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지역 리포트] 자갈마당 ‘100년 홍등’ 끄고 ‘재생 빛’ 밝힌다 기사의 사진
대구 중구 도원동 자갈마당 골목길을 따라 걷다보면 업소들 한가운데서 전시관 ‘닷(.) 자갈마당 아트스페이스(Art Space)’를 만날 수 있다. 1층 유리방과 3층의 작은 방은 그대로 보존한 채 나머지를 전시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아래쪽 사진은 아트스페이스가 들어서기 전의 모습이다. 전시관 리모델링 전에는 이곳도 성매매가 이뤄지던 업소였다. 대구=이병주 기자, 대구 중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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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청량리 588’, 부산의 ’완월동’ 등과 함께 도심의 대표 성매매집결지로 꼽히던 대구의 속칭 ‘자갈마당’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다. 아직 업소 20여곳이 남아 붉은 등을 켜고 있지만 폐쇄 압박이 점점 거세지고 있다. 자갈마당 100년의 흑역사는 막을 내리게 될까?

16일 오후 3시 대구 중구 도원동 자갈마당. 낮 시간이라 성매매 업소 대부분이 문을 닫고 있었다. 일부 문을 열어 놓은 곳에는 중년 여성들이 보였지만 손님으로 보이는 사람은 찾아 볼 수 없었다. 자갈마당 골목길을 따라 돌아다니다보니 문득 낯선 건물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성매매 업소로 보이진 않았으나 이곳이 전시관 ‘닷(.) 자갈마당 아트스페이스(Art Space)’임을 알아보는 데에는 다소 시간이 걸렸다. 건물 외벽에 설치된 조형물과 전면유리창 안을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이곳이 전시관인지 알아차리기 어려울 정도였다.

전시 준비에 한창이던 아트스페이스 관계자는 “전시관 양 옆 건물만 비었고 인근 다른 건물에서는 아직 (성매매)영업이 이뤄지고 있다”고 귀띔했다. 성매매집결지를 폐쇄하고 문화공간을 만든 사례는 있지만 아직 영업이 이뤄지고 있는 성매매집결지에 문화시설이 들어선 것은 자갈마당이 처음이라고도 했다.

자갈마당 내에 위치한 이 전시관은 지난해 10월 18일 개관했다. 이제 1년이 된 셈이다. 부지면적 194.08㎡에 3층 규모로 과거 성매매 영업이 이뤄졌던 건물을 리모델링했다. 성매매 장소의 특수성이 남아 있는 1층 유리방과 3층의 작은 방을 그대로 보존하고 나머지는 전시공간으로 꾸몄다.

대구 중구청장이 이사장을 맡고 있는 중구도심재생문화재단이 운영하고 있으며 대구 중구 골목투어 1코스, 대구예술발전소 등과 연계한 복합문화예술벨트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18일∼지난 3월 18일 김구림 등 작가 8명이 참여한 ‘기억정원. 자갈마당전’을 처음으로 열었고 2차로 지난 4월 25일∼9월 16일 ‘뮌&이명호. 자갈마당전’을 개최했다. 두 차례 전시회 기간 동안 4935명의 관람객이 다녀갔다. 17일부터 내년 3월 17일까지는 3차 전시회인 ‘정희욱. 자갈마당전’이 개최될 예정이다.

아직 붉은 등이 꺼지지 않은 자갈마당에 전시관이 들어선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아트스페이스는 자갈마당 재생 정책의 일환으로 추진된 사업이다. 도심 성매매집결지 폐쇄를 앞당기겠다는 대구시와 중구의 의지가 담긴 공간이다.

대구시가 본격적으로 자갈마당 폐쇄에 나선 것은 도원동 도심부적격시설 주변정비 추진단(TF)을 구성해 운영을 시작한 2016년 9월부터다. 대구시와 중구, 대구시교육청, 경찰, 여성단체, 대구경북연구원, 도시공사 등이 12차례 정기회의를 열었고 자갈마당 종사자와 업주, 지주 등과의 면담도 20여 차례 개최했다.

이후 유관 기관과 함께 자갈마당 입구 현금인출기(ATM) 철거, LED 보안등 47개 교체, CCTV 4대 설치, 외국인근로자 성(性) 인식 개선교육 실시(대구외국인력지원센터), 외국인 불법체류자 검문 실시(출입국관리사무소 등), 보행로 환경개선(벽화글판·대구예술발전소 외벽조명 설치), 성매매피해자 자활지원, 인도 설치(달성공원역∼창조예술발전소 구간), 청년예술 창조공간 경관조명 설치, 벽면·전주 등에 희망디자인 설치, 성매매 알선행위 단속(경찰청) 등을 진행했다.

