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정인찬 <10> 새 성전 건축 방해, 벽돌담 헐고 철근 훔쳐가

“한국인 싫어” 백인우월주의자들 소행… 거듭 용서하니 회개하고 공사 도와

[역경의 열매] 정인찬 <10> 새 성전 건축 방해, 벽돌담 헐고 철근 훔쳐가 기사의 사진
정인찬 총장(왼쪽)과 지역 인사들이 1994년 8월 미국 휴스턴한인교회 새성전 기공예배에서 시삽을 하고 있다.
미국 휴스턴한인교회 지을 땅을 구입해 건축을 시작했다. 땅을 파고 시멘트로 토대를 놓고 벽돌을 쌓으니 교회 모습이 차츰 드러났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어느 날 새벽기도회를 인도하고 건축현장에 가 보니 담이 서너 곳 허물어져 있었다. 처음엔 벽돌을 잘못 쌓아 그런 줄 알았다. 그런데 현장 감독과 공사 인부들이 그럴 리가 없다고 했다.

누군가 고의로 벽돌담을 헐고 철근을 훔쳐갔다는 것이다. 며칠간 이런 일이 반복됐다. 밤중에 일어나는 일이라 속수무책이었다.

교인 중에 태권도 사범들이 당번을 정해 불침번을 서기로 했다. 새벽 1시30분쯤 됐을까. 갑자기 청년 3명이 몽둥이를 들고 오더니 쌓아놓은 성전 벽을 허물었다. 철근까지 훔쳐가는 것을 목격했다. 얼른 그들을 뒤쫓았다. 하지만 아쉽게도 범인을 놓치고 말았다.

이튿날 보초를 서겠다는 교인들이 많았다. 보초 3일째. 드디어 범인 중 한 명을 붙잡았다. 그의 손목을 묶고 성전 입구에 앉혔다.

“왜 성전을 헐려고 했습니까?”

“한국인이 미국에 와 행세하는 것이 싫습니다. 그냥요.”

그랬다. 말로만 듣던 백인우월주의자였다. 더욱이 알라를 믿기 때문에 자기 지역에 교회를 짓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은 교인들은 건물파괴범이니 감옥에 보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나는 갈등이 생겼다.

‘진정 이들을 경찰에 고소해야 하는가. 성경 말씀엔 일흔 번씩 일곱 번이라도 용서해 주라고 했는데….’

용서해 주자니 우리를 또 괴롭힐 것이고, 하나를 양보하면 둘을 요구할 것이 뻔했다.

그러나 구원의 방주인 성전을 짓는데 한 영혼부터 줄일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님 말씀을 따르기로 했다. 아무 조건 없이 그를 용서하고 풀어주었다.

다음 날엔 교회 청년들이 불침번을 섰다. 만약을 대비한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또다시 백인 청년 3명이 쌓아놓은 벽돌, 성전 담을 헐기 시작했다. 청년들이 몽둥이를 들고 쫓아가니 두 명은 마을로 도망가고, 다른 한 명은 차를 타고 도망쳤다.

그런데 잠시 후 911소방차와 경찰차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달려왔다. 교회 바로 옆길이 사거리인데, 급히 도망을 치던 청년이 청소차와 충돌해 교통사고를 낸 것이다.

이튿날 교통사고를 낸 청년은 병원에 입원했다. 나와 교인들이 심방을 갔다. 얼굴을 자세히 보니 지난번 붙잡혔다 용서해 준 그 청년이었다.

나는 그의 손을 붙잡고 이렇게 기도했다. “우리 모두 죄인입니다. 주님만이 우리를 용서하는 구세주이십니다. 예수님이 우리의 영혼을 사랑하시고 구원하기 위해 십자가에 달리시고 부활하셨습니다.” 감동이 되는 대로 뜨겁게 기도했다. 내 손에 그의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는 용서해달라고 말했다. 그가 퇴원 후 그를 포함한 백인 청년 3명이 교회를 찾아왔다.

“죄송합니다. 다시는 성전을 헐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성전 짓는 데 벽돌이나 철근 나르기 등 허드렛일을 저희들이 하겠습니다.”

백인 청년들은 정말 성전을 완공할 때까지 열심히 교회 일을 도왔다. 동네 청년 수십 명을 교회로 데려오기도 했다. 교인들은 감사기도를 드렸다. 죄지은 자를 용서해 인종차별의 불씨를 잠재우고 이슬람 신도들을 크리스천으로 전향시킨 하나님의 귀한 역사였다.






정리=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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