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실에서] 모니터링 등 원격진료 시스템 구축해야 기사의 사진
한국은 이미 고령사회가 됐다. 통계청 ‘2017 인구주택총조사’를 보면 한국은 작년 11월 1일 기준 65세 이상 인구가 711만5000명에 달해 전체 인구 5142만명의 14.2%를 차지했다. 1인 가구 수는 561만9000가구로 전년보다 22만1000가구 증가했다. 고령사회 진입 속도가 일본보다 7년 빠르고, 초고령사회 진입은 2026년쯤으로 예측되고 있다. 그때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의 비율은 21%를 넘고, 2065년엔 42.5%가 된다는 것이다.

건강보험공단·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2017 건강보험 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65세 이상 고령자의 1인당 연간 진료비는 425만5000원이다. 지난해 65세 이상은 680만6000여명으로 전체 인구의 13.4%였지만 이들의 진료비는 28조3247억원으로 지난해 전체 진료비 69조3352억원의 40.9%를 차지했다. 초고령사회가 될수록 거동 불편한 고령 환자가 많아지기 마련이다. 이들을 대면진료 체계 속에 병원 진료와 입원 치료만으로 감당하기엔 시설이나 진료비에 큰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국민건강보험 재정 악화도 불 보듯 하다. 정부가 의사의 방문진료(왕진) 활성화를 위해 의료법 개정을 통해 내년 상반기 이를 시행하려는 것도 이런 문제를 개선하려는 방안이다.

65세 이상 고령 환자 대부분은 당뇨병 고혈압 심장질환 등 만성질환이나 합병증, 암·뇌경색·치매 등을 앓는다. 가정에서 꾸준한 치료·관리가 필요한 가정간호 대상자다. 그러나 현 의료법 제34조는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를 금지하고 있다. 병원 가느라 환자의 상태가 더 악화될 수 있고, 빈곤한 홀몸노인들 중 거동 불편한 상당수는 이마저도 포기할 가능성이 높다. 대면진료 체계 때문에 1000만명이 넘는 한국의 만성질환자 중 75%가 제때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다는 보고도 있다. 원격의료 시행과 활성화가 필요한 이유다.

한국의 원격진료는 1988년 서울대병원과 경기도 연천보건소에서 ‘의사-의료인 간’ 시범사업에 이어 2002년 법 개정이 이뤄졌다. 의료서비스산업은 일찍부터 신성장 산업으로 주목받아 ‘의사-환자 간’ 원격진료 법률 개정안이 국회에 여러 차례 발의됐다. 하지만 폐기되길 반복하고 있다. 의사협회가 오진 가능성과 대형병원 쏠림 현상을 주된 이유로 극구 반대한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시범사업으로만 진행 중이다. 정부는 원양어선, 산간도서벽지 등 의료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제한적 원격의료 도입을 추진 중이다. 일본 의사회도 대면진료 원칙을 고수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렇지만 현실을 수용해 ‘온라인(on line) 진료’가 가능하도록 의료법 규제를 없애는 데 동의했다. 원격 질병 모니터링 등 스마트의료IT산업 발전을 도모한다는 목적에도 주목했다. 일본은 2000년 중반부터 방문진료를 활성화했다. 병·의원-환자 원격진료를 섬, 오지에만 적용하다가 2015년 8월부터 전국으로 확대했다.

이제 원격의료 청사진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다. 정보통신기술(ICT) 관련 경쟁력 세계 1위인 한국이다. 제기된 우려들을 기술과 정밀한 제도 설계를 통해 충분히 해결 가능하다고 본다. 원격진료의 개념 정의, 논의 범위, 명칭부터 정리하는 시도를 시대착오적으로 미룰 이유가 없다. 왕진, 온라인 진료, 방문 간호제 등등의 의료서비스체계를 만들어 환자가 시간적 공간적 제약 없이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받도록 하는 게 의료 선진화일 것이다.

김용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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