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정인찬 <19> 숱한 산고 끝에 성경대백과사전 햇빛

방대한 작업·재정난 극복 1979년 완간… 평신도들이 대거 구입 3만5000질 팔려

[역경의 열매] 정인찬 <19> 숱한 산고 끝에 성경대백과사전 햇빛 기사의 사진
정인찬 총장이 22일 웨신대 도서관에 있는 성경대백과사전을 가리키며 제작 당시의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역경은 성경대백과사전을 편찬할 때다. 미국에서 학위를 받고 귀국했다. 대학교수로 일하거나 목회를 하려고 준비하고 있었다. 괜찮은 교회의 청빙 요청도 있었다.

그런데 내게 또 다른 사명이 주어졌다. 그것은 성경대백과사전 편찬이었다. 당시 한국교회는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선교사를 가장 많이 파송하는 ‘선교대국’으로 불렸다. 성도 수가 1200만 명이고, 목회자가 20만 명이 넘는다는 소릴 들었다.

하지만 막상 성경 말씀을 정확하게 해석할 성경대백과사전 하나 없었다. 시중에 성경해석 사전이 있긴 했다. 하지만 그건 단순한 사전(dictionary)이지, 종합적으로 성경을 분석한 백과사전(encyclopedia)은 아니었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성경대백과사전이 적지 않게 나와 있었다.

성경대백과사전을 출판하는 것이 한국교회를 위해 내가 감당해야 할 사명이라고 생각했다. 출판하기로 뜻을 정했다. 그러나 출판하려면 성경학자들의 참여가 필요했다. 이 부문에 뛰어난 신학자들을 찾았다. 드디어 그분들과 모임을 갖고 나라별 사전을 구입해 번역을 시작했다. 원고비를 전달했고 기간 내 번역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워낙 바쁜 분들이라 그런지 제시간에 탈고하는 분들이 거의 없었다. 많은 부분을 내가 홀로 번역하고 편집해야 했다. 편집 전문가들에 맡겨 열두 번이나 교정을 봤다. 하지만 틀린 곳들이 간혹 나왔다. 5년여 동안 원고 받고 수정하기를 반복했다.

원고가 방안에 가득했다. 원고더미 속에서 잠을 청했다. 불면증에 시달렸다. 치아가 흔들리고 눈이 흐려져 잘 보이지 않았다.

이런 고통은 그래도 참을만했다. 이번엔 재정난에 부딪쳤다. 사전을 완성하려면 수억 원의 돈이 더 필요했다. 그 많은 돈을 어떻게 마련해야 할지 앞이 캄캄했다. 출판사 K사장과 함께 책을 팔러 다녔다. 모두 8권이 나와야 완간인데, 한 권이 나오고 예약을 받으려니 의심하는 분이 많았다. 계약 파기가 속출했다.

그러나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었다. 교회 목회자들을 찾아 예배 후 광고시간을 얻어 사전 출판의 동기와 필요성을 호소했다. 다행히 평신도들이 책을 예약했다. 당시 교회들마다 성경공부와 제자훈련이 많이 진행되던 시대였다. 그래서 성경해석 참고서, 곧 성경대백과사전이 필요했던 것이다. 기대 이상으로 많은 평신도들이 사전구입을 신청했다. 1979년 드디어 8권을 완간·출판했다. ‘펑펑’ 눈물이 나왔다. 하나님께 영광을 돌렸다. 무려 3만5000질이 팔렸다. 상상하기 힘든 기적이었다.

목회자와 평신도들 사이에서 “이 성경대백과사전을 보고 성경을 바로 알게 됐다”거나 “내가 얼마나 하나님의 말씀을 잘못 전했는지 회개했다”는 고백이 이어졌다.

길 잃은 항해사가 나침반을 가진 것 같다며 찬사를 들을 때마다 하나님의 오묘한 섭리에 감사했다. 노력은 배반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주 안에서 수고한 것은 결코 헛되지 않음도 성경대백과사전을 편찬하면서 깨달았다. 역경은 뒤로 물러갈 미끄럼틀이 아니라 위로 올라갈 계단이다. 할렐루야.



정리=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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