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에서-민태원] 임종실 설치 의무화하자 기사의 사진
“파킨슨병으로 입원 중이던 어머니. 어느 날 병원으로부터 어머니가 위독하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불안한 마음을 달래며 병원으로 달려갔습니다. 평생 자식을 위해 희생하며 살아오신 어머니는 병실이 아닌, 간호사실 옆에 있는 어수선하고 사방이 개방된 낯선 처치실이라는 곳에서 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며칠 전 1인실 사용을 권유받았지만 하루 20만원이라는 부담에 형편상 그럴 수가 없었는데, 다인실 환자의 임종은 다른 분들 불안해하니 어쩔 수 없다고 하더군요. 어머니의 마지막을 이런 초라한 곳에서 맞이할 수밖에 없었던 저 자신에게 너무 화가 났고 미안했습니다. 더 좋은 곳에서 함께하지 못한 못난 자식이어서 지금도 어머니를 생각할 때마다 마음이 아파 속으로 울기도 합니다.”

임종기 돌봄을 다루는 의사들 단체인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에 최근 접수된 상담 사례다. 병원에서 죽음을 맞는 대다수 한국인과 그 가족이 맞닥뜨리는 현실이기도 하다. 학회는 지난 주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이 사례를 거론하며 병원마다 임종실 설치를 의무화해 달라고 촉구했다.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이 생의 마지막에 차별받지 않고 존중받는 죽음을 맞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마련해 달라는 것이다.

한국인의 75%는 병원에서 죽음을 맞고 있지만 존엄하고 품위 있게 생을 마감하기에 적합한 공간은 많지 않다. 죽은 이후에 상주가 문상객을 맞는 장례식장은 병원마다 큰 공간을 차지하며 화려하게 성업 중이나, 죽어가는 순간에 임종자가 편안히 삶을 정리할 수 있는 임종실은 좀처럼 찾기 힘들다. 그간 임종실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언론 보도가 간혹 나오고 관련 법안이 국회에 발의된 적도 있지만 이후 별다른 변화 없이 유야무야 됐다. 의사들이 국민청원에 나선 이유다. 지난 13일 청원 글이 처음 게시된 이후 동참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지금도 말기 환자의 임종 돌봄을 위한 호스피스 제도가 있지만 모든 국민이 이용하기에는 시설이 너무 부족하고 제약도 많다. 독립된 임종실을 갖추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호스피스 전문기관은 지난 8월 기준으로 전국 100곳(시범사업 중인 요양병원 16곳 포함)에 불과하다. 호스피스 이용 대상 질환도 암과 에이즈, 만성간경화,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등 4개 질환에 국한돼 있다. 그래서일까. 2016년 기준 전체 암 사망자(7만8000여명)의 17.6%만이 호스피스를 이용했다. 모든 사망자(28만여명)로 넓히면 호스피스 이용률은 4.9%로 뚝 떨어진다. 다시 말해 한해 사망자의 95%가량은 제대로 된 죽음의 공간에서 존엄하고 품위 있게 마지막 순간을 보내지 못한다는 뜻이다.

임종실은 가족과 함께 죽음을 준비하고 헤어질 수 있도록 하는 공간이다. 그런데 호스피스 전문기관 외에 별도의 임종실을 운영하는 국내 병원은 거의 없다. 큰 대학병원들도 수익성이 적다는 이유로 설치를 꺼린다. 그래서 대부분은 여러 사람이 함께 입원하는 다인실에서 말기를 보내다 임종 직전에서야 비어 있는 1인실 혹은 중환자실로 옮겨지거나 경제 여건상 그것도 여의치 않으면 간호사 처치실에서 죽음을 맞는다. 간호사 처치실은 트인 공간이라 가족들이 환자와 이별을 준비하며 울음소리조차 내기 어렵다. 장기 와상(臥床) 환자가 많은 요양병원의 임종 환경은 더 열악하다. 대다수가 누워 지내던 병상에서 그대로 눈을 감는다. 옆에서 그 과정을 지켜보는 다른 환자들에게는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반면 별도 임종실이 있으면 이런 폐를 끼치지 않고 환자와 가족들이 충분히 대화하면서 마지막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몇 년 전 취재차 찾은 대만과 영국의 경우 요양병원을 포함해 대다수 의료기관이 의무적으로 임종실을 갖추고 있어 인상적이었다. 우리도 호스피스 병동뿐만 아니라 죽음을 경험하는 모든 의료 현장에서 환자와 가족들이 차별 없이 존엄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하루빨리 이뤄졌으면 한다. 그 시작은 모든 병원에 임종실을 마련하는 것이다.

민태원 사회부 부장대우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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