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건강] 수면 무호흡증, 교통사고 위험 6∼10배 ‘시한폭탄’ 기사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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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수면기업 한국 홍보대사 맡아 인터넷 동영상 출현 위험성 알리기
단순 코골이로 생각했다간 ‘큰 코’, ‘잠버릇’ 아닌 질병… 정밀진단 필수
英·日은 직업 운전사 수면검사 의무, 국내에서도 수면다원검사 받아야
무호흡증 진단땐 운전규제 필요


“코골이 때문에 고생해 본 적 있으시죠. 사실 코골이는 단순한 소음이 아니라 내 몸이 보내는 신호입니다.”

부드러운 아빠 이미지로 인기를 끌고 있는 호주 출신 방송인 샘 해밍턴(41)이 ‘수면질환 전도사’로 변신했다. 최근 글로벌 수면솔루션 기업(레즈메드)의 한국 홍보대사를 맡아 출연한 인터넷 캠페인 영상(tv.naver.com/v/4102620)을 통해 수면 무호흡증 알리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는 “충분한 시간을 자도 아침에 가벼운 두통을 느끼거나 낮 동안 계속 피곤하면 수면 무호흡증을 의심하라”며 “방치하면 업무 효율성이 떨어지고 졸음운전의 원인이 될 수 있으니 치료를 미루지 말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자신이 직접 겪은 증상과 문제여서 진정성이 더 담겼다.

샘 해밍턴이 심한 피로감과 아침 두통에 시달린 건 몇 년째 이어져 오던 일이다. 잠이 부족한가 싶어 수면 시간을 늘려 하루 8∼9시간 푹 잤다 싶은 날도 두통과 낮 졸림증은 계속됐다. 아내에게 물어도 ‘코까지 골면서 너무 잘 잔다’는 반응이라 자신의 시끄러운 코골이 소리에 잠을 설친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만 들었다. 코골이를 낮 동안 많은 활동으로 지쳐 피곤해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현상 정도로 여긴 탓이다.

샘이 제대로 된 검사(수면다원검사)를 받고 수면에 문제가 있다는 걸 확인한 것은 올해 초다. 40대로 막 접어들고 둘째가 태어나는 등 개인적 변화가 많아 아빠나 가장으로서 책임감도 더 커지고 건강관리에도 부쩍 신경이 쓰였다.

그가 받은 수면다원검사는 여러 가지 센서를 몸에 붙인 채 잠자는 8시간 동안 호흡 변화와 산소포화도, 뇌·심전도 등을 측정한다. 검사 결과 심한 코골이와 함께 자면서 숨이 순간 순간 멎는 무호흡이 여러 차례 반복되는 증상이 관찰됐다. ‘양압기’라는 호흡 보조장치 처방이 필요할 정도로 중한 단계였다.

샘은 나이나 체형상 수면 무호흡증이 많이 생길 수 있는 상태인 것도 처음 알게 됐다. 35세 이상 남성이나 체질량지수(BMI·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수치) 30㎏/㎡ 이상의 비만인, 두꺼운 목 둘레를 가진 경우 수면 무호흡증 빈도가 높아지는데, 그가 여기에 해당됐다. 샘은 “그동안 자도자도 피곤했던 까닭을 확실히 알게 됐다”면서 “이제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에 안심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곧 운동과 함께 양압기 치료에 들어갔다. 양압기는 내부의 모터로 빨아들인 공기를 마스크를 통해 입안에 불어넣어 막힌 기도(숨길)를 터 주는 장치다. 처음 1주일간은 호흡 마스크를 쓰는 게 많이 어색하고 불편했지만 지금은 없으면 못 잘 정도로 아주 익숙해졌다.

6개월여 만에 달라진 자신의 모습을 확연하게 느끼고 있다. 이유 모를 피곤함이 싹 사라진 게 가장 놀라웠다. 아침에 일어날 때도 개운해 세상이 달라진 것 같다고 말한다. 샘은 “꿀잠, 이젠 문제없다. 방송 출장이나 여행에도 휴대용 양압기는 꼭 챙긴다”면서 “나처럼 말 못할 고민을 해 왔던 사람들에게 꼭 알려 주고 싶다”고 말했다.

7월 건보 적용 이후 환자 증가세

샘 해밍턴처럼 수면 무호흡증을 앓고 있는 이들은 꾸준히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수면 무호흡증 진료 환자는 3만1377명으로 2014년(2만6655명) 보다 17.7% 증가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35∼39세 남성이 남녀를 통틀어 전체 연령 가운데 환자 수가 가장 많았다. 여성은 55∼59세에서 비율이 높았다.

환자 수 증가 추세와 달리, 질환 특성상 심한 코골이와 거친 숨소리, 무호흡 등 주요 증상들이 잠자는 동안에 나타나기 때문에 자가 인식률은 낮은 편이다. 단순한 잠버릇 정도로 여겨 병의 심각성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

실제 한 조사에서 수면 무호흡증 환자 300명에게 처음 질병 인식 계기를 물었더니 10명 가운데 8명 정도(79%)는 ‘배우자 혹은 함께 거주하는 가족의 불평 때문’이라고 답했다. 코골이는 스스로 깨닫지 못하고 이를 수면 무호흡증이란 질병의 위험 신호로 받아들이기도 어렵기 때문에 주위 가족들의 관심이 절실히 필요하다.

