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문화돼가는 국가보안법, 이해찬이 박물관에 보낼 수 있을까 기사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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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사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방북 기간 중 ‘국가보안법’ 재검토 의사를 밝히면서 정치권의 논쟁이 재연될 조짐이다. 국보법은 노무현정부 시절부터 폐지와 개정 등이 논의돼 왔고, 문재인 대통령도 개정 후 단계적 폐지론자로 알려져 있다. 한반도 긴장 완화로 국보법 폐지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지만 보수 진영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어 충돌이 예상된다.

자유한국당에서는 8일 온종일 국보법 폐지 반대 목소리가 들끓었다.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비대위회의에서 “이 대표가 평양에서 ‘대한민국 적화, 핵무장’을 규정한 노동당 규약을 없애야 평화다운 평화를 기대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북측에 따졌어야 했다”며 “왜 하필이면 국보법 폐지를 상사에게 보고하듯 보고했는지 유감”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 이주영 국회부의장도 성명을 내고 “국보법 존폐 문제를 북측 인사들 면전에서 거론하는 것이 선거 전략으로서 북풍(北風)을 유도하려는 의도인지는 몰라도 제정신인지 정말 한심하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민주당은 진화에 나섰다.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이 대표 발언은 원론적으로 남북 관계 진전에 따라 화해 협력, 통일의 걸림돌이 되는 법·제도를 개선하자는 것”이라며 “남한만의 문제가 아니고 북한도 상응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게 과거 오래전부터 논의돼 왔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국보법은 2004년 노무현 당시 대통령이 직접 폐지 의사를 언급하면서 여야가 첨예하게 부딪혀온 이슈다. 당시 노 대통령은 “이제 국보법이란 낡은 유물을 칼집에 넣어 박물관으로 보내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당시 야당이던 한나라당이 결사반대하면서 흐지부지됐다. 문 대통령도 지난해 후보 시절 국보법과 관련해 “국보법의 찬양·고무 조항은 개선돼야 한다”며 “(국보법 폐지는) 남북 관계가 좀 풀리고 대화 국면으로 들어갈 때 가능한 얘기”라고 말한 바 있다.

민주당은 여전히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국보법 카드를 덜컥 꺼내 야당의 반발을 불러올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다. 원내 핵심 관계자는 “지금 당장 추진할 일은 아니다. 2004년 열린우리당 당시 (국보법 폐지 좌절) 트라우마도 있다”고 전했다. 당시 열린우리당은 국회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도 내부 분열과 야권의 반발로 국보법 폐지에 실패한 뒤 이 충격으로 당이 내리막길을 걷게 됐다.

하지만 시기의 문제일 뿐 국보법 개정 논의 자체를 막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MBC라디오에서 “이 대표가 얘기했으니 한번 국회에서 개정을 논의해보자 하는 생산적 방향으로 받아들였으면 좋겠다”며 지지 의사를 밝혔다.

그동안 민주당과 정의당 등 범여권에서는 국보법 폐지안을 주로 내고, 반면 한국당 등 보수 진영은 국보법 강화를 위한 개정안을 내왔다. 하지만 모두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폐기됐다.

최근 들어 국보법 위반으로 입건·기소되는 사례도 급격히 줄고 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보법 위반으로 입건된 사례는 42명, 이 가운데 기소된 사례는 14명에 그쳤다. 올해 7월까지는 입건이 12명에 그쳤다. 지난 10년간 국보법 입건, 기소가 가장 많았던 2013년(입건 129명, 기소 70명)과 비교하면 급감한 것이다. 국보법이 사실상 사문화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헌법재판소도 국보법 일부 조항의 위헌성을 심사하고 있다. 지난해 8월 수원지법 판사가 국보법 7조(찬양·고무)의 위헌 여부를 가려 달라며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한 바 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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