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종편 바람잡이’ 쓴 홈쇼핑… 납품업체엔 수수료 ‘갑질’ 기사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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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홈쇼핑 업체들이 ‘시청자 기만’ 논란을 일으킨 ‘연계편성’을 통해 납품업체를 대상으로 거액의 수수료 장사를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홈쇼핑사 3곳은 매출액 절반 이상을 수수료로 떼어 갔다. 한 홈쇼핑사는 상품 매출액의 97%를 수수료로 챙겼다. 연계편성 대상 납품업체들은 종편 건강프로그램에도 프로그램 협찬 비용을 별도로 지급해야 했다.

8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태규 바른미래당 의원이 각 TV홈쇼핑 업체로부터 받은 ‘연계편성 홈쇼핑 품목 매출액 세부내역’에 따르면 주요 홈쇼핑사 6곳(롯데·현대·GS·NS홈쇼핑, 홈앤·CJ오쇼핑)이 연계편성된 제품을 판매하면서 납품업체로부터 떼어 가는 평균 수수료율이 38∼54%에 달했다. 조사 대상은 지난해 9월 9∼19일, 11월에 판매방송된 상품이다.

연계편성은 종합편성채널 건강 프로그램에 나온 상품을 유사한 시간대에 홈쇼핑 채널에서 판매하는 것을 말한다. 한 종편에서 전문가들이 티베트 비타민나무 열매가루의 효능을 강조한 직후 옆 홈쇼핑 채널에서 티베트 열매가루 제품이 판매되는 식이다. 지난해 한 시민단체가 방송통신위원회에 실태조사를 요청하면서 실체가 드러났다.

연계편성된 품목 중 홈쇼핑 수수료가 가장 높았던 상품은 지난해 9월 홈앤쇼핑에서 판매된 ‘메이준 아사이베리’였다. 총 매출액 4131만1000원 중에서 홈쇼핑사가 96.9%인 4001만2000원을 가져갔다. 납품업체엔 단 3.1%인 129만원이 돌아갔다. 지난해 11월 롯데홈쇼핑에서 판매 방송된 ‘네이쳐스패밀리 로열젤리’의 경우 7843만원어치가 팔렸는데 홈쇼핑사가 89.0%(6979만원)를 가져갔다.

CJ오쇼핑은 평균 수수료율이 54.4%로 홈쇼핑 업체 6곳 중 가장 높았다. 롯데홈쇼핑(52.2%) 현대홈쇼핑(50.28%) 등도 평균 수수료율이 매출액의 절반을 넘어갔다. 이어 GS홈쇼핑 47.0%, NS홈쇼핑 44.1%, 홈앤쇼핑 38.1% 순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말 홈쇼핑 업체 6곳이 공정거래위원회에 공시한 평균 수수료율 19.5∼32.5%와는 거리가 멀다.

연계편성된 상품의 수수료율이 유독 높은 것은 건강보조식품에 정액수수료를 부과하는 홈쇼핑 업계의 관행 때문이다. 정액수수료는 판매실적에 관계없이 홈쇼핑 업체가 사전에 납품업체에 일정 금액을 부과하는 형태다. 홈쇼핑사는 미리 수수료를 받기 때문에 판매가 부진해도 손실을 입지 않지만 납품업체는 미리 지불한 수수료만큼 타격을 받는다. 한국홈쇼핑상품공급자협회 관계자는 “연계편성 상품은 대부분 건강식품인데, 건강식품은 다른 제품보다 매출이 들쭉날쭉해 보통 홈쇼핑 업체에서 정액제로 돈을 받길 원한다”고 말했다.

납품업체는 수수료 외에도 연계편성 비용도 부담해 이중 고통에 시달렸다. 방통위의 ‘종편PP-TV홈쇼핑 연계편성 검토 보고서’에 따르면 납품업체는 판매실적과 상관없이 3000만∼5000만원의 연계편성 비용을 종편 프로그램 제작사에 내야 했다. 납품업체가 연계편성을 원하지 않더라도 ‘갑을 관계’ 속에서 ‘울며 겨자 먹기’로 비용을 충당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한국홈쇼핑상품공급자협회 관계자는 “홍보효과 때문에 연계편성을 원하는 납품업체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업체들도 많다. 그러나 ‘판매방송과 같은 시간대에 옆 프로그램에 협찬을 하기로 했다’고 하면 홈쇼핑 업체들이 방송을 더 잘 잡아주기 때문에 억지로 연계편성 비용을 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연계편성이 ‘시청자 기만’이라는 지적은 여전하다. 방통위는 지난 4월 종편 4사의 26개 프로그램과 TV홈쇼핑 7곳의 상품판매 방송이 총 114회 연계편성됐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관련법상 다른 채널 간 간접 광고에 대한 규제가 없다는 이유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국민일보 취재 결과 지난달까지 연계편성 행태는 계속되고 있었다. 서범석 세명대학교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연계편성은 시사·교양 프로그램에 대한 신뢰도를 이용해 상품 판매에 직접 나서는 것이기 때문에 과대·허위 광고 등 시청자에게 미칠 부정적인 영향이 다른 간접광고보다 더 크다”며 “관련 규제를 조속히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태규 의원은 “해당 제품의 수수료를 공정위에 신고한 수수료보다 수배 이상 받고 있는 것은 우월한 지위를 이용한 폭리”라며 “정상적인 계약이라기보다는 납품업체의 착취구조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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