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글몽글 조약돌과 휘어져 말린 듯 기묘한 바위… ‘천연기념물’ 충남 태안 내파수도 기사의 사진
충남 태안 내파수도를 서쪽에서 드론으로 찍은 모습. 섬 왼쪽 끝에 휘어져 솟아오르고 둥글게 말려 기기묘묘한 형태를 띠고 있는 거대한 암벽이 보인다. 오른쪽 위 꼬리처럼 튀어나온 곳이 작고 둥근 돌로 이뤄진 구석 방파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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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태안 안면도는 가을에 더욱 아름다운 여행지다. 서해의 비경을 즐기며 여행의 즐거움을 더할 수 있다. 자연 풍경뿐 아니라 다양한 즐길거리와 먹거리까지 가을 여행을 위한 명소로 가득한 곳이다.

태안을 찾았다면 우선 천연기념물 내파수도(內波水島)로 가보자. 안면읍 꽃지해변에서 서남쪽으로 9.7㎞ 거리에 있는 면적 0.22㎢, 둘레 2.2㎞ 정도의 작은 섬이다. 여객선은 없지만 낚싯배로 들어갈 수 있다. 안면읍 방포항에서 뱃길로 20분 남짓 소요되는 내파수도를 특징짓는 단어는 작고 둥근 돌 ‘구석’(球石)으로 구성된 천연 방파제다. 조류에 밀리고 씻기며 깨지고 닳아 만들어진 형형색색 때깔 고운 조약돌 방파제는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희귀하다.

방파제는 간조 시 300m 정도 길이에 폭은 평균 10m 정도, 가장 넓은 곳은 30m에 이른다. 방파제의 자갈은 대부분 규암과 편암 등 단단한 암석으로 이뤄져 있다. 겨울 북서풍에 습기가 많은 해양성 환경에서 강한 서릿발작용으로 직경 15㎝ 이내의 암석이 해안절벽으로부터 떨어져 나와 둥글게 마모되면서 섬 동남부 언저리에 이동·퇴적됐다.

내파수도에 땅을 소유하고 있는 편완범(79) 태안군 문화관광해설사에 따르면 현재 섬에는 양식장 관리인 1명만 거주하고 있다. 일제강점기에는 25가구가 밭농사와 어로작업을 하며 거주할 정도로 활기가 있었다고 한다. 당시 땅이 없어 먹고 살길이 막막했던 사람들이 이주해 터전을 가꾸고 삶을 이어간 것이다.

구석 방파제는 선박이 접안할 수 있는 항만시설이 되기도 한다. 방파제에 직각으로 접근해 미끄러지듯 뱃머리를 댈 수 있다. 작고 둥근 돌들이 밑에서 구르며 배 바닥에 별다른 충격을 주지 않고 부드럽게 접안을 가능하게 한다.

구석 방파제 바로 위에는 ‘안종훈 선생 공적비’란 비석이 있다. 안종훈은 친구 사이인 선동규와 1967년 10가구 정도가 살고 있던 섬에 들어와 30년을 살면서 내파수도의 보물인 구석을 지켰다.

그는 당초 미역 양식을 하면서 돈을 벌어 섬을 멋지게 개발해보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들어왔으나 미역 가격이 폭락하면서 섬 개발에 대한 꿈도 포기했다. 이후 물고기를 잡으면서 살아가던 중 구석을 정원석으로 포장해 비싸게 팔려는 사람들로부터 구석을 지키는 힘겨운 투쟁을 전개하게 된다. 이들의 외롭고 긴 투쟁은 결국 1987년 충남도가 구석 방파제를 문화재로 지정하면서 빛을 봤다.

공적비 뒤로 산으로 향하는 길을 오르면 동백나무숲이 있고, 산등성이를 넘어가면 시야가 트이면서 섬의 서쪽 부분과 서해가 눈에 들어온다. 능선을 따라 내려가는 길 양옆 언덕으로는 억새가 자란다. 하얀 억새꽃 사이로 이어진 길은 바다와 어우러지며 환상적인 풍경을 만들어낸다. 길의 끝은 절벽이다. 절벽 너머로 작은 바위섬이 보이고, 절벽 아래에 휘어지며 솟아오르고 둥글게 말려진 거대한 암벽이 보인다. 쉽게 접할 수 없는 곳에 기기묘묘한 형태를 띠고 있다.

