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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문현철] 여권법 준수는 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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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외교부 여권정책심의위원회 사용분과위원회는 정부 허가 없이 리비아에 체류하던 국민 26명 전원에게 예외적 여권사용 불허 결정을 내렸다. 이들은 향후 1개월 이내에 리비아에서 철수해야 하며, 불응 시 여권법상 행정 제재를 받게 될 것이다. 올해 초에는 전세기로 여행금지국 철수를 지원받은 국민이 다시 해당 국가에 입국한 사례도 발생했다. 이처럼 우리 사회에 잔존하는 안전불감증과 반복되는 영사조력 남용 사례를 바라보며 몇 가지 대책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국가 행정력을 낭비한 사람에 대한 강력한 법적 조치가 필요하다. 국가는 국민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 이에 외교부는 재외국민의 생명·신체·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여행금지 국가를 지정하고, 예외적 여권사용 허가를 받은 자에 한해 출입을 제한하고 있다. 특히 여권법 제26조는 여행금지 국가로 지정된 사실을 알면서도 무단으로 방문·체류한 이에게 1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금지 국가에 무단 입국한 국민이 위험에 처하거나 체포·구금되는 경우 정부는 국민 보호를 위해 막대한 국력을 소진해야 한다. 곤경에 처한 개인이 마주하게 될 심적, 육체적 고통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불법행위로 영사조력을 남용한 이에 대해 엄격한 법적 제재를 가해야 한다.

선진국의 영사조력 법령을 살펴볼 때 우리 법령도 강력한 벌칙과 구상권을 포함하는 방향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경우 여행금지 국가 입국 승인을 받기 위해서는 보험 수혜자 지정과 위임장은 물론 유서까지 작성해야 한다. 호주는 테러단체가 활동하고 있다고 선포한 지역을 범죄 가담 목적으로 입국할 시 최고 종신형까지 선고한다. 최근 일본 사법부는 ‘여행제한 국가에서 구속되는 경우 정부 및 관계기관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예방하기 위한 여권 제재조치가 합당하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이러한 국가들 모두 우리나라보다 영사 인력이 10배 이상 많은 국가라는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해외 출국자 연 2750만명 시대, 정부의 영사조력을 남용하는 이들로 인해 정작 도움이 절실한 이들에 대한 서비스 역량이 분산돼서는 안 된다.

둘째, 재외국민 보호 관련 법령 내 국민의 준법 의무규정 신설이 필요하다. 법치국가 국민은 당연히 법을 준수할 의무가 있다. 법을 지키고 협력하는 것은 공동체 형성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기본권 실현을 실질적으로 보장한다. 이러한 준법 의무는 이미 여러 개별법에서도 규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재외동포 출입국과 법적 지위에 관한 법률’은 대한민국의 이익을 해칠 우려가 있는 재외동포의 국내 체류를 거부함으로써 국내법 준수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여권법상에도 재외국민의 준법 의무를 명시해야 한다. 더불어 초·중학생 대상 해외 안전여행 교육, 여권 발급 시 교육영상 시청 의무화 등 대국민 교육·홍보 확대도 고려해봄직하다.

나아가 외교부도 여행금지 국가에 불법체류 중인 우리 국민 현황 파악을 위해 주재국과 협력체계 구축을 지속해야 한다. 국회에 계류돼 있는 영사조력법안의 경우에도 집행력을 확보하기 위한 적절한 인프라 구축이 반드시 동반돼야 한다. 정부의 국민보호 의무와 국민의 준법 의무가 동시에 이행될 때 비소로 진정한 재외국민 보호가 시작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외교부는 일본 지진·태풍, 인도네시아 쓰나미, 네팔 산악사고 등 피할 수 없는 자연재해에 대응하고 있다. 동시에 여행금지 국가에 불법으로 체류하다 피랍된 국민을 구조하기 위해 진력을 쏟고 있다. 제한된 영사 자원의 효율적 배분, 추가적인 사건·사고 예방을 위해서라도 여권법 위반에 대한 강력한 제재 등 입법 개선이 필요하다. 선진 법치국가의 근본 바탕은 국민의 준법 의식에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할 때다.

문현철 초당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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