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풍향계-진창수] 아베 장기집권이 주는 외교적 과제 기사의 사진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달 자민당 총재 3선을 했다. 아베 총리가 앞으로 3년을 채우면 일본 헌정 사상 최장기 총리가 된다. 일본 정가에서는 그가 ‘운이 좋다’고들 한다. 전임 민주당 정권에 대한 국민의 실망감, 세계경제 회복에 따른 엔저와 주가 상승, 그리고 1990년대 정치개혁으로 총리의 권력 집중이라는 외부 환경이 장기집권의 배경이 됐기 때문이다.

아베에게 항상 운이 따랐던 것은 아니다. 그는 ‘전후 체제로부터 탈피’라는 우파의 주장을 강하게 제기하면서 전후 최대의 국민적 반대 데모에 직면하기도 하고, 모리가케 스캔들 등으로 지지율이 급락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장기집권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일본 사회의 변화와 함께 아베 총리가 준 안심감을 들지 않을 수 없다.

일본 정치에서 ‘변화’와 ‘안심감’은 전혀 다른 의미다. 변화는 일본 국민들이 가지는 위기감의 발로이다. 장기침체로 인한 경기 회복에 대한 열망, 중국의 부상에 대한 위기의식, 한국과 중국의 역사인식에 대한 반발은 아베의 우파 주장이 먹혀들어가는 배경이 된 것이다. 이 점에서 아베는 일본 사회 변화를 대변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에서 포스트 아베는 아베와 다른 모습일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일본 사회의 변화를 간과한 것이다.

아베 총리에게서 느끼는 안심감은 고용 안정으로 상징되는 경기 회복과 외교에서의 존재감이 국민에게 어필한 것이다. 소비세 증세를 두 번씩이나 연기하면서까지 경기 회복을 유지하겠다는 그의 주장에 일본 국민들은 긍정적 평가를 내린 것이다. 또한 어떤 총리보다 적극적인 외교 활동으로 일본의 주장을 세계에 알린 것에 많은 국민들이 공감한 것이다.

그 예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골프 회동에서 보여준 해프닝(벙커에서 넘어진 것을 공개)을 한국에서는 굴욕외교라고 지적한 데 비해 일본 국민은 아베 총리가 국익을 위해 노력한 것으로 보았다. 그 결과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지도자로서 국민들에게 자리매김한 것이다.

그렇다고 아베의 지지기반이 탄탄한 것만은 아니다. 최근 일본 오키나와현 지사 선거에서 야당 지원을 받은 후보가 당선되면서 정권 운영에 먹구름이 낄 전망이다. 벌써부터 여당인 자민당 내에서 내년 여름 예정된 참의원 선거에 대한 위기감이 퍼지고 있다. 지난 9월 총재 선거에서도 아베 총리는 지방표의 55%밖에 획득하지 못하면서 ‘아베로는 참의원 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는 주장이 대두됐고, 이번 오키나와 선거의 패배로 더욱 힘이 실리게 됐다. 아베에 대한 불신의 씨앗은 안보체제의 강행, 모리가케 스캔들의 대응에서 보여준 오만함이 염증을 키운 부분이 있다. 따라서 아베 총리가 숙원으로 내건 헌법 개정에도 적지 않은 영향이 미칠 것으로 보인다. 내년 참의원선거가 아베 정권의 행방과 함께 헌법 개정에도 결정적 변수가 될 것이다.

아베 총리의 미래는 아베노믹스의 연착륙과 외교 성과에 달려 있다. 소비세 증세를 앞두고 아베노믹스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에서 그가 주장하는 ‘전후 외교의 총결산’이야말로 정권의 중요과제가 될 것이다. 이를 의식이라도 한 듯 아베 총리는 정상 간 개인적인 신뢰관계를 강조하고 있다. 그 예로 최근 미국 뉴욕에서 미·일 정상회담 당시 트럼프가 ‘신조(아베 총리)가 아니면 관세를 부과해야 한다’고 말한 것을 아베는 국민들에게 부각시켰다. 아베가 주장하듯 정상 간 신뢰가 ‘전후 외교의 총결산’에서 잘 통할지는 의문이다. 최근 동방포럼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전제 조건 없이 일본과 평화조약을 체결하자고 주장하면서 아베의 정상 간 신뢰는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 아베의 남아 있는 최대 과제는 북·일 관계의 정상화일 것이다. 일본이 북한과 교섭을 진행하면서 북한 비핵화를 추동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면 한·일 양국이 윈윈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를 고려하면 한국도 일본의 북·일 관계 개선에 관심을 가지고 적극성을 발휘할 때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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