다만 지난 7월부터 수면 무호흡증 진단을 위한 수면다원검사와 치료에 필요한 양압기 대여에 건강보험(본인부담 20%)이 처음 적용되면서 일선 수면클리닉을 찾는 환자들이 조금씩 늘고 있다.

고려대 안산병원 수면호흡장애센터 신철 교수는 22일 “70만원 넘게 하던 수면다원검사의 환자 부담 비용이 10만원대로 줄면서 진료 환자가 약 20% 증가했다”면서 “이들의 60∼70%는 수면 무호흡증을 판정받고 양압기 처방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양압기는 프리미엄 제품부터 국내산, 중국산 모두 월 1만∼2만원대로 빌려 쓸 수 있어 환자 부담이 확 줄었다. 건보 적용 전에는 150만∼300만원 하는 양압기 세트(흡입 마스크 등 부품 포함)를 전액 본인 부담으로 사서 써야 했다. 서울수면센터 한진규(대한수면학회 이사) 원장도 “그간 비싼 비용 때문에 수면검사 받기를 꺼려했던 사람들이 병원을 찾으면서 2개월 이상 진료 예약이 밀렸다”고 했다.

단순 코골이와 구분해야

코골이는 목젖 뒤쪽의 기도가 좁아지면서 공기 흐름에 저항이 생겨 주위 구조물들이 떨리며 나는 소리다. 목젖이 기도를 막아 공기 흐름이 10초 이상 멈춘 상태가 잠자는 동안 반복되는 게 수면 무호흡증이다.

평소보다 들숨과 날숨의 폭이 90% 이상 줄어든 경우를 ‘무호흡’, 30∼90% 감소한 경우 ‘저호흡’이라 한다. 수면다원검사에서 무호흡·저호흡 지수(AHI)가 시간 당 5회 미만 이면 정상, 5∼15회 경증, 15∼30회 중간 단계, 30회 이상이면 중증 수면 무호흡증으로 평가된다. AHI가 15회 이상이면 대부분 양압기 치료에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5회 이상일 땐 낮에 졸리거나 숨이 막혀 잠에서 깨는 증상 등이 동반돼야 가능하다.

양압기는 건강보험공단에 40여종이 등록돼 있어 환자들은 의사 처방에 따라 기능성과 휴대성, 편의성 등을 고려해 선택하면 된다. 손바닥 만한 크기의 제품도 국내에 들어와 있어 출장이나 여행시 편리하게 쓸 수 있다. 스마트폰 앱과 연동해 사용 내역과 환자 순응도 등을 의사가 실시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제품도 있다. 다만 한 달간 하루 4시간 이상 사용한 날이 21일을 넘어야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한 원장은 “또 몸이 피곤해서 생기는 단순 코골이는 수면다원검사나 양압기 치료에 건보 혜택을 받을 수 없다”면서 “수면 무호흡증이 강력히 의심될 때에만 보험이 적용된다”고 말했다. 이어 “코골이 그 자체는 질병이 아니라 수면 무호흡증의 위험 신호라 할 수 있다. 단순 코골이와 무호흡증을 구분하려면 수면다원검사를 꼭 받아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 교수는 “특히 비만하거나 나이들수록 기도 주변에 지방이 늘어나고 근육의 탄력이 떨어져 기도가 좁아지면서 수면 무호흡증 발생 위험이 높은 만큼, 증상이 있으면 수면다원검사를 꼭 받아보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직업운전자 수면검사 의무화 필요

무호흡증은 수면 자체를 방해하기도 하지만 동반되는 2차적 문제가 더 심각하다. 빈번히 숨이 멎기 때문에 깊게 잠들지 못하고 수면 중 발생한 각성, 저산소증 등으로 낮 졸림, 피로, 두통, 집중력 및 업무능률 저하, 기억력 감퇴는 물론 뇌졸중·고혈압 같은 큰 합병증을 초래할 수도 있다.

특히 무호흡증 환자는 운전 중 교통사고 발생 위험이 일반인 보다 6∼10배 높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됐다. 수면 무호흡증으로 인해 낮 졸림증이 계속된다면 ‘시한폭탄’을 안고 사는 셈이다. 특히 버스나 택시, 트럭 운전자의 경우 자칫 대형 인명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런 질병의 심각성 때문에 영국과 일본, 미국 일부 주들은 수면장애가 있는 운전자들의 사고 예방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 일본은 트럭 버스 택시 운수협회 기사들의 경우 최소 3년마다 수면다원검사를 받고 수면 장애 진단시 건보혜택을 받게 하고 있다. 올해 6월부터는 트럭과 버스 운전자는 승무 전에 꼭 수면 상태 테스트를 받고 거절하면 승무할 수 없도록 의무규정을 만들었다. 영국은 수면 무호흡증 진단을 받으면 교통당국에 신고하고 이를 어기고 운전하다가 사고에 연루될 경우 1000파운드(약 14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도록 하고 있다.

한 원장은 “우리나라도 버스나 트럭, 항공기 조종사, 지하철 기관사 등 직업 운전자의 경우 수면검사를 의무적으로 받게 하고 무호흡증 진단 시 치료를 적극 지원하고 운전규제 등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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