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정인찬 <14> 흑인 폭동으로 교포 상점 피해… 기도·대화로 수습

흑인 지도자 대부분 교회 출석 교인 “우리는 한 형제” 곧 얼싸안고 화해

[역경의 열매] 정인찬 <14> 흑인 폭동으로 교포 상점 피해… 기도·대화로 수습 기사의 사진
휴스턴한인교회 담임목사 시절, 갓난아이에게 축복기도를 하고 있는 정인찬 총장.
‘자녀교육을 책임지는 휴스턴한인교회’라는 표어를 내걸었다. 올곧은 기독교 신앙교육에 전념하니 많은 어린이들이 몰려왔고 교회학교가 급속히 성장했다. 유치원도 설립했다. 어린이들이 나오니 고구마 줄기에 고구마 딸려 나오듯 어른들도 교회를 찾았다. 또 중·고등부와 청년들이 성령으로 변화되면서 교회 각 조직이 역동적으로 움직였다.

교회가 성장하니 다른 상급도 주어졌다. 신설 연합기관인 미주한인기독교총연합회 초대 대표회장에 선출된 것이다. 50여개 주의 한인교회를 대표하는 자리였다. 사실 나는 교단 정치에 관여할 생각이 없었다. 그런 나를 각 지역 연합회장들이 추천했다. 결국 이 직책을 맡게 됐다. 어깨가 무거웠다. 미주 한인교회 간 협력과 연합, 세계선교 활성화, 이단·사이비 척결, 심지어 한인사회의 각종 문제에까지 관여했다.

취임식 때 “연합회 대표회장을 명예로 생각하지 않고 멍에로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낮은 자세로 교회와 이웃을 섬기겠다는 의미였다.

임기 중에 큰 사건이 발생했다. 1992년 4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흑인들이 폭동을 일으켜 방화와 폭력, 절도가 횡행하는 무정부 상태가 된 것이다. 백인경찰들이 과속으로 운전하다 도망치던 로드니 킹이라는 흑인을 붙잡아 마구 구타한 사건이었다.

이 일은 텔레비전으로 생생하게 보도돼 흑인사회에 공분이 일었다. 하지만 법원은 폭행을 가한 백인경찰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결국 인종차별과 경제적 박탈감에 시달려 온 흑인들의 분노가 폭발한 것이다. 그런데 이들의 분노는 백인뿐 아니라 애꿎은 한국계 주민들에게도 향했다. 이 폭동으로 55명이 죽고 2000여명이 다쳤으며, 특히 한국계 주민들의 상점과 주택의 피해가 컸다.

흑인들은 한인들이 자기 마을에서 상점을 오픈해 돈을 벌면 큰 도시로 나가 자녀들을 교육시키고 차별대우를 한다고 했다. 미국 내 한인들의 입지와 생계를 넘어 생명까지 위협을 받았다. 과격한 한인들은 총을 구입해 맞대결을 하기도 했다.

미주기독교총연합회는 이 문제 해결을 위해 기도를 당부했다. ‘칼을 쓰는 자는 칼로 망한다’는 예수님의 말씀을 푯대로 삼았다.

다행히 흑인 지도자들은 대부분 교회에 출석하는 교인들이었다. 총 대신 하나님 사랑의 복음으로 접근했다. 폭동 며칠 뒤 연합회 임원과 한인사회 지도자들은 흑인 지도자들을 만났다. 먼저 죄송하다고 했다. 또 흑인 자녀들에게 장학금을 주고 흑인 마을에 필요한 일이 있을 때마다 기부금을 냈다. 하나님의 사랑으로 흑인들을 품은 것이다.

설득을 거듭했다. “비록 인종과 피부색은 달라도 같은 하나님의 자녀요, 그리스도 안에서 한 형제요 자매가 아니냐”며 끌어안고 기도했다.

흑인 지도자들은 한인 목회자들의 이런 행동과 도움에 큰 감동을 받았다.

“오! 하나님. 우리는 한 형제요 자매입니다. 저희들이 잘못을 저질렀습니다.”

이번엔 흑인들이 사과했다. 서로 얼싸안고 울었다. 이 일로 한인과 흑인들은 차츰 가까워졌다. 정부나 경찰이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를 교회가 나서 해결한 것이다. 하나님 사랑이 문제의 답이 된다는 것을 또 한 번 깨달았다.






정리=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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