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신인균] 하체가 빈약한 한국군 기사의 사진
촉한의 승상 제갈량이 북벌을 한다. 촉은 지형이 험악해 대규모 군대가 진격하기 위해서는 도로를 정비해야 한다. 제갈량의 군대는 장안의 서쪽 전략요충지인 진창성을 함락시키기 위해 목책으로 두른 진을 치고, 충차나 정란 등 공성무기들을 동원해 공격한다. ‘삼국지연의’에 나오는 장면들인데, 모두 공병과 관계된 일화다. 공병은 보병과 함께 가장 오래된 병과다. 진격로를 개척하는 것은 물론 공성무기도 만들어 공격하고, 병영을 건설하기도 한다. 트로이의 목마와 수공으로 거란군을 격파한 강감찬의 귀주대첩도 공병의 작품이다. 이처럼 오래된 병과가 또 있다. 2차 페르시아 전쟁에서 마라톤전투의 승리를 알리기 위해 뛰어왔던 전령과 더 신속한 전달을 위해 만들었던 전서구·봉화 등은 모두 현대의 통신병과다.

유럽을 석권했던 나폴레옹과 히틀러는 공통적으로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졌으며 그로 인해 비참한 종말을 고했다. 후속 군수지원이 제대로 되지 않은 탓이다. 낙동강에서 맹공을 퍼붓던 북한군이 인천상륙작전 직후 도미노처럼 패주한 것도 군수지원이 되지 않음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다. 또 러시아와 오스만제국의 전쟁인 크림전쟁에서 오스만을 도운 영국의 야전병원에는 나이팅게일이 있었다. 장기간의 전쟁에서 한정된 자원인 병력을 다시 치료해 싸우게 만드는 것은 아주 중요한 일이었다. 거기에 더해 현대에 와서는 초동조치를 잘해 전후 국가재건 인력 확보는 물론 보훈비용 급증에 따른 재정 부담을 줄여주는 중요한 요소가 군 의료체계다.

전쟁을 해 본 나라들은 펀치력 외에도 군수·공병·통신·의료 등 전투지원병과 전력 확충에 대단히 신경 쓴다. 이런 준비가 잘 돼 있는 나라는 전체 전력은 물론 전쟁지속력이 강하기 때문에 섣불리 건들기 어렵다. 그게 바로 전쟁억제력이다. 문재인정부 출범 직후부터 진행된 국방개혁2.0의 최종 목표는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이다. 전작권을 전환하기 위해서는 북한 비핵화가 되든지, 북한을 독자적으로 제압할 수 있든지 하는 조건이 있다. 미군 도움 없이 북한을 제압하기 위해선 지원 분야 확보가 필수다. 그동안 이런 지원 분야는 대부분 미군이 맡아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방개혁2.0은 줄어드는 병력을 상쇄하기 위해 펀치력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우리는 전쟁 기획을 안 해본 나라이기 때문에 지원 분야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다. 이는 전작권 전환이 위험한 이유가 된다. 가장 중요한 군수 분야 예산은 국방예산 증가율보다 한참 아래로 처진다. 공병은 더 한심하다. 펀치력인 탱크와 장갑차는 세계 최강으로 꾸려놓았지만 탱크 앞에서 진격로를 개척할 공병은 방호가 되지 않는 덤프트럭을 타고 가야 하는 어이없는 현실에 직면해 있다.

국방개혁으로 병력이 줄어드니 육군 병력이 대폭 삭감된다. 육군 전체는 24% 감축되는데, 공병은 42%나 줄어든다. 장군 수를 줄여야 하니 공병의 장군 티오 가운데 소장 자리를 모두 없애버린다. 공병은 이제 준장이 최고 계급이다. 통신 분야는 실시간 네트워크는 고사하고 휴대폰 없이는 소통이 안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의료 분야의 경우 미군은 국방비의 7.1%를 쓰는데, 한국군은 국방비의 0.6%가 의료예산이다. 미군은 24명의 장군 편제를 해놨는데 한국군은 장군이 3명이며 그나마 국군의무사령부를 폐지하겠다는 황당한 주장이 나오고 있다.

전작권 전환을 염두에 둔 국방개혁2.0과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남북군사합의서 등 군을 둘러싼 상황들이 한 치 앞을 알 수 없도록 급변하고 있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진리는 어떤 상황에서든지 전쟁을 준비해야 전쟁을 억제할 수 있다는 것이며, 전쟁은 펀치력만으로 승리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군 감축은 불가피하나 지원 분야라는 기초가 탄탄해야 승리할 수 있는 군대가 된다. 도식적인 군 구조와 인력 개혁을 지양하고 머리·팔과 함께 하체와 허리도 튼튼한 군대를 만들어 든든한 군대로 거듭나길 바란다.

신인균 경기대 한반도전략문제硏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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