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포럼-이제민] 노후 SOC 개보수로 활로 열자 기사의 사진
30년 이상 SOC 전체 10% 넘어… 경기부양 효과 높으면서도 부작용 적고 경제 전체 생산성 증대
적자 공채 발행하면 통화정책 여력 높일 수도, 한국당 대선공약이기도 해협치 사례로 삼을만


경기가 안 좋다. 투자와 소비가 부진하고 성장률도 연초 예상치보다 내려갈 전망이다. 이럴 경우 어떻게 해야 하나. 교과서 식으로 생각하면 우선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려야 한다. 물가가 불안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그럴 근거는 더 있다. 그러나 물론 금리를 내릴 수는 없다. 오히려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와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집값을 잡기 위해 금리를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다 미국 금리 인상으로 한·미 간 기준금리 차이가 0.75%포인트까지 벌어지게 됐다.

서울에 한정된 집값을 잡기 위해 모든 부문에 영향을 미치는 금리를 올릴 수는 없지만, 한·미 간 금리 차이는 앞으로 미국이 계속 금리를 올릴 것이기 때문에 내버려둘 수 없다. 금리 차이가 벌어지면 여건 변화에 따라 급격한 자본 유출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경기는 나빠지는데 오히려 금리를 올려야 한다면 달리 방법은 없는가. 물론 있다. 재정정책을 쓰면 된다. 한국은 아직 여느 선진국에 비해 국가채무가 적기 때문에 그럴 여유도 있다. 재정정책은 무엇 위주로 써야 하나. 일자리를 늘리고 출산율을 올리고 연구개발을 지원하고 복지를 확충하는 데 투입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방안은 효과가 나는 데 시간이 걸리고 간접적이라는 문제가 있다.

시간이 덜 걸리고 직접적 효과가 있는 경기부양책은 없는가. 과거부터 써 온 건설 경기 띄우기가 있다. 그 마지막이 2014년 박근혜정부에서 최경환 부총리가 주택경기를 부양한 것이다. 그것이 지금 집값 파동의 원인이 되었다. 애초부터 그런 정책은 써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건설에 주택 건설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는 여전히 경기 부양책이 될 수 있다. 정부도 ‘생활밀착형 SOC’에 재정을 투입하기로 했다. 그러나 내년 생활밀착형 SOC 건설 예산은 3조원 정도 늘어나는 데 그쳐서 경기부양 효과가 충분할지 의문이다.

경기부양 효과를 더 거둘 수 있는 것은 ‘노후SOC 개보수’다. 1960년대 고도성장 때부터 대규모로 건설했던 SOC가 노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30년 이상 된 SOC가 10%를 넘었고 앞으로 노후화가 급속히 진행될 것이다. 이들 SOC의 개보수 시기를 미루면 국민생활의 불편은 물론이고 사고의 위험이 올라갈 뿐 아니라 나중에 비용도 더 들게 된다.

경기부양을 위한 재정정책은 물론 국회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도 노후SOC 개보수는 현실적으로 유리한 정책이다. 그것은 ‘협치’의 접점이 될 수 있다. 지난 대선에서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노후SOC 개보수를 강력히 주장했다. 현 정부 초기에 김현미 국토부 장관도 동의했다.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노후SOC 정비에 대한 야당 의원의 질문에 대해 “한 치도 미룰 수 없다”고 답변했던 것이다.

그런 입장이 지난 1년반 동안 정책으로 이어지지 않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것이 잘못된 것은 틀림없다. 한국 경제가 아직 대침체의 영향을 벗어나지 못한 데다 정권 교체에 따라 기업이 느끼는 불확실성 때문에 투자가 부진해질 가능성이 컸다. 그에 대처하기 위해 재정정책을 써야 했고, 여야 합의가 가능한 노후SOC 개보수는 그중에서도 먼저 시행해야 할 과제였다.

물론 지금도 늦은 것은 아니다. 정부는 노후SOC 개보수 투자에 적극 나서야 한다. 그것이 확실히 생산 증가 효과가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장기적 재정 균형을 전제로 국공채 발행으로 재원을 마련할 수도 있다. 그렇게 재정 적자를 낼 수도 있다는 점에서 노후 SOC 개보수 투자는 다른 정책보다 더 유효한 경기부양책이 될 수 있다.

재정 적자를 내면 금리가 올라서 미국 금리와 접근할 것이다. 그냥 조세로 재원을 충당하더라도 경기가 회복되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릴 여지가 생기게 된다. 집값을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는 것이 아니라 경기 회복으로 금리를 올릴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어서 집값을 잡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그와 함께 정부는 처음부터 협치가 가능한 영역을 찾아서 우선적으로 시행하는 역량을 갖추지 못한 데 대해 반추해 보고 정책 역량을 재정비해야 할 것이다. 주어진 여건하에서 정책의 우선순위를 잡는 것이야말로 정책 역량의 요체다. 정부가 추진하는 혁신성장, 소득주도성장, 공정경제 모두 그런 역량 없이는 성공하기 어렵다.

정부가 그렇게 하기로 한다면 야당도 협조해야 할 것이다. 우선 정부는 노후SOC 개보수 투자에 나서고 야당은 협조해야 한다. 정부나 야당이나 건망증이 체질화된 것이 한국의 정치판이지만 이런 분야만은 협치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다.

이제민(연세대 명예교수·경제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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