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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포커스-양기호] 한·일 간 역사화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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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2개월이나 미루어진 강제징용 손해배상 대법원 판결이 내일(30일)로 다가왔다. 일본 전범기업에 대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소송 판결이다.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의 잘못된 산물인 화해치유재단 해산도 연내 나올 수 있다. 일본 정부는 강제징용 판결과 재단 해산 여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일 관계에 새로운 악재로 등장할 전망이다. 제주 관함식의 욱일기 논란으로 이미 한·일 간 상처가 덧나고 있다. 일본은 1954년부터 사용했고, 국제해사기구(IMO)에 등록된 해군기라고 반발하고 있다. 독도는 우리 고유 영토로 우리가 실효 지배하고 있다. 최근 정치인들의 독도 방문에 일본 국회는 영유권 근거를 대라고 트집 잡고 있다.

한·일 역사 갈등이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내년에 3·1운동 100주년, 상하이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이한다. 자랑스러운 우리 역사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동시에 역사 갈등이 심화될 가능성도 높다. ‘역사·영토 원칙적 대응 vs 정치·경제와 사회·문화 협력’이라는 투트랙 전략은 문재인정부의 일관된 대일정책이다. 그러나 잇따른 역사·영토 주장에 일본 국민은 ‘역사 피로’ 현상을 느끼고 있다. 자칫하면 남북 및 북·미 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역사인식의 격차는 아베 정권의 속성만으로 치부할 수도 없다.

양국 국민들의 상호인식이 현장을 대변하고 있다. 올해 7월 한국일보-요미우리신문 공동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일 관계가 좋다는 한국인과 일본인은 각각 26%와 33%로 나타났다. 일본을 신뢰할 수 없다는 한국인은 79%, 한국을 신뢰할 수 없다는 일본인은 60%에 달하고 있다. 평화의 소녀상과 강제징용 노동자상의 설치를 둘러싸고 양국 국민 간 정서도 별로 바뀌지 않고 있다.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긍정 평가는 일본 59%, 한국 83%로 나타났다. 북한 핵과 미사일에 대한 위협도 일본 82%, 한국 53%로 양국 간 차이가 있다.

문제는 역사·영토 문제가 양자 간 인식 차에 머물지 않고 한반도 비핵화를 둘러싼 한·일 협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한·일 간 정보공유가 부족한 데다 상호불신도 잠재적으로 꿈틀거리고 있다. 완전한 비핵화 없이 대북제재 완화 불가라는 일본 입장은 한국 정부와 완전히 일치하지 않는다. 오히려 미국의 대북 강경파와 같은 입장에 서 있다. 2006년 10월 유엔 안보리 첫 대북제재인 1718호는 아베 신조 총리와 존 볼턴 백악관 보좌관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베 총리는 추가로 독자적인 대북제재를 발표했다.

한·일 간 인식 차는 외교문서에 그대로 반영됐다. 일본은 작년까지 한국을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는 가장 중요한 이웃나라”로 표기했다. 그러나 올해 외교청서에서 삭제했다. 외교청서에 “중국은 가장 중요한 양국 관계로 돼 있다. 호주와 인도는 가치와 전략을 공유하는 중요한 파트너이다. 러시아도 전략적 이익이 합치된 국가”이다. 한·일 간 전략적 이익공유는 더 이상 말하지 않는다. 지난 24일 아베 총리는 국회에서 소신표명 연설을 했다. 미국·중국·러시아는 비중 있게 언급한 반면 한국에 대한 구체적인 문장은 하나도 없었다. 이번 아베 총리의 방중에서 중·일 정상은 6년 만에 화해 악수를 했다.

현재의 한·일 관계는 불안정한 상태에서 쟁점관리 수준에 머물러 있다. 강제징용 소송과 재단 해산 이후 갈등은 심화될 것이다. 한반도 비핵화를 둘러싼 인식 차이도 좁혀질 가능성은 낮다. 대일 투트랙 정책은 만능약이 아니다. 분명한 외교 방침은 치밀한 정책과 협상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 유연성과 민첩성을 수반해야 한다. 한·일 간 역사화해를 추진할 때이다. 한·일 관계 개선이 한반도 비핵화에 기여하는 선순환 과정이 필요하다. 1998년 10월 김대중 대통령은 21세기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 21세기 한·중 간 협력동반자 관계 구축에 합의했다. 후방이 안정된 2년 뒤 남북 정상회담을 개최했다. 크게 참고할 일이다.

양기호(성공회대 교수·일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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