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스포츠]‘의자 뺏기’ ‘왕복 달리기’… 놀이 즐기며 체력 다진다 기사의 사진
지난 8일 서울 관악구의 한 어린이집에서 생활체육지도자 김명재씨(왼쪽)가 아이들과 ‘의자 뺏기’ 게임을 하고 있다. 권현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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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국민체력실태조사 결과 20대의 체격은 커졌지만 체력은 지속적으로 저하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에서 20대는 부모세대의 20대 시기(1989년)와 비교할 경우 키, 체중은 늘었으나 유연성, 순발력, 근력이 일부 감소했다. 반면 다른 나이대의 경우 대체로 체력이 향상된 것으로 나타나 대조를 이뤘다. 일부 연령대가 아닌 전 연령대에서 골고루 생애주기별 체육 활동이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국민일보는 대한체육회와 공동으로 생애주기별(유아, 청소년, 성인, 어르신) 체육 활동의 현황 및 활성화 방안을 점거하는 생애주기별 체육활동 시리즈를 5회에 걸쳐 연재한다.

“다음엔 제가 할 거예요.” “한 번 더 하고 싶어요.”

지난 8일 서울 관악구의 한 어린이집 2층. 형광색 천을 바지 뒤에 꽂은 후 서로 뺏는 ‘꼬리잡기’의 다음 순서를 정할 때가 되자 만 5세반 아이들이 손을 힘차게 뻗으며 외쳤다. 아이들을 지도하는 생활체육지도자 김명재씨가 그 중 3명을 골라 삼각형 대형으로 세웠다. 김씨가 호루라기를 불자 아이들은 서로의 천을 뺏기 위해 뛰기 시작했다. 한동안 서로의 뒤를 쫓아 천을 뺏으려고 이리저리 달리던 아이들이 김씨의 호루라기 소리에 가쁜 숨을 몰아쉬며 환하게 웃었다.

곧이어 의자 주위를 맴돌다 의자에 서로 먼저 앉는 ‘의자 뺏기’가 이어졌다. 김씨는 한 게임이 끝날 때마다 의자의 숫자를 줄였고, 탈락한 아이들은 아쉬워하면서도 곧바로 자기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김씨는 이날 꼬리잡기와 의자 뺏기 외에도 5m 정도 떨어진 곳에 놓인 공 3개를 한 개씩 옮기는 ‘왕복 달리기’, 의자 뺏기와 비슷한 방식으로 서로의 원반을 차지하는 ‘우리집’ 경기를 통해 40분간 아이들을 끊임없이 움직이게 했다. 힘들어 하는 아이가 있으면 잠시 쉬도록 했지만 아이들은 대부분 김씨의 구호와 호루라기 소리에 맞춰 부지런히 내달렸다.

김씨가 이날 진행한 프로그램은 서울시체육회의 유아 생활체육 지원 사업의 일환이다. 생활체육지도자 자격증을 보유한 지도자들이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학교 등을 찾아 지도한다. 해당 어린이집 5세반 아이들은 지난 3월부터 매주 1회씩 김씨로부터 지도를 받고 있다.

생활체육 지도 대상이 유아들인 만큼 특정 스포츠 종목보다는 놀이처럼 즐겁게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여러 개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상황에 따라 아이들이 흥미를 가질 만한 프로그램으로 바꾸기도 한다. 김씨는 “아이들이다 보니 흥미가 낮으면 참여도가 크게 떨어진다”고 밝혔다. 아이들은 프로그램을 통해 체력이 향상되고, 자연스럽게 규칙도 몸에 익힌다. 김씨는 “아이들의 체력이 점차 좋아지는 게 보인다”며 “처음에는 왕복 달리기를 하다가 많이 넘어지기도 했지만 지금은 잘 넘어지지 않고 완주하는 아이들이 많다”고 말했다.

유아시설의 만족도도 높은 편이다. 아파트에 거주하는 아이들이 대부분이고, 맞벌이 가정이 많아 신체활동을 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해당 프로그램이 좋은 기회가 되고 있다. 해당 어린이집 최형현 원장은 “맞벌이 부모의 경우 아이들과 신체활동을 함께 하는 것이 쉽지 않다”며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안전하게 신체활동을 할 수 있어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유아기는 생애주기별 체육활동의 토대를 구축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시기다. 반면 정부의 생애주기별 체육활동지원 프로그램에서 유아 대상 프로그램은 거의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전문 지도자 배치와 프로그램 보급을 통해 유아의 지속적인 체육활동 참여와 신체 발달을 유도할 수 있다.

대한체육회와 정부는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해 2014년 ‘유아체육꾸러미교실’을 도입해 별도 운영 중이다. 이 사업은 시·군·구 체육회 단위로 이뤄지는 생활체육지도 사업 중 유아에 초점을 맞춘 사업이다. 솜털공, 낙하산, 평행봉 같은 체육용품 꾸러미를 어린이집에 배치한 후 생활체육지도자가 현장을 찾아 매주 2회(1회당 1시간 안팎) 생활체육을 지도한다. 사업 첫해인 2014년에는 전국 119곳에서 사업을 시작해 올해는 400곳으로 확대했다.

또 올해부터 유아기초운동능력 측정지표를 개발하기 위한 용역도 시작했다. 만 3∼5세 유아의 기초운동능력을 측정하기 위한 사업으로 내년에 측정도구를 개발해 2020년 측정에 들어간다. 차하영 대한체육회 생활체육부 과장은 “영유아 발달 검사가 있지만 체육 분야에선 영유아의 체력을 측정하는 지표가 따로 없었다”며 “지표가 마련될 경우 향후 생애주기별 체육활동 사업의 내실을 기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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