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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이안소영] 플라스틱 중독사회 탈출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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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금방 바뀌기도 하는구나 싶다. 카페 매장에서 사라지고 있는 플라스틱 일회용 컵 말이다. 회의 자리에도 일회용 컵 대신 머그잔이 등장하고, 행사 참가자들이 개인 텀블러를 챙겨 오는 모습도 낯설지 않다. 일회용 컵을 사용하지 않으니 컵홀더와 컵뚜껑이 사라지는 부수효과도 생긴다. 지난 4월 중국의 폐비닐 수입 금지에서 강제된 궁여지책이었지만 반갑고 다행이다.

어렵게 만들어진 기회이니 만큼 이 변화가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지속가능하게 자리 잡을 방법을 우리 모두 고민해야 할 때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우선, 정부의 규제정책으로 일회용 컵이 감소하고 있지만 보다 전면적인 시행이 필요하다. 규제 대상인 일회용 플라스틱컵 대신 재활용이 어려운 일회용 종이컵이 남용되고, 머그잔에 음료를 제공하더라도 일회용 빨대를 꽂아주는 습관은 여전하다. 매장 밖 일회용 컵은 거론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일회용 컵 규제에 따른 노동 부담을 카페 아르바이트생 개인이 온전히 져야 하는 어려움을 해결할 방법도 필요하다. 상품 이중포장이나 비닐 과다포장 문제 또한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다.

둘째, 다양한 대안과 유쾌한 실험을 널리 알려야 한다. 스테인리스 빨대, 대나무 칫솔, 네트백이나 실리콘백 등을 직접 구경하고 살 수 있는 온·오프라인 가게가 흔해지면 좋겠다.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는 카페나 상점들의 정보를 지도 앱으로 연결해 원하는 사람은 누구나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공유 앱을 만들어도 유용하겠다. 에코백을 가져간 구매자가 비닐포장재 없이 알맹이만 살 수 있도록 벌크 방식으로 판매하는 가게가 동네마다 생기고 정착되도록 중앙정부나 지자체가 비닐봉투 없는 가게를 운영하고 지원하면 더 좋겠다.

셋째, 폐기물 등 환경 문제 해결은 평등한 사회문화나 구조와 연결돼 있다. 일회용품이 주는 편리함을 포기하며 생겨나는 설거지나 장보기 등의 노동 부담을 직장 상사나 남성이 함께 져야 한다. 경제적 기여나 상품 생산뿐 아니라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하며 몸소 실천하는 것이 시민권의 핵심이다. 어쩔 수 없이 생기는 폐기물 소각이나 매립 문제를 서울이 아닌 수도권이나 지방으로 떠넘기지 않는 방법도 필요하다.

넷째, 일회용 비닐이나 포장재뿐 아니라 플라스틱 전반에 걸친 변화가 필요하다. 예를 들면 패스트패션을 선도하는 SPA 브랜드의 폴리에스테르 계열 옷은 PET병 재활용과 자원순환이라는 측면에서 의미 있지만 결국 세탁기를 통해 바다로 유입돼 미세플라스틱이 된다. 소화되지 않는 플라스틱을 먹은 앨버트로스 새나 고래가 영양실조로 죽고, 미세플라스틱은 먹이사슬을 통해 곧 우리의 밥상도 위협한다. 사회 전체의 생산·소비 패턴과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규제정책뿐 아니라 시민의 인식 변화와 실천이 매우 중요하다. 단시일에 강력한 변화를 이끌어내는 건 정부의 규제정책이고, 정부나 기업의 강력한 노력 없이 시민들에게 과도한 요구나 책임을 요구하는 건 무책임하고 부당하다. 하지만 모든 플라스틱 제품을 금지하는 정책을 펴는 것은 쉽지 않고 제도가 제대로 정착되고 더 근본적인 방향으로 시행되기 위해서도 시민들의 결단이 병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우선은 일상에서 많이 사용하는 컵, 빨대, 비닐봉투, 배달용품, 세탁비닐 등을 요구하거나 사용하지 않는 실천이 필요하다. 덧붙여 일상의 편리함을 되돌아보고 일회용품 사용을 불편해하는 감수성 훈련이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우리가 먹고 입고 화장하고 운동하는 모든 것은 다른 생명체와 연결되어 있다. 상품의 원료뿐 아니라 생산, 유통, 폐기 과정까지를 포함해 물건의 생애 주기를 고려한 사회 전체의 생활습관 및 경제 시스템의 패러다임 전환이 있을 때 우리는 플라스틱 중독사회에서 탈출할 수 있다.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할 때다.

이안소영 여성환경연대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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