태안에는 굽이굽이 리아스식 해안을 따라 아름다운 경관과 독특한 해안생태계를 자랑하는 태안해안국립공원의 해변길이 있다. 바다와 숲을 지나며 편안하게 자연을 즐길 수 있다. 해변길 7코스인 바람길은 황포항에서 바람아래해변, 고남패총박물관을 거쳐 영목항까지 걷는 길로 총 16㎞ 거리다. 5시간 정도 소요된다. 해변으로 가는 길에 작은 언덕이 있지만, 대체로 길이 평탄해 초보자도 어렵지 않게 걸을 수 있다.

해변길에서 두여전망대를 빼놓을 수 없다. 곰솔이 드문드문 서 있는 야트막한 산에 설치된 두여전망대에 오르면 먼바다의 탁 트인 조망이 환상적이다. 썰물 때 가면 독특한 해안습곡과 독살도 눈앞에 펼쳐진다. 습곡은 지하 깊은 곳의 압력으로 변성 및 변형 작용으로 습곡 및 단층이 이뤄진 뒤 지각이 풍화·침식되면서 서서히 융기돼 형성됐다고 한다. 독살은 해안에 돌을 쌓아 밀물과 함께 물고기가 들어왔다가 썰물 때 물이 빠지면서 돌담 안에 남은 고기를 잡는 옛 고기잡이 방법이다.

안면도의 북쪽 입구에 백사장항이 있다. 안면읍 창기리에 있는 어항이다. 넓게 펼쳐져 있는 포구 주변에는 횟집들이 바다를 둘러싸듯이 자리 잡고 있다. 충남지역 대하 어획량의 80%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안면도 대하를 맛볼 수 있는 안면도백사장대하축제가 오는 14일까지 백사장항 일원에서 열리고 있다. 크기가 30㎝ 내외로 입에서 사르르 녹는 자연산 왕새우를 맛볼 수 있다.

태안의 가을 별미는 또 있다. 우선 전복. 당뇨와 고혈압에 좋은 저지방 고단백 식품이다. 예로부터 해삼, 상어지느러미 등과 함께 최고의 강장제로 여겨져 온 전복을 태안의 가을 바다에서 만날 수 있다. 개불은 쫄깃하고 씹을수록 고소한 바다의 다이어트 음식이다. 전국에서 만날 수 있지만 태안에서 먹는 개불의 맛이 최고로 꼽힌다.

홍합도 빼놓을 수 없다. 맛이 달고 성질이 따뜻해 피부를 매끄럽고 윤기있게 해줘 예로부터 중국에서 동해부인이라 불렸다. 시원한 맛이 일품인 탕과 국, 매운맛이 매력적인 찜 등으로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집 나간 며느리도 되돌아오게 한다는 전어도 감칠맛을 자랑한다. 통째로 구워 김치를 싸서 머리부터 꼬리까지 뼈째 씹어 먹는 맛이 색다르다.

여행메모

방포항·백사장항 등에 제철 먹거리 풍성
전설 품은 꽃지·학암포에서 해넘이 황홀


수도권에서 승용차로 간다면 서해안고속도로 서산나들목에서 빠져 서산·태안 방면으로 향하다 태안 읍내로 들어설 수 있다. 안면도 일대에는 펜션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중에서도 전망이 좋은 곳은 고남리 가경주마을 언덕 위에 들어선 갤러리나 페블비치, 로뎀 등이 있다. 이 외에도 리조트나 호텔들도 있다.

꽃지해수욕장 인근 방포회타운(041-674-0026)이 맛집이다. 4인 한상차림이 16만원. 백사장항 털보선장횟집(041-672-1700)의 꽃게탕(사진)은 별미다. 태안 서부재래시장이나 안면도 수산시장에서도 제철 음식을 먹을 수 있다. 간장게장과 우럭젓국, 어리굴젓으로 이름난 바다꽃게장집(041-674-5197), 게국지·간자미회무침·물텀벙이탕으로 유명한 명화수산(041-674-4511), 박속밀국낙지탕 원조로 알려진 원풍식당(041-672-5057) 등 미식의 천국이다.

서해안 최고의 일몰지로 꼽히는 꽃지해변도 찾아보자. 붉은 노을 속에 남편을 기다리다 끝내 바위로 변했다는 ‘할미 할아비 바위’의 전설이 애잔하다. 학이 노닐던 바위가 있는 곳이라 해 이름 붙은 학암포해수욕장의 해넘이도 아름답다. 넓은 해변과 기암괴석이 어우러져 석양을 더욱 신비롭게 한다.

태안=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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