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아담과 하와가 잃어버린 에덴동산의 행복 찾아가는 과정”

김태헌 제주 순례자의교회 목사 8㎡ 작은 교회서 100번째 주례

“결혼은 아담과 하와가 잃어버린  에덴동산의 행복 찾아가는 과정” 기사의 사진
김태헌 목사(가운데)가 8일 제주 한경면 순례자의교회에서 임지은(왼쪽) 황태철 부부의 결혼식 주례를 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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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대숲이 끝없이 펼쳐진 제주 한경면의 한 언덕. 화장실 건물 하나 찾기 힘든 이곳에 8㎡(2.4평) 크기 교회가 그림처럼 서 있다. 웨딩드레스를 차려입은 임지은(36·여)씨와 양복을 입은 황태철(39)씨가 8일 이곳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교회’로 불리는 순례자의교회(김태헌 목사)는 이날로 100번째 결혼식을 성사했다.

“결혼의 목적이 무엇인가요.”

주례를 맡은 김태헌(53) 목사가 예비부부에게 물었다. “행복하게 살려 한다”거나 “사랑의 결실을 이루기 위해서”라는 답이 돌아왔다. 김 목사가 “결혼은 아담과 하와가 잃어버린 에덴동산의 행복을 회복하는 과정”이라고 말하자 2평 조금 넘는 공간에 함께 있던 예비부부와 양가 어르신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김 목사의 주례는 1시간 동안 문답으로 이어졌다.

남편은 아내를 따라 교회를 단 두 번 다녀봤다고 했다. 그런데도 아내를 “영원히 사랑하겠다”고 말했다. 기독교 신앙에 따라 천국에서도 사랑하겠다고 답한 것이다. 김 목사는 흡족해하며 “간혹 죽을 때까지 사랑하겠다는 이가 있지만 결혼은 영원한 것”이라며 “두 사람의 만남이 우연이 아닌 하나님의 계획이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성혼선언문을 읽어 부부가 된 이들은 김 목사와 함께 고개 숙여 기도했다. 양가 사돈은 두 손을 맞잡고 “이것도 하나님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랑 측 어머니는 어릴 적 고향인 강원도에서 잠시 다녔던 교회가 생각난다고 했다.

순례자의교회 거쳐 간 부부들

그동안 저마다 다른 사연을 지닌 100쌍이 이곳을 거쳤다. 한 쌍은 가족의 반대가 심했다. 양가 부모는 결혼식에 오지 않았다. 주위 시선으로 결혼을 망설였던 그들에게 김 목사는 “결혼은 자신을 태워 빛을 밝히는 양초처럼 누구도 아닌 나 자신과 싸워 행복을 찾는 일”이라고 주례했다. 축복 속에 결혼한 이들은 아이를 낳고 남부럽지 않게 살아가고 있다.

다른 한 쌍은 제주 올레길을 걷다가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나 사랑을 키웠다. 이들은 제주에서 조촐하게 결혼하고 싶었지만 부모의 생각은 달랐다. 하객 없는 결혼식에 축의금이 적게 들어올까 걱정했기 때문이다. 걱정은 기우였다. 예비부부와 양가 부모만 참석한 결혼식에서 이들은 서로 대화하며 돈보다 소중한 신뢰를 구했다. 지금 부부는 아들 하나를 낳고 알콩달콩 살고 있다. 감사한 마음에 절인 배추도 교회에 꾸준히 선물하고 있다고 한다.

A씨(32)와 B씨(34·여) 부부는 2016년 순례자의교회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이후 서울에서 살다가 번잡함에 지쳐 2살 난 딸을 데리고 지난 4월부터 제주에서 새 삶을 시작했다. 제주에 연고가 없던 그들을 김 목사는 신앙으로 인도했다. 기독교인이 아니었던 B씨는 최근 세례를 받았다. B씨는 “제주에서 매주 김 목사님을 다시 보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며 “우연 같은 일 모두가 하나님의 부르심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희망을 선물하는 교회

순례자의교회에는 김 목사의 전화번호가 적혀있다. 하루는 빚 독촉에 시달려 자살을 결심하고 제주로 찾아온 서울의 한 사업가가 그 번호로 감사의 문자를 보냈다. 아무것도 없는 좁은 교회에서 3시간을 홀로 기도하며 삶에 대한 새 희망을 찾았다는 내용이었다.

손태호(65) 집사도 순례자의교회를 찾았다가 김 목사를 만났다. 서울의 한 교회에 출석하며 금전 문제로 생긴 다툼에 심신이 지친 상태였다. 지금은 김 목사가 주일예배를 인도하는 산방산이보이는교회에 출석하고 있다. 손 집사는 “가족 같은 분위기 속에 하나님 삶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나를 발견하며 감사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서귀포 안덕면 산방산이보이는교회를 맡고 있다. 순례자의교회를 통해 실직과 건강 등 어려움을 호소한 이들을 모아 함께 예배를 드리고 있다. 이 교회는 2013년 충남 계룡장로교회(안명헌 목사)가 개척한 교회로 김 목사는 설립 때부터 목회하고 있다. 순례자의교회가 결혼이라는 새 출발을 선사한다면, 산방산이보이는교회는 희망이라는 목표점을 사람들에게 선물하고 있는 것이다. 김 목사는 “그리스도의 삶을 사는 교회다운 교회이고자 한다”고 말했다.

제주=글·사진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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