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녘땅 살리는 생명나무를 보내자] 개간하고 땔감으로 베고… 민둥산이 병풍처럼 이어져

(上) 식량난으로 급격히 황폐화되는 북한의 산림

[북녘땅 살리는 생명나무를 보내자] 개간하고 땔감으로 베고… 민둥산이 병풍처럼 이어져 기사의 사진
지난달 30일 중국 단둥시 전안구에서 배를 타고 살펴본 북한 의주군 강변 풍경. 김일성 주석 일가 사적지에는 울창한 숲이 조성돼 있는 반면 마을 뒤편 산은 개간으로 산림을 찾아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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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구호단체 기아대책(회장 유원식)과 국민일보가 황폐화된 북한 산림을 회복하고 농촌마을의 자립을 돕는 '생명나무 캠페인'을 시작합니다. 현재 북한은 식량 부족으로 '다락밭'을 개간하고 취사와 난방을 위해 땔감으로 목재를 남벌하면서 산림 황폐화가 심각합니다. 기아대책과 국민일보는 북한 평안북도 지역에 헤이즐넛 나무, 밤나무, 복숭아나무 등 유실수를 지원합니다. 중국 단둥을 거쳐 유실수 묘목을 보냅니다. 심겨진 나무들은 북한의 황폐화된 땅을 회복시키고, 몇 해 뒤 열리는 과실은 북한 주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입니다. 유실수 한 그루에 5000원, 매달 2만원이면 네 그루의 나무를 북녘땅에 심을 수 있습니다(kfhi.or.kr/tree). 앞으로 북한의 산림 실태와 생명나무, 생명나무를 키우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3회에 걸쳐 싣습니다.

“꽤 높은 산인데도 등성이까지 다락밭을 개간한 모습이 보이지요. 식량이 부족해 주민들이 저기까지 올라가서 땅을 개간해 밭으로 쓰고 있는 겁니다. 강 건너 산림이 울창한 중국의 풍경과 차이가 나지요.”

지난달 30일 중국 단둥시 전안구 유람선 선착장에서 출발, 압록강을 따라 배를 타고 북한 의주군의 강기슭을 살피던 김주한 기아대책 대북사업본부장의 설명이다.

국민일보는 생명나무 캠페인을 위해 북한의 산림현황을 돌아보고자 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북한과 마주하고 있는 단둥을 찾았다. 김 본부장을 비롯해 단둥과 북한을 오가며 생명나무 캠페인을 담당하고 있는 해외 국적의 기대봉사단 등과 함께 북한 신의주시, 의주군, 삭주군 등을 3시간 넘게 살펴봤다.

현재 북한의 산림면적과 산림현황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얻기는 쉽지 않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나 한국의 국립산림과학원 등이 위성사진과 북한 노동신문 언론보도 및 국제사회 공개 자료 등을 토대로 추정할 따름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는 2015년 자료에서 “북한 산림면적이 1990년 820만㏊에서 2015년 503만㏊로 줄었다”고 발표했다. 1970년대 국토의 70% 이상이 울창하던 산림강국 북한에서 25년 만에 산림의 40%가 사라진 셈이다. 전문가들은 1990년대부터 대북제재와 자연재해 등으로 식량난이 심화되면서 북한의 산림이 황폐화됐다고 분석한다. 이 같은 북한의 사막화는 한국의 자연재해 발생률을 높일 뿐 아니라 통일 이후 막대한 산림복구 비용으로 돌아올 수 있다. 국립산림과학원은 향후 북한의 산림 복구 비용으로 32조원이 들 것으로 예상했다.

북한은 현재 농작물을 심을 만한 곳은 대부분 나무들이 베어져 나갔으며 일부 사적지만 보존되고 있다. 답사에 동행한 북한 소식통이 가리킨 마을을 보니 거의 헐벗은 산림 아래 작지만 유난히 울창한 숲이 보였다. 그는 “과거 김일성 주석이 찾아와 현지 지도했던 곳을 사적지로 만든 것”이라고 귀띔했다.

북한 당국도 상황의 심각성을 알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2년 취임 이후 산림복구를 강조해 왔다. 김 위원장은 2015년 2월 “전당, 전군, 전민이 산림복구를 힘 있게 벌여 조국의 산들에 푸른 숲이 우거지게 하자”고 발표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달 29일과 30일 산림복구에 전력투구하자고 호소하는 사설을 싣고 산림조성을 외면하는 지역과 해당 간부를 질타하는 보도를 내보냈다. 김 본부장은 “이런 기조를 반영하듯, 2년 전과 달리 의주군 등 곳곳에 산림이 새롭게 조성된 흔적이 보인다”며 “건너편 5부 능선 위에 심겨진 과실수들도 최근 조림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대북 소식통은 2013년부터 북한이 도입한 ‘임농복합경영’ 방식이 현장에서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고 전했다. 당장 먹을 것과 땔감이 부족한 상황에서 당국이 다락밭에 나무을 심으라고 하자 주민들의 반발이 일었다고 한다. 결국 산 경사면에 나무를 심고 나무 사이에 농작물이나 약초 등을 심는 임농복합경영을 도입했는데 호응을 받고 있다.

2012년 포전제 도입에 따른 변화도 곳곳에서 감지됐다. 포전이란 일정 크기의 경작용 논밭을 지칭한다. 농촌의 작업단위인 분조를 가족 단위로 재편해 포전을 경작토록 했다. 특히 2015년 5·30 조치에 따라 포전 경작 소득 중 40%는 국가에 내고 나머지는 주민이 가져가도록 자율성을 부여했다. 김 본부장은 “강가에 보이는 밭의 노란 작물은 콩이고 옆에는 고구마를 심은 것으로 보인다”며 “과거엔 해당 지역 상황과 상관없이 지침에 따라 무조건 옥수수만 심었는데 이제는 주민들이 여건에 따라 다양한 작물을 심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북한의 산림복구를 위해 식량지원과 연계하는 취로사업 방식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북한 당국이 양적인 목표에 치중해 산림조성을 격려하고 있지만 식량 문제가 해결되지 않다보니 실제 옮겨 심은 묘목이 살아남은 비율을 뜻하는 사름률(활착률의 북한식 표현)은 30%를 밑도는 것으로 전해졌다. 답사에 동행한 단둥 현지의 기대봉사단은 “유실수는 북한 주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 때문에 활착률이 매우 높다”며 “식량문제에 도움을 주면서 나무를 심도록 할 때 실질적인 산림복구 효과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단둥(중국)=글·사진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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