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포커스-홍관희] 美·中 패권 대결과 한반도 운명 기사의 사진
지난달 30일 남중국해에서 미·중 군함이 41m까지 근접해 충돌 위기까지 간 사건은 양국 대결이 경제에서 군사로 전환되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다. 금년 7월 촉발된 2500억 달러 이상 규모의 관세분쟁이 양국 관계 최악의 시나리오로 발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난사군도에 군사기지를 만들어 요새화하고, 주변국과 영유권 분쟁 중인 광대한 해역을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는 중국에 대해 미국은 분명히 노(No)라고 말하며 항행의 자유를 실행에 옮기는 중이다. 11월에는 항모와 전투기를 동원한 대규모 군사훈련을 이 지역에서 실시할 예정이다.

미·중 쟁투의 본질은 미국 주도의 자유민주 패권(liberal hegemon) 질서에 중국이 도전함으로써 전쟁 위기가 촉발되고 있다는 점이다. 과연 기존·신흥 패권국 간 전쟁 필연성을 경고한 ‘투키디데스의 함정’ 가설이, 그레이엄 앨리슨 하버드대 교수가 15개 전쟁을 분석한 결과 예견한 대로 21세기에 현실화될 것인가.

전문가들은 힘의 분포 측면에서 중국이 아직 미국에 필적할 수 없음을 단언한다. 우선 이번 무역분쟁의 결과만 보더라도 미국은 다우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데 비해 중국의 대표 지수인 상하이 증시는 15% 이상 하락했다(10월 초 기준). 중국의 금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계획된 6%대에서 1.6% 포인트 이상의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은 필립스 곡선으로 설명할 수 없는 실업률과 인플레의 동시 하락을 만끽하며 올 2분기에 4년 만의 최고치인 4.2%의 성장률을 시현했다. 경제는 군사력을 뒷받침하는 버팀목이다.

중국의 패권 도전 의지를 간파한 미국은 공개적으로 중국의 위협을 경고하고 나섰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4일 허드슨연구소 연설에서 중국의 일대일로 팽창전략과 인권탄압을 강력히 비난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펜스 부통령의 중국 압박을 1971년 헨리 키신저의 방중 이래 최대 대중정책 전환으로 진단하면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고르바쵸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에 대한 베를린 장벽 철거 촉구 연설에 버금가는 것으로 평가했다. 이어 나온 시진핑 주석의 방북설은 미국의 대중 압박에 대한 북·중 연대 대응전략으로 해석됐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안보 무임승차를 싫어하고 방위비를 충분히 부담하는 안보 중시국을 우선 대우하고 있음은 잘 알려졌다. 최근 국방비를 증액하고 러시아와의 대결 의지를 천명한 우크라이나에 첨단무기 지원을 확대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문재인정부가 수십조원 규모의 남북경협을 계획하면서도, 1조원 미만의 방위비 분담액을 놓고 미국과 갈등을 겪는다면 동맹에 또 하나의 치명타를 가하게 된다.

국제정치학자 케네스 월츠가 강조한 대로 국제체제는 힘에 입각해 결정되는 구조다. 강대국이 세계 구조의 근간을 만들고 약소국은 그 안에서 안보와 생존을 위한 필사적 노력을 경주한다. 필요에 따라 강대국은 약소국을 대리전(proxy war)으로 활용한다. 한반도는 미·중 양강이 부딪치는 주요 접점이다. 한국이 한·미 동맹에서 이탈하면 장기판의 졸(卒) 운명을 피할 수 없다. 트럼프·아베 회담에서 주한미군 문제가 거론된 것은 어깨너머로 우리 운명이 좌우될 수 있음을 강력히 시사한다.

남북 정권이 공동 추진하는 종전선언→평화협정 전략이 주한미군 위상에 결정적 타격을 줄 것임은 분명하다. 종전선언이 “미군을 철수시킬 위험한 비탈길”이라는 웨인 에어 유엔군 부(副)사령관의 지적에 귀 기울여야 한다.

문재인정부는 미·중 간 전개되는 제2의 냉전 흐름에 대처하기는커녕, 역으로 냉전의 해체와 ‘한반도 새 질서’를 꿈꾸고 있다. 그러나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에서 추구되는 검증되지 않은 평화는 희망으로만 존재할 뿐 위험한 도박이 될 수 있다. 대북 정찰 역량을 제한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격노를 유발한 것으로 보도된 남북 군사합의는 즉각 수정 또는 폐기돼야 마땅하다.

홍관희(성균관대 초빙교수·정치외교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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