아트스페이스 개관도 같은 맥락에서 이뤄진 것이다. 하지만 다른 규제 정책과 달리 아트스페이스는 내부로부터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정책이었다는 것이 중구 측의 설명이다. 중구 관계자는 “아트스페이스가 주민과 함께하는 치유와 변화의 거점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자갈마당 종사자들에게 아트스페이스는 조금 다른 의미였다. 자갈마당에서 만난 김모(60·전 업주)씨는 “성매매가 이뤄지는 곳에 청소년들도 드나드는 전시관을 만든 것은 여기 있는 사람들 쫓아내려는 꼼수 아니냐”며 불편한 심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아트스페이스는 자갈마당 개발이 확정되면 그 수명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중구 아트스페이스 담당자는 “아트스페이스는 중구 보조금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대구시와 중구가 개발 결정을 내리면 업무를 중단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폐쇄 정책이 물 흐르듯 진행된 것은 아니다. 강력한 반발도 있었다. 지난해 3월 대구시 등이 자갈마당 폐쇄 정책을 본격화하자 자갈마당 종사자와 지주, 업주들이 대구시청 주차장에서 “대책 없는 고사작전” “생존권 보장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격렬한 반대 집회를 열기도 했다. 이들은 당시 끝까지 대구시와 중구에 맞서 싸우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반발은 대구시가 올해 초 강력한 의지를 재확인하면서 사그라졌다. 대구시가 지난 3월 ‘성매매집결지(속칭 자갈마당) 주변정비 사업타당성 검토 및 기본구상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자갈마당을 민간이 주도하는 전면 철거 방식으로 개발해 폐쇄를 앞당기겠다고 발표했다. 여기에 올해까지 민간주도 개발 방식을 진행하고 성과가 나지 않을 경우 내년부터는 공공개발 방식을 사용하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도 보냈다. 자갈마당 인근에 대규모 주상복합아파트가 들어서는 등 급격한 환경변화로 조기 폐쇄가 시급해진 것이 대구시가 강공을 펼친 이유다.

반발하던 지주와 업주들은 대구시 방침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공공개발로 넘어가기 전에 민간주도로 개발하는 편이 그나마 낫다는 인식 때문이다. 대구시와 민간사업자 등에 따르면 자갈마당 일대 주상복합단지 신축을 위한 토지매매 동의율이 80%를 넘었다. 민간 주도 재건축을 위한 토지매매 최소 동의율(95%)을 곧 충족할 것으로 대구시는 보고 있다. 도원동 재개발위원회 관계자는 “민간이 재개발하면 이주비 등을 지원해주기로 해 이곳 사람들 대부분이 민간주도 개발 방식에 동의하고 있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 100년 흑역사 자갈마당 기억 속으로
여성 종사자 거취 문제는 여전히 숙제


자갈마당은 일제의 침탈이 본격화된 1906년 일본식 유곽 설치가 결정된 후 1909년 공창으로 최초 영업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100여년 흑역사를 이어오다가 2015년 정부가 집창촌 폐쇄 방침을 밝힌 후 쇄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특히 주변에 1200여 가구 규모의 주상복합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폐쇄 압박이 최고조에 달했다.

자갈마당이 번창했을 때는 이 일대 62개 업소에서 350여명의 여성(2004년 추정치)이 일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20여개 업소가 남았고 70여명의 여성이 일하고 있는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대구시의 계획대로 올해 안에 민간주도 개발이 확정되면 도원동 일대는 근린생활시설을 포함한 공동주택·오피스텔 등 1384가구 규모의 주상복합단지가 조성된다. 또 인근 도원아파트(4482.64㎡) 재건축도 함께 추진될 계획이다. 민간사업자 측은 연말 사업승인 신청을 목표로 최근 기본 설계 등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자갈마당 폐쇄가 기정사실화 되면서 장밋빛 청사진이 나오고 있지만 자갈마당 여성 종사자들(성매매피해자)의 거취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다. 대구시는 자갈마당 폐쇄정책을 펼치면서 성매매피해자 자활지원 사업을 벌였다. 지금까지 65명의 여성이 상담을 받았고 35명이 지원 대상으로 선정돼 2000만원 지원(10개월)과 직업교육, 상담 등의 도움을 받았다. 하지만 지원을 받지 않은 여성들에 대한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지원을 받은 여성들이 다시 성매매 업소로 돌아가지 않고 새 삶을 살 수 있도록 장기적인 지원책을 마련하는 것도 대구시의 책임이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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