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아들, 단순작업했다”더니…조사 들어가자 “핵심 기여” 기사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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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에 “번역·자료수집 맡았다” 인정했던 교수
대학 연구윤리委엔 “독창적 아이디어 제시” 진술 번복
딸이 실험기구 세척했다던 교수도 연구진실성委선 학술적 기여 주장
“기록 없다” “신고대상인줄 몰랐다” 대학측 조사에 ‘배째라’식 대응


연구 기여도가 낮은 미성년 자녀(초·중·고교생)를 자신의 논문 저자로 등재했다는 의혹을 받던 여러 교수들이 각 대학 연구진실성위원회 조사에서 말을 바꾼 정황이 드러났다. 애초 단순작업만 했다고 인정했던 교수들은 대학 조사에서는 “핵심적 기여를 했다”고 주장했다. 연구진실성위는 이를 곧이곧대로 믿고 ‘문제없음’ 판정을 내렸지만 교육부는 “증거가 없다”며 보완을 지시했다.

성균관대 연구윤리위는 지난 5월 고등학생 아들을 2편의 논문 저자로 올린 A교수에 대한 예비조사에서 “자녀가 독창적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데이터를 획득하고 분석·해석하는 일을 실질적으로 수행해 저자로서 인정받을 만한 기여를 했다고 판단된다”며 추가적 소명자료나 본조사가 불필요하다고 의결했다. 이후 연구부정이 아니라는 결론을 교육부에 전달했다.

해당 논문은 각각 특정 질환의 유전율과 부정교합 환자의 발음에 관한 내용으로 일반적인 고등학생이 이해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였다. A교수 역시 지난해 12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아들이 영문 번역과 자료 수집 등 단순작업을 했다”고 해명했었다. 학술적 기여로 보기 어렵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국내 논문이라 문제가 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고 했다. 진술이 180도 바뀐 셈이다. 아들은 이후 논문 실적을 생활기록부에 적었고, 수시전형으로 명문대 의대에 합격했다. A교수는 “대입에서 논문 실적 덕을 봤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교육부 자문단은 성균관대 조사결과에 대해 “독창적 아이디어를 제시했다는 근거가 확인되지 않고, (성균관대 측이) 데이터 정리나 초안 작성에 대한 증빙자료를 확인했는지 역시 확인 안 된다”고 지적하며 반려했다.

고교생 딸을 SCI급 논문 2편에 공저자로 올린 연세대 B교수도 지난해 국민일보에 “딸이 전문용어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매우 어려워했다. 실험기구 세척, 기본적 실험 등을 담당했다”고 인정했지만 연세대 연구진실성위는 연구부정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연세대 연구처 관계자는 “자녀가 학술적인 기여를 했다는 주장이 인정됐다”고 말했다.

교수들의 낯 뜨거운 윤리의식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일부 대학들은 “비협조적인 교수 때문에 난처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입을 모았다. 기한 내 자료를 내지 않는 등 ‘배째라’는 식으로 나오는 교수들도 많았다고 한다.

한 지방대 연구지원팀장은 “연구노트 같은 물증을 주셔야 하는데 계속 ‘참여했다. 확실하다’고만 고집 부리는 교수가 있었다”며 “어떻게든 결론을 내려야 하는 입장에서 굉장히 난감했다”고 토로했다.

연구진실성위에 출석해 낯 뜨거운 발언을 쏟아낸 교수들도 있었다. 경일대의 한 교수는 ‘연구노트 같은 객관적 자료를 제출해 달라’는 연구진실성위의 요구에 “2005년부터 교수직을 수행하면서 연구노트를 한 번도 기록한 적이 없어서 연구노트가 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연구노트는 국가연구개발사업 참여 때 의무 작성토록 돼 있다.

대구대의 한 교수는 ‘자녀가 논문 초안에 중요한 기여를 했느냐’는 위원의 질문에 “딸의 영어 실력이 매우 뛰어났다. 논문의 영문 초록 교정에 기여했다”고 했다. 1차 실태조사에서 자진신고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공저자이긴 하지만 학교 연구실적등록 시스템에 ‘보조원’으로 명시했기 때문에 조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교수사회 내부에서는 “말 그대로 참담한 심정이다. 부끄럽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대한화학회장을 지낸 한 교수는 “지나가는 고등학생 붙잡아 논문에 참여시켜 달라고 하면 어느 교수가 해주겠느냐”며 “결국 자녀여서 가능했던 일인데 당당하게 아무 문제없다고 하는 모습이 같은 교수로서 창피하다”고 말했다.

이재연 기자 jay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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