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정인찬 <16> “고국 신학교서 목회자 양성, 하나님의 뜻”

한국의 신학교 설립자 제안에 고민… 반대하는 교인들 뒤로하고 학장 맡아

[역경의 열매] 정인찬 <16> “고국 신학교서 목회자 양성, 하나님의 뜻” 기사의 사진
정인찬 총장(오른쪽)이 1998년 미국 휴스턴신학대학 학위수여식에서 축하인사를 하고 있다.
휴스턴한인교회 목회와 미주한인기독교총연합회, 한인세계선교협의회 등을 통한 선교활동에 온 힘을 기울였다. 작은 신학대를 설립해 목회자를 양성했다.

한국의 대표적인 기독교 연합기구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와 연계해 통일선교대학도 세웠다. 선교의 뜻을 가진 사명자들이 이 대학을 찾았다. 내가 담임하는 휴스턴한인교회는 아낌없이 대학에 투자했다. 수료자들은 북한선교와 이슬람선교 등에 적극 나섰다.

그러던 어느 날, 한국에서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B교단 총회의 ‘목사·장로수련회’에서 3일간 말씀을 전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영성이 충만한 교단이 되고 싶다며 거듭 요청을 했다. 며칠 뒤 태평양을 건넜다. 수련회 기간 내내 기도하며 말씀을 증거 했다. 은혜가 넘쳤다. 수련회 마지막 날은 저녁도 굶고 금식하며 말씀을 전했다. 그 이튿날 묵고 있는 호텔로 전화가 왔다.

B교단의 B대학 설립자 J목사였다. 그는 자신의 대학에 꼭 방문해 달라고 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J목사의 사모가 수련회에 참석했다가 큰 은혜를 받고 남편에게 귀띔했던 것이다. 인사만 나눌 생각으로 J목사를 만났다.

J목사는 “개별교회 목회도 중요하지만 목회자를 배출하는 신학교 사역은 더 중요하다. 우리 대학에서 목회자를 양성하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그의 요청이 계속됐다.

“한 교회에서 100명의 양을 돌본다고 하나, 능력 있는 목회자 한 사람을 배출하면 100명을 넘어 1000명, 1만명의 양을 돌본 셈이 됩니다. 목회자 100명, 1000명을 배출하면 민족 복음화와 세계선교. 하나님 나라의 확장에 큰 공헌을 할 수 있습니다.”

옳은 말씀이라고 생각했다. 그와의 만남이 우연이 아니고 하나님 섭리가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입장이 난처했다. 미국에서 이민목회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정년이 된 것도 아니고 무슨 말로 교인들을 설득하나. 어떻게 하면 고국에서 목회자 양성을 할 수 있을까.’

그의 거듭되는 제안에도 선뜻 확답을 하지 못했다. 그랬더니 “안식년이라도 얻어 한국에 와 잠시 학교에서 중직을 좀 맡아 달라. 하나님의 뜻인 것 같다”라고 말하는데 그만 마음이 ‘스르르’ 녹고 말았다. 그의 말 가운데 한국교회를 사랑하고 복음을 전하기 위한 열정이 느껴졌다.

나는 “기도해 보겠습니다”라고 말하고 다시 미국으로 향했다. 미국에 도착한 뒤에도 기도 중에 주의 종을 양육하는 것은 하나님의 뜻이라는 생각이 자꾸 마음을 두드렸다.

‘예수님도 이 땅에 오셔서 12명의 제자를 양육하고 전 세계에 복음이 전해지지 않았는가.’

교회 당회에서 내 생각을 말했더니 교인들은 “절대 안 된다”며 펄쩍 뛰었다. 교인들은 내가 혹시 고국에 돌아 갈까봐 걱정하는 눈치였다.

하지만 기도 끝에 고국으로 돌아가기로 마음을 정했다. 교인들을 설득했다. 교인들은 “우리를 밟고 가라”며 성전바닥과 사택 앞에 드러누웠다. 하지만 그들의 눈물과 간청을 외면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나는 한국 B대학 신학교 학장과 목회대학원장을 맡았다. 이렇게 ‘인생 2막’은 시작됐다.



정리=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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