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블시론-전철] 거대한 전환 기사의 사진
2018년 10월 10일 한신대 신학대학원에 귀한 손님이 왔다. 과정사상을 20세기 대표적인 현대신학으로 빚어낸 신학자 존 캅 교수가 방문했다. 존 캅은 한신대 종교와과학센터(CRS)가 주최한 제3차 국제콘퍼런스 ‘생태문명의 전환을 위한 종교와 과학의 대화’ 주제의 강연을 했다. 그는 한신대 제자들뿐만 아니라 제자들을 가르치는 선생들에게도 신학의 거장이었다. 그가 20세기 중후반에 전개한 과정사상의 새로운 구상, 신학적 논쟁과 영향력은 대단하다.

20세기 과정사상은 신과 세계와 자연에 대한 새로운 사유를 그리는 격정의 모험이었다. 그런데 그가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건넨 이야기는 조금 더 서늘하고 진지하다. 90세를 훌쩍 넘긴 그가 건넨 신학적 화두는 다름 아닌 ‘생태문명(ecological civilization)’이다. 오늘날 인류가 형성한 산업문명에 대한 경고를 하며 새로운 신학적 전환이 매우 필요한 시기임을 후학들에게 호소하고 동참을 권유한다. 거북이 콧구멍에 플라스틱 빨대가 박혀 있다. 누가 버린 쓰레기가 그의 생명을 위협하며 사람들은 힘겹게 그 빨대를 뽑아낸다. 코에서는 피가 난다. 쓰레기를 버린 장본인을 찾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거북이가 소송을 걸 수 없어서가 아니다. 그 가해자의 폐와 혈관에도 누군가 버린 플라스틱이 미세하게 분해되어 다시 부메랑으로 안방처럼 드나들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생명의 고향은 생태계이며 최종적으로는 이 푸른 지구행성이다. 그리고 오늘 우리는 이 지구에서 태어날 미래의 세대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서글픈 문명을 경험하고 있다.

문명은 진리, 아름다움, 예술, 모험, 평화로 채워진다고 한다. 생태문명은 이 항목에 꼭 생태를 추가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인간과 사회를 넘어서 생명계 전체를 향한 지속가능한 대안의 삶이 그 핵심이다. 생태의 의미는 지속가능성으로 확장된다. 생태문명은 삶의 방식을 자연친화적이며 생태적으로 전환할 때만 이루어지는 배타적 방향만은 아니리라. 오히려 우리의 시선을 미래 공동체를 위하여 여는 것도 생태문명적 감수성이다.

그것은 시선의 전환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자연과 사회, 기술과 과학에 대한 태도로도 확장된다. 특히 오늘은 자연에 대한 인간의 지식이 얼마나 성숙했는지 자문할 때이다. 자연의 공공적 가치에 대한 과학기술의 사유화나 배타적 독점을 극복하는 사회 또한 큰 흐름에서는 생태문명 전환의 길이다.

분명 생태문명의 여정은 인간 이전(pre-human)의 복귀가 아닌 인간 이후(post-human)를 향한다. 이 거대한 전환의 핵심에는 전문가주의, 독점주의, 배타주의가 아닌 시민참여, 사회적 신뢰, 수평적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기반으로 중심보다 더 큰 주변이 함께 미래를 위하여 연대하고 실천할 수 있을 것이다. 생태문명을 그려나가는 여정에 종교적 감수성이 매우 필요하고 요구된다. 종교가 현대적 의미를 지닐 수 있는 것은 바로 문명의 흐름에 대한 거시적 방향감각, 균형감각, 그리고 사회와 과학기술의 그늘에 있는 시민·약자·자연의 고통에 대한 주목일 것이다. 아직 열리지 않은 미래의 시공간에 대한 의식과 미래 세대에 대한 숙고에서 사회, 과학기술, 그리고 종교의 파편적 자의식들은 거대한 전환을 향한 중요한 공명과 연대를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존 캅 교수는 생태문명이라는 21세기의 신학적 과제를 우리에게 던졌다.

그는 한신대 방문 이후 포럼 ‘지구와 사람’에서 주최한 파주 생태문명 국제콘퍼런스에 참여하고 마지막 일정을 비무장지대(DMZ) 생태 탐방으로 마무리했다. 역설적으로 DMZ 덕분에 잘 보존된 한국 생태계의 보고에 가슴이 뛰었을까. 그의 걸음은 허약한 젊은이들보다 빠르고 건강했다. 그런데 흙먼지 사이에서 보이는 소박한 신발 뒷굽이 많이 닳아 있었다. 신학뿐만 아니라 자신의 많은 것을 후학과 제자를 위하여 건네주는 그의 신앙과 인생을 말해주는 것 같아 마음이 뭉클했다.

전철 한신대 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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