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남북 정상이 합의한 ‘판문점선언’의 국회 비준을 놓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한반도 상황이 빠르게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데 국회는 판문점선언 비준동의안을 상임위에 상정조차 하지 않은 채 제자리에 멈춰 있다”고 비판했다. 국회가 해야 할 기본적 책무를 다하지 못하고 있다며 그 예로 이 문제를 들었다. 현재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비용추계를 할 수 없다며 비준 불가로 입장을 정리한 상태다.

어렵게 이룬 남북 평화공존 분위기를 확고히 하려는 문 대통령의 뜻을 이해 못할 바 아니다. 그러나 판문점선언 비준은 북한의 비핵화 약속 진전과 맞물려 갈 수밖에 없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4차 방북에도 불구하고 북핵 폐기에 의미 있는 진전은 없었다. 이번 방북에서 북한의 핵 신고와 미국의 종전선언 간 빅딜이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는 다시 무산됐다. 북한이 핵을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론자들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형국이다. 이런 만큼 구체적인 대북사업 비용추계도 없는 판문점선언 국회 비준을 밀어붙일 일이 아니다.

대북 전략의 측면에서도 국회 비준 카드를 지금 써버릴 게 아니다. 판문점선언 국회 비준은 북한의 미진한 비핵화를 강제하기 위한 레버리지(지렛대)가 될 수 있다. 북한에게 이처럼 비핵화 조치에 소극적이면 판문점선언 비준 등을 통한 남북관계 개선도 속도를 내기 어렵다는 걸 인식시켜야 한다. 북한이 지금처럼 시간벌기를 본격화하는 판에 귀중한 카드를 허비해선 안된다.

미국 조야의 북한 비핵화에 대한 전망은 대북 강경파는 물론 온건파까지도 부정적이다. 이미 한국 정부가 지나치게 과속한다는 불만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국회 비준은 미국의 의구심을 더 키울 위험이 있다. 북한 비핵화는 미진한 데 남북관계 개선에만 욕심 낼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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