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서윤경] 얼굴 기사의 사진
카툰 작가들 사이에는 암묵적인 룰이 있다. 인물은 되도록 간단하게 표현하자는 것인데, 보는 사람이 자신의 해석대로 대상을 볼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사람의 얼굴은 보는 각도에 따라 전혀 다른 느낌을 줄 수 있다. 2009년 1월 31일. 한 일간지 1면에 실린 사진이 바로 그랬다. 미소를 지으며 큰 개의 목을 끌어안고 있는 사진 속 남성은 상대의 경계심마저 허물어 버릴 것만 같았다. 사진에 달린 설명을 보기 전까지는. 신문은 “연쇄 살인범 강호순의 얼굴 사진을 공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강은 3년여에 걸쳐 7명의 여성을 살해했고 2009년 8월 사형이 확정됐다. 여론은 살해 이유보다 얼굴을 궁금해했다. 1990년대까지 공개되던 강력사건 피의자의 얼굴은 2004년 무렵부터 ‘인권 수사’가 강조되면서 모자와 마스크로 가려졌다. 강 역시 다를 바 없었다. 하지만 사회적 안전망이 우선이라는 주장이 흉악범의 인권도 지켜줘야 한다는 목소리를 압도했다. 이후 정부는 법을 개정했다. 강력사건 피의자 얼굴을 공개하도록 했다. 이번 서울 강서구 PC방 사건의 피의자 김성수가 얼굴을 가리지 않은 채 카메라 앞에 선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둘의 얼굴에 사람들은 실망감을 느꼈다. 기대했던 극악무도한 얼굴이 아니었다. 효과는 정반대였다. 평범한 것도 모자라 선량해 보이기까지 하는 이들의 외모는 반인륜적 범죄와 맞물려 분노를 극대화시켰다.

강과 김의 얼굴은 카툰 작가들이 독자의 상상력을 위해 작품 속 얼굴을 단순히 그려야 하는 고민과는 또 다른 고민을 말하고 있다. 이미지의 힘이다. 최근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는 “이명박정부 당시 용산 참사를 덮기 위해 연쇄살인범 강호순을 활용하라고 청와대가 경찰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강의 사진이 언론에 노출됐다. 김의 얼굴이 공개된 뒤에도 비슷한 의혹이 인터넷을 중심으로 제기됐다. 문재인정부가 부진한 경제 정책 등에 쏠린 비난의 화살을 김의 얼굴로 돌렸다는 것이다.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는 것을 막기 위해 왜곡된 이미지를 활용한다는 음모론이었다.

다행히 국민은 음모론에 상관없이 진실을 바라보고 있는 듯하다. 김이 심신미약을 이유로 감형되지 않게 해 달라며 올라온 국민청원은 28일 현재 110만여명이 동의했다. 게시판 개설 이래 최다 동의다. 그리고 27일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촛불집회’ 2주년 기념대회에선 시민들이 정부에 더 많은 개혁을 요구했다.

서윤경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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