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독립성 훼손은 누구 탓? 여당은 “전 정부 탓” 야당은 “정부 탓” 기사의 사진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의 한은 국정감사에 출석해 심각한 표정으로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서울 중구 IBK기업은행 본사에서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를 받는 모습. 뉴시스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정부가 말한다고 움직이는 조직이 전혀 아니다.”

국회에서 22일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의 한은 국정감사는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놓고 날 선 공방이 오갔다. 여당 의원들은 이주열 한은 총재를 향해 ‘2014∼2015년 기준금리 인하는 박근혜정부의 압력에 굴복한 결과가 아니냐’고 질타했다. 이 총재는 “당시 경기 상황이 아주 안 좋았다. 정부 압박에 금통위가 움직인다는 건 생각해본 적도 없다”고 해명했다. 한은은 2014년 8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기준금리를 네 차례에 걸쳐 2.50%에서 1.50%까지 낮췄었다. 당시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에 최경환 전 부총리가 “척하면 척”이라고 발언하며 논란이 일기도 했다.

반면 야당 의원들은 “현 정부가 경제를 엉망으로 만들고 그 핑계를 한은에서 찾고 있다”고 반박했다. 한은을 사이에 놓고 여야가 서로 ‘중앙은행 독립성’을 운운하는 동안 이 총재는 사실상 다음 달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하는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포문은 여당에서 열었다.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5년 2월, 3월에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과 정찬우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간 문자메시지를 공개했다. 공개된 문자메시지에 따르면 정 전 부위원장은 그해 2월 11일 “강효상 선배(당시 조선일보 편집국장, 현 자유한국당 의원)와 논의했다. 기획기사로 세게 도와준다고 했다”는 문자를 안 전 수석에게 보냈다. 다음 달 2일 조선일보에 ‘경기부양 팔짱 낀 한은의 시대착오’라는 제목의 기사가 보도되자 정 전 부위원장은 이튿날 “한은이 금리 50bp(1bp=0.01% 포인트) 내리도록 서별관회의 열어서 말씀하셔야 한다”는 문자를 재차 보냈다. 서별관회의는 청와대 서별관에서 열리던 비공개 거시경제정책협의회를 말한다.

김 의원은 “당시 금통위에서 명백히 (금리 인하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었음에도 특정 언론과 금융 당국이 한몸이 돼 한은을 압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영선 민주당 의원도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메모에 있는 ‘금리 인하 0.25%↓’ 등의 문구를 거론하며 “한은 총재가 버티지 못하고 무너졌다”고 말했다.

야당 의원들은 “한은을 압박하는 건 현 정부”라고 맞받았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은 “우리 경제가 엉망이 된 핑계를 별다른 관계도 없는 한은에서 찾고 있다”고 주장했다. 권성동 한국당 의원은 “최근 이낙연 국무총리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의 발언도 금리 인상 압박에 해당한다”며 “집값 급등의 책임을 한은에 전가하며 희생양으로 끌어들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야의 정치 공방에 낀 이 총재는 “기본 책무인 물가와 경기에 주안점을 두고 (금리를) 결정한다”는 답변만 반복했다. 다음 달 열리는 금통위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해서는 “저희(한은)가 보는 경제 성장과 물가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통화정책의 완화 폭을 줄일 필요가 있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준 상황”이라고 말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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