찾아달라고 부탁했다.

3일 뒤. 이번엔 멕시코 교인들이 와서 교회 건물을 사겠다고 했다. 무엇보다 예수 믿는 교인들이 사겠다고 하니 기뻤다. 계약하려고 계약금과 중도금, 잔금을 언제 치를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그런데 그들은 특이한 답변을 내놓았다. 돈이 없어 은행대출을 받으려 한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은행 대출을 받으려면 담보가 있고 신분이 미국 시민권자나 영주권자라야 하는데….’

그래서 내가 시민권과 영주권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없다”고 했다. 게다가 모두 불법체류자들이었다. 은행에 대출을 받으러 갔다가는 어김없이 강제추방을 당할 신분이었던 것이다.

어이가 없었다. “어떻게 돈도 없이 교회 건물을 사러 왔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하나님께 예배처소를 달라고 기도했더니 복덕방에서 연락이 와서 믿음으로 왔다”는 답이 돌아왔다.









나는 그들의 행동이 말도 안 됐지만 믿음만은 본받고 싶었다. 이튿날 새벽기도 중에 “그냥 주어라. 그냥 주어라” 하는 음성이 들렸다. 주일날 예배 후 당회와 건축위원회에서 교회 건물을 하나님께서 그냥 주라고 하신다고 전했다. 모두 황당해했다.

나는 아버지께서 더 좋은 땅과 건축을 위한 물질을 마련해주실 것이라고도 했다. 그때 건축위원 한 분이 “목사님 아버지가 땅과 돈을 많이 가진 분이냐”고 물었다.

내가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가 마련해주신다”고 하니까 회의를 하다 말고 문을 박차고 나갔다. 결국 우리 교회는 그들에게 교회 건물을 그냥 내주었다. 그들은 하나님이 기도응답을 해주셨다고 매우 기뻐했다.

반면 교인들은 “땅도 없고 예배처소도 없는데 어디서 예배를 드릴 것이냐”고 성화였다. 나는 좋은 예배처소가 있다고 했다. 인근 공원이었다. 공원에서 예배를 드리니 지나는 길손들이 예배에 참석했다. 수개월을 그렇게 예배드렸다.

이후 하나님은 베푼 자에게 더 큰 복을 주셨다. 교회를 신축할 땅을 헐값에 구입했다. 1994년 8월 기공예배를 드렸고, 이듬해 6월 휴스턴한인교회 최대의 성전을 지어 하나님께 봉헌했다. 한국 사람뿐 아니라 중국과 베트남 일본 필리핀 아프리카 사람을 위한 예배도 드렸다. 어려운 이웃을 위해, 하나님 영광을 위해 베풀고 헌신하면 하나님은 더 큰 축복으로 갚아주심을 깊이 깨달았다.

정리=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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