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돈으로 명품 가방 사고 아들 대학 등록금 납부 기사의 사진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11일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각 시·도교육청의 2016∼2018년 유치원 감사보고서. 최현규 기자
각 시·도교육청 감사에서 비리가 적발된 사립유치원의 실명과 비리 내용이 공개됐다. 일부 시·도교육청이 유치원 이름을 공개한 적은 있지만 전국 단위로 일괄 공개된 건 처음이다. 사립유치원들은 ‘사립유치원 죽이기’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내년도 원아모집을 앞두고 후폭풍이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11일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에서 제출받은 2016∼2018년도 감사자료와 실명을 공개했다. 자료를 보면 사립유치원들이 유치원 돈으로 개인 차량의 유류비를 지출하거나 옷을 구입하는 등의 행태가 담겨 있다. 경기도 한 유치원은 유치원 체크카드로 명품 가방을 사고 노래방, 백화점 등에서 1000여건 5000여만원어치의 부적절한 지출을 했다. 이곳 원장은 유치원 교육비 계좌에서 큰 아들의 대학교 입학금과 수업료, 둘째 아들의 연기아카데미 비용을 지불했다.

박 의원은 “학부모의 교육 선택권 보장과 국민의 알권리 보장을 위해 유치원 실명을 공개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전국 유치원의 40%만 감사한 데 따른 결과”라며 “시·도별로 어떤 곳은 관내 유치원의 절반이 넘는 곳을 감사한 반면 10%도 못한 곳도 있다”며 사립유치원 정기 감사를 확대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 의원은 앞으로 각 시·도교육청에서 자료를 추가로 확보해 계속해서 명단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이날 오전부터 교육부에 실명 공개를 요구하다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오후 8시쯤 기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전격 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그는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게 “교육부가 위반사항이 적발된 유치원 명칭을 공개하겠다고 했는데 왜 공개 않는가. 지금이라도 실명을 공개하라”고 했고, 유 부총리는 “교육청에서 공개하는 걸로 알고 있었다”고 답했다. 박 의원이 “실명 공개가 법적 문제가 있는가”라고 묻자, 유 부총리는 “법적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교육부는 사립유치원 감사권이 시·도교육감에게 있어 교육부가 공개하는 건 ‘권한 밖’이란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박 의원과 사립유치원 사이 전운(戰雲)은 지난 5일 국회 토론회부터 감돌았다. 박 의원이 ‘유치원 비리근절 정책토론회-사립유치원 회계부정 사례를 중심으로’란 주제를 내걸자 사립유치원 관계자들이 토론회장을 난장판으로 만들었다. 박 의원은 집단적 위력행사에는 굴하지 않겠다고 했고, 사립유치원들은 “일부러 자극해 이런 상황을 유도했다”고 맞받았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 관계자는 “카카오톡 임원 단톡방에 난리가 났다. (저녁 시간에 공개해) 대응책을 구체적으로 논의하지 못했다”며 “(실명 공개가)법적 문제는 없는지 따져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호남지역의 한 사립유치원 원장은 “일부 대형유치원의 부도덕한 행태를 갖고 전체를 싸잡아 매도하고 있다. 작은 실수까지 공개하면 앞으로 어떻게 학부모를 대하는가. 인가증을 반납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이도경 신재희 기자 yid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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