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단순·기초 작업만으로 논문 저자 등재는 연구윤리 위배” 기사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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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와 주요 대학 연구진실성위원회는 요약문 작성이나 참고문헌 조사에 참여한 미성년 자녀를 논문 저자로 올린 행위가 연구부정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 영문 번역, 엑셀정리 등을 담당한 것 역시 공저자 등록요건에 맞지 않는다고 봤다. 이른바 단순작업이나 기초작업만 시키고 저자로 등록하는 행위가 연구윤리에 위배된다는 결정이 공식 내려진 셈이다. 연구노트 등을 근거로 자녀의 기여도를 입증할 수 없는 경우 역시 연구부정 행위로 판정됐다.

국민일보가 9일 교육부의 ‘교수 자녀 논문 저자 끼워넣기’ 실태조사에서 최종 연구부정 행위로 판정된 11개 사례를 취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연구부정으로 판정받은 논문 대부분은 자녀가 전문성이 필요하지 않은 단순 기초작업만 하고서 이름을 올린 경우였다. 두 딸을 각각 2편의 논문에 공저자 및 교신저자로 올린 우석대(당시 경일대) C교수는 연구진실성위에서 “(자녀들이) 요약문 작성과 참고문헌 조사, 영문 번역을 담당했으므로 저자 표시가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문지식을 갖춰야 이런 작업을 할 수 있으므로 자녀들도 저자 자격이 충분하다는 논리를 폈다. C교수는 “어릴 때부터 딸들을 직접 도제식으로 교육을 시켜왔다” “오히려 논문 작성에 기여했는데도 저자로 포함하지 않으면 이 또한 부정행위”라고도 했다.

연구진실성위는 그러나 C교수 주장이 학계에서 통용되는 연구윤리와 정면 배치된다고 봤다. 연구 주제 설정, 데이터 분석·해석, 논문 초고 작성 등을 기준으로 하는 통상적인 저자 자격에 못 미친다고 판단한 것이다. 한 위원은 “논문 번역, 참고문헌 조사만으로 논문 저자에 포함시키는 것은 인정하기 어렵다. 대학원생들도 참고문헌 조사를 많이 하지만 저자 표시는 하지 않는다”고 했다. 다른 위원은 “논문에 대해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분이 학회에서 교신저자가 된다. 그런 부분이 전혀 없다”고 꼬집기도 했다.

대학 입시 기간에만 논문 실적이 집중된 점이 의심스럽다는 지적도 있었다. C교수의 자녀들은 외국 대학 유학을 준비하던 2015년 전후로는 논문 실적이 한 편도 없었다. 위원들은 “(두 자녀가) 대학도 동시에 입학하고 전략적으로 저자 등록을 활용한 듯한 정황이 나타난다” “2015년에만 논문이 발행됐고 그 전후에는 논문 실적이 없어 부당한 저자 표시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연구진실성위는 만장일치로 연구부정 결론을 냈다.

일부 교수들은 자녀가 핵심적인 기여를 했다고 주장하면서도 객관적으로 입증 가능한 자료는 내놓지 못했다. 해당 대학들은 이런 사례를 모두 연구부정으로 판단했다. 특히 대학들은 연구노트나 이메일 수·발신 내역, 장비 사용 기록 등 구체적인 입증 자료가 없으면 연구부정일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교수의 구두 진술이나 확인서 등만으로는 공저자 자격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고3 아들을 논문 공저자로 실은 뒤 “아들의 기여도가 60%”라고 주장한 청주대 A교수의 진술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연구진실성위는 자녀의 기여를 증명할 수 있는 연구노트를 요구하면서 “검증 가능한 자료가 필요하다”고 명시했다. A교수는 실험기계 앞에서 찍은 아들 사진을 근거로 댔지만 인정되지 않았다. 청주대 연구진실성위는 만장일치로 연구부정이라고 판정하며 “자녀의 역할 및 기여도를 파악하기 어렵고, (연구부정이라는 판단을) 바꿀 증거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자녀가 주저자로 등재된 경우 더 높은 수준의 증명을 요구했다. 통상적인 주저자의 기여도를 고려할 때 보다 구체적인 연구 참여 내역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포항공대 B교수와 건국대 E교수는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지수(SCI)급 논문에 자녀를 제1저자로 올렸다가 이번에 연구부정 행위로 판정 받았다.

E교수는 딸이 고등학교 3학년이던 2013년 미국 대학의 한 교수와 함께 면역학 관련 주제의 논문을 국제학술지에 발표했다. 총 9명의 저자 중 딸의 이름이 첫 번째 순서로 실렸다. E교수는 당시 공동 책임저자였던 미국 교수가 작성한 딸의 추천서를 근거자료로 제출했다. 건국대는 “공동 책임저자가 작성한 추천서를 확인한 결과 자녀의 연구 참여 사실, 기간 및 역할에 대해 피상적으로 인정하고 있다”면서도 “자녀가 제1저자라는 점을 고려할 때 연구 참여에 대한 객관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B교수는 2010∼2012년 모두 4편의 SCI급 논문에 아들의 이름을 주저자 및 공저자로 올렸다. 마지막 논문은 면역계 질환을 주제로 한 리뷰 논문으로 아들을 제1저자로 기재했다. B교수는 아들이 초고 작성에 기여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연구진실성위는 자녀의 연구노트, 본원 출입 기록, 고교 재학 기간 등의 자료를 모두 검토한 후 “논문 관련자의 의견 등이 모두 사실에 부합한다고 해도 기여 수준이 주저자 등재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판단했다.

가톨릭대 연구진실성위는 소속 교수 2명이 논문에 자녀를 저자로 올린 행위를 연구부정이라고 판단, 교육부에 통보했지만 해당 교수들이 이의를 제기해 재심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이재연 기자 jay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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