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기여하면 괜찮다?… 자녀 참여 자체가 ‘이해충돌’ 기사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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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연구윤리 가이드라인 보면 “아들 참여 괜찮나” 질문에
“문제 된다… 당국의 허가 필요” 객관적 평가 힘든 상황으로 간주
저자 자격 가이드라인 만들어야… 교수사회 인식 없는 것도 문제


‘교수 자녀 논문 저자 끼워넣기’는 연구윤리 규제 사각지대와 교수사회의 낮은 윤리의식이 결합된 결과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관된 견해다. 학계의 자정 노력과 정부 차원의 제도 개선 마련 두 가지가 모두 이뤄지지 않는다면 비슷한 사례가 계속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11일 교육부에 따르면 ‘교수 미성년 자녀의 논문 공저자 표기에 관한 검토자문위원회’는 최근 이런 내용의 보고서를 정부에 제출했다. 자문위는 이해충돌 개념에 대한 학자들의 인식을 개선하고, 학문 분야별로 저자 표기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자문위는 교수가 자신의 자녀를 논문 저자로 올리는 행위는 그 자체로 이해충돌인데도 교수들이 이를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학계에서 이해충돌이란 연구자가 연구결과와 과정을 둘러싼 각종 이해관계 때문에 객관적 판단을 하기 어려운 상황을 뜻한다. 대부분의 학술지는 논문의 마지막 부분에서 연구자가 스스로 ‘이해충돌 상황이 없었음’을 선언토록 하고 있다.

해외 학계에서는 자녀 저자 등재 문제를 이해충돌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부모가 자녀의 능력이나 기여를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게 이유다. 실제 미국 환경보호청 연구윤리 가이드라인 질의응답집을 보면 ‘고등학생 아들이 환경에 관심이 많아서 팩트체킹을 시키고 저자 권한을 주려고 하는데 문제가 되느냐’라는 질문에 ‘문제가 된다. 관계 당국의 허락을 먼저 받아야 한다’는 답변이 달려 있다.

국내에서는 자녀를 논문 저자로 올린 교수들이 “해외에서는 오히려 장려되는 사항”이라고 반박할 정도로 이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상황이다. 김우재 캐나다 오타와대 의대 교수는 “해외에서는 이 문제를 더 엄격하게 본다. 한국 사회의 왜곡된 가족주의가 학계에까지 스며들어 인식 수준이 낮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자문위는 이해충돌 방지를 위해 교수 개인 프로젝트에는 고등학생 참여를 금지하거나 아예 가족관계 등에 대한 정보를 공개토록 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특히 이번 조사로 “자녀가 연구에 기여했다면 연구부정이 아니므로 괜찮다”는 오해가 생겨서는 안된다고 조언했다. 자문위는 “교수 미성년 자녀의 논문 저자 건은 연구윤리와 이해충돌이 겹쳐지는 영역”이라며 “이 문제를 연구윤리로만 접근하면 향후 이런 행위가 만연할 근거가 될 우려가 있어 이해충돌 문제에 대한 지적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저자 자격에 대한 통일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국내에는 공신력이 있는 구체적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아 대학마다 각기 다른 기준을 적용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번 조사에서 일부 교수들은 자녀가 단순작업만 한 사실이 인정됐는데도 연구부정이 아니란 판단을 받았다.

자문위는 “부당한 저자 표기는 연구자의 연구윤리 의식 부족이 가장 큰 문제지만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부재한 것도 매우 큰 원인”이라며 “학문 분야별로 저자 기준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를 위해 교육부가 한국연구재단을 통해 국내 학술지에 가이드라인 확립을 요청하고, 이를 학술지 평가에 반영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에 대한 논의가 일회성으로 끝나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인재 대학연구윤리협의회 사무총장은 “이번 조사로 일부만 면죄부를 받고 아무것도 개선되지 않은 채 끝날까 우려된다”며 “교육부와 대학들은 일회성 조사에 그치지 말고 이번 사태에서 배운 교훈을 시스템화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도 “장기적으로, 꾸준히 윤리의식을 개선해 나간다는 생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교수사회의 자정에만 기대서는 안된다는 쓴소리도 나왔다. 엄창섭 대학연구윤리협의회장은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학원생 중 60% 정도가 저자 문제로 불만을 갖고 있다”며 “미성년 자녀 등 저자 자격을 둘러싼 갈등은 한마디로 시한폭탄”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해충돌 관련 규정을 만들고, 각 대학의 연구진실성위 조사 결과를 공개하도록 하는 등 제도 개선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연 기자 jay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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