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靑 직원들이 갑자기 휴대전화 번호 바꾸는 이유는 기사의 사진
노출 번호 도청당할 우려 “평화와 별개로 보안 만전”

지난달 평양 남북 정상회담 이후 청와대 비서진의 휴대전화번호 교체가 이어지고 있다. 방북한 직원들이 북측 이동통신망을 이용해 서울의 실무진과 통화하면서 보안 문제 발생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청와대에 따르면 지난달 18∼20일 평양 정상회담 기간 중 방북한 청와대 직원들은 남쪽에서 가져간 휴대전화로 서울에 남은 참모진과 통화했다. 평소 남북 간 휴대전화 통화는 불가능했지만 이번에는 회담의 중요성에 따라 북측이 일시적으로 통신망을 열어준 것으로 알려졌다. 방북단과 서울 참모진은 긴박했던 회담 내용과 관련해 실시간으로 정보를 주고받았다.

4·27 판문점 정상회담 때는 판문점에 기지국이 없어 남북이 각자 통신차량을 회담장 주변에 배치하고 휴대전화를 사용했다.

현재 서울과 평양을 잇는 이동통신 인프라는 구축되지 않은 상태다. 이 때문에 평양 회담 기간에 우리 측 실무자 간 통화는 북한 이동통신망을 빌려 쓰는 ‘로밍 방식’으로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 북한 이동통신사업자는 총 3개이며 통신망이 낙후돼 있지만 로밍을 하면 남북 간 음성통화 정도는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방북단에 KT 직원 1명이 포함됐지만 남북 간 유선통신 연결만 담당했을 뿐 이동통신망에는 관여하지 않았다.

남측에서 휴대전화로 방북단과 통화하면 북측에 고스란히 노출되는 구조였기 때문에 보안 우려가 적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7일 “방북한 이들에게 북쪽의 기지국을 거쳐 전화가 가기 때문에 보안상 전화번호를 바꾸는 게 좋을 것 같아 통화한 직원들 스스로 바꾸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내 전산 담당 부서는 평양 회담 이후 보안 리스크 요인을 체크했고, 향후 해당 번호를 통해 정보가 유출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번호 변경을 통해 도청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한다는 계획이다. 방북 실무진 일부도 번호 변경에 동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남북 평화 무드와는 별개로 회담 이후 보안 강화에 만전을 기한다는 방침이다. 평화는 평화고, 보안은 보안인 셈이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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