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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윤종수] 열린 정부를 위한 약속

[기고-윤종수] 열린 정부를 위한 약속 기사의 사진
“한국은 전자정부와 열린 정부를 혼동하고 있다습니다.” 지난 2014년 한국을 찾은 적이 있는 ‘열린정부파트너십(OGP·Open Government Partnership)’ 관계자의 말 한마디에 우리 정부 관계자들은 깜짝 놀랐다. 당시 정부의 개방성을 강조하는 ‘정부 2.0’보다 한 차원 높다고 자부하던 ‘정부 3.0’을 정부 운영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당당하게 내세우던 터다. 게다가 유엔의 전자정부 발전지수 1위를 자랑하던 우리 정부이기에 OGP 관계자의 이 같은 발언은 다소 민망한 평가였다.

OGP는 정부의 투명성 증진, 청렴성 제고, 시민참여 강화 등 ‘열린 정부’의 가치를 구현하는 국제적인 민관협력체다. 조직이 아닌 동반자관계(Partnership)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정부와 시민사회 등 다자간의 동등한 참여와 협력의 실현에 방점이 찍혀 있다. 2011년 미국, 영국 등 8개 국가가 힘을 모아 처음 활동을 시작했고 2018년 현재 79개 국가가 참여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OGP가 출범한 해에 가입을 하고 2012년부터 2년마다 국가실행계획을 수립하여 온 원년 멤버다.

지난해 8월 정부 부처와 11개 시민단체가 참여하여 출범시킨 ‘대한민국 OGP포럼’은 OGP의 핵심이 시민참여의 실현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이번에 수립된 제4차 국가실행계획은 그동안 수립된 국가실행계획에 대한 반성과 함께 시민사회와의 협력을 통해 만들어나가는 것을 핵심 과제로 삼고 있다.

이를 위해 정보 접근과 오픈 데이터, 시민참여, 반부패 등 세 개의 워킹그룹으로 나누어 논의를 진행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국가실행계획의 수립 방향, 진행 방식 등 기본적인 내용을 정하고 구체적인 일정을 확정하였다.

이렇게 시작된 제4차 국가실행계획의 수립은 지난 3월 15일 해커톤 형태로 진행된 킥오프 행사를 거쳐 4월 30일까지 정부와 시민사회 등 누구나 참여가 가능한 공개 제안 절차로 이어졌다. 이를 통해 16개 정부부처에서 36개의 제안, 5개 시민사회단체로부터 8개의 제안, 18명의 시민으로부터 23개의 제안 등 총 67개 제안이 접수됐다. 이어진 두 차례의 공개 워크숍과 선정 절차를 거쳐 8월 17일 최종적으로 13개의 실행계획이 확정됐다.

많은 이들의 시간과 노력이 더해져 실행계획이 완성됐지만 여기서 안주할 수는 없다.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지난 1년간의 국가실행계획 수립 과정에 대한 평가를 냉정하게 해봐야 한다. 당초 핵심 목표로 삼았던 시민참여가 어느 정도 실현되었고 시민들의 제안이 어느 정도 반영되었는지, 진정한 민주주의를 구현하는 협치의 실현이 단순한 이벤트가 아닌 체계적인 거버넌스(협치)로서 정부 부처 전반에서 작동할 수 있는지 차분하면서도 냉철한 확인이 필요하다.

열린 정부는 결코 한순간에 실현되지 않는다. 정부와 시민은 같은 목표를 향하더라도 어느 정도 긴장 관계가 존재함을 부인할 수 없고, 오랫동안 굳어져 온 인식의 차이와 신뢰의 부족은 단번에 극복하기 어렵다. 이번 국가실행계획 수립과정과 같은 경험과 복기가 필요한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오는 11월 5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에서 ‘2018 OGP 아시아·태평양 지역회의’가 개최된다. 이 회의에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OGP 회원국 정부 대표와 국내외 시민사회 관계자, 유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구, 학계 등 500여명이 참가한다. ‘참여 민주주의의 활성화’ ‘국민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한 거버넌스 증진’ ‘정부혁신을 통한 공공부문 신뢰 제고’를 주제로 20개의 세션과 함께 다양한 부대행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그야말로 열린 정부라는 국제사회의 공동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세계 각국의 지도자들이 모여 머리를 맞대는 것이다.

이번 행사를 통해 국가실행계획 수립 과정에서 얻은 우리의 경험을 비롯해 각국의 열린 정부에 대한 희망과 성취 그리고 좌절의 경험은 모두에게 용기와 교훈을 줄 것이라고 확신한다.

윤종수 대한민국OGP포럼 공동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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