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사는 법] 소통하면 사랑하게 된다 기사의 사진
법률상 대한민국의 변호사단체는 대한변호사협회와 전국 14개의 지방변호사회로 구성된다. 변호사로 활동하려면 반드시 14개 지방회 중 한 곳에 가입하고 대한변협에 등록해야 한다. 민변, 여성변호사회, 사내변호사회 등도 모두 대한변호사협회 소속 회원들로서, 이념·성향·직역별로 모인 임의조직이다. 지방변호사회 중에서 서울지방변호사회가 차지하는 비중은 압도적으로 높다. 먼저 역사적으로도 대한변협보다 훨씬 앞선 1907년에 설립돼 올해로 창립 111주년이다. 전국 변호사의 약 75%인 1만8000명이 가입해 있고, 예산도 수백억원을 운용할 정도로 거대한 조직이다.

지역별로 분산된 로스쿨 제도의 도입으로 변호사의 서울 집중현상이 완화될 것으로 기대됐으나, 아직은 법률시장이 서울에 집중돼 있는 종전과 큰 차이가 없다. 앞으로 지방에 있는 로스쿨을 나온 변호사들이 그 지역에서 활동하거나 지방자치단체나 지방의회 등 다양한 분야로 진출할 수 있는 기반이 조성될 필요가 높다. 취임 초기에 서울지방변호사회장으로서 전국 14개 지방변호사회의 회장들 모임인 전국지방변호사회장 협의회에 참석하는 것에 대하여 두 분의 전임자로부터 완전히 상반된 조언을 받았다. 서울로서는 아쉬울 것도 없는데 괜히 지방에서 요구하는 것만 많으니 참가할 필요가 없다는 것과 지방회의 사정에 귀 기울이고 서울회의 어려움도 호소하는 기회로 삼으라는 것이다.

세상은 각자의 경험과 어느 면을 보느냐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있다. 평소 소통의 중요성을 잘 알기에 적극 참여키로 했다. 외국 출장을 마치고 집에도 들르지 못하고, 공항에서 직접 지방까지 가는 성의까지 보이며 단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 가진 자의 오만으로 보일까봐 더 조심하고, 더 자세를 낮추었다. 협의회 출범 초기에는 서먹하고 각자의 입장이 있어서 갈등도 있었다. 그러나 만남을 거듭할수록 매번 식사시간을 넘길 정도로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토론 중에 상했던 감정을 회의 후에 소주 한 잔으로 씻어 내리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소통해왔다.

서울은 치열한 선거를 통하여 회장을 선출하지만, 대부분의 지방은 아직까지 지역에서 존경받는 선배 법조인을 추대한다. 그러다 보니 풍부한 경험과 세상을 보는 넓은 눈으로 보다 객관적이고 거시적으로 사안을 바라본다. 참으로 연륜이 중요하다는 것을 많이 배웠다. 삼인행 필유아사(三人行 必有我師)라는 말이 저절로 떠오른다. 대구와 광주지방변호사회는 달구벌과 빛고을에서 한 자씩 따서 ‘달빛동맹’이라는 이름으로 교류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못하는 영호남 화합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제주지방변호사회에서는 신입 변호사가 자리 잡을 때까지 사무실 운영에 도움이 되도록 국선변호사건 같은 것을 우선 배정해 준다고 한다. 신구세대 간 공존을 실현하고 있는 것이다.

변호사를 연상하면, 논리적이면서도 고집스럽고 투쟁적인 이미지를 떠올리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소통하면 사랑하게 된다’는 최재천 교수의 말씀처럼 서울과 지방 간에, 각 지방 간에 서로 소통하며 이해하고 화합하는 모습을 변호사회가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서울과 지방이 어우러져 함께 사는 법을 국가를 경영하는 위정자들도 배웠으면 한다.

이찬희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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