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건강] 5회 500만원… 형아 없는 이른둥이 RS 예방접종 ‘그림의 떡’ 기사의 사진
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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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S 바이러스 추울 때 활동성 강해… 감기와 비슷 쌕쌕거림·호흡곤란
격년마다 유행하는 특징 있어 2016년 이어 올해 급증할 수도
면역 약한 영유아·이른둥이들은 폐렴 합병 땐 치명률 50% 달해
치료약 없어 예방접종 권장되나 고위험군 건강보험 적용 제한적


생후 26개월의 유빈(가명)이는 얼마 전 열이 39.5도까지 올라가고 1시간 동안 계속 기침을 해 엄마와 인근 대학병원을 찾았다. 쌕쌕거리는 증상과 함께 숨쉬기를 버거워했다. 엄마(37)는 “감기인 줄 알았는데, 검사에서 처음 듣는 ‘호흡기세포융합(RS) 바이러스’가 나왔다고 해 걱정이 많이 됐다”고 했다. 의사는 “독감(인플루엔자)과 비슷한 시기에 유행하는 흔한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면서도 “폐렴이나 모세기관지염, 천식을 합병하면 심각해질 수 있어 당분간 관찰이 필요하다”고 했다. 유빈이는 1주일간 입원해 호흡기 치료를 받기로 했다.

날씨가 쌀쌀해지고 일교차가 커지면 매년 찾아오는 불청객이 있다. 바로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호흡기병이다. 보통 기온이 낮아지면 바이러스의 활동성이 떨어지는데, 일부 바이러스는 추운 환경에도 오래 생존하거나 오히려 활동성이 강해진다. 대표적인 게 인플루엔자와 RS 바이러스다. 면역체계가 완성되지 않은 신생아나 영유아, 이른둥이(미숙아·37주 미만 출생)는 성인들에겐 크게 문제되지 않는 이런 바이러스가 중증 합병증을 불러 생명을 앗아갈 수도 있다.

특히 가을(10월)부터 초봄(다음해 3월)까지 기승을 부리는 RS 바이러스가 위험한 경우가 많다. 인플루엔자의 경우 국민 인지도가 높은 편이고 생후 6개월∼12세에게는 무료 예방접종도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RS 바이러스 감염증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고 예방 백신이나 확실한 치료법이 없어 경각심이 필요한 때다.

2년 간격 유행…올해 급증 가능성

29일 질병관리본부 감염병 포털(25일 오후 5시 기준)에 따르면 전국 표본의료기관 198곳에 신고된 RS 바이러스 감염증 입원 환자는 추석연휴가 낀 39주(9월 23∼29일) 89명에서 40주(9월 30일∼10월 6일) 125명, 41주(10월 7∼13일) 158명, 42주(10월 14∼20일) 199명으로 꾸준히 증가 추세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환자 수가 많은 건 아니지만 조금씩 늘고 있다. 다만 아직 유행 단계는 아니다”면서 “보통 11월부터 환자 수가 급증해 12월에 정점을 찍는다”고 설명했다.

인제의대 상계백병원 천식알레르기센터 김창근 교수도 “올해는 산발적이긴 하나 9월 중순부터 환자가 나오고 있다. 12월에 가장 많은 감염 환자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또 “RS 바이러스는 격년으로 크게 유행하는 특징이 있다. 2016년 이곳 천식알레르기센터 입원 환자의 85%가 RS 바이러스 감염증이었다”면서 “올해 다시 폭발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RS 바이러스는 표면의 단백질이 근처 세포와 막 융합을 유도해 세포 안으로 침투하는 특성이 있어 전파 속도가 매우 빠르다. 발열과 기침, 콧물, 목 통증 등 감기와 비슷한 증세로 시작되고 쌕쌕거림과 호흡곤란을 동반한다.

성인들은 상기도(기도 위쪽) 감염에 그쳐 가볍게 겪고 지나가지만 영유아는 깊은 아래쪽 기도까지 감염을 일으켜 모세기관지염(기관지 끝 부분에 염증)이나 폐렴, 천식, 중증 호흡부전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면역 기능이 약하고 호흡기가 미성숙한 이른둥이나 생후 8∼10주 신생아, 심장병·폐질환을 갖고 태어난 2세 미만 아기 등이 고위험군으로 RS 바이러스가 옮아 폐렴이 생기면 급속도로 악화돼 치명률이 50%에 달한다. RS 바이러스는 2세 미만 영유아의 95% 이상에서 최소 한 번 이상 감염되고 인플루엔자보다 사망률이 10배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RS 바이러스는 감염된 사람과의 접촉이나 비말(침방울)을 통해 잘 퍼진다. 특히 유행 시기에는 산후조리원이나 어린이집 등 집단생활지에서 보다 철저한 예방과 관리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예방주사, 건보 혜택 확대 필요

RS 바이러스는 특별한 치료약이 없어 예방이 최선이다. 손씻기 등 개인위생에 유의하고 유행 시기에는 가급적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을 피하는 것이 좋다.

고위험군에 속하는 영유아는 전문의와 상의해 예방주사를 맞는 것도 권장된다. RS 바이러스 예방주사의 경우 독감 등 일반 예방접종과는 다르다. 주사하면 몸 안에서 자연스럽게 면역 항체가 생기는 게 아니라 항체를 함유한 약물(시나지스)을 아예 넣어주는 방식이다. 주입하면 바이러스 표면에 있는 단백질에 결합해 바이러스가 몸에 퍼지는 걸 막아준다.

RS 바이러스 유행 계절이 시작되기 전 한 차례 주사하고 예방력을 유지하기 위해 한 달 간격으로 모두 다섯 차례 맞아야 한다. 문제는 비용이다. 체중에 따라 1회 주사 비용이 60만∼90만원에 달한다. 5회 주사에 많게는 500만원 가까이 부담해야 하는 것이다.

그나마 고위험군 영유아 대상 예방주사에는 제한적으로 건강보험이 적용되고 있다. 기관지·폐 기형 혹은 선천성 심장병이 있는 생후 24개월 미만, RS 바이러스 유행 계절(10∼3월) 시작 시점에 생후 6개월 이하이고 32주 미만으로 태어난 이른둥이, RS 바이러스 계절에 36주 미만으로 태어나고 손위 형제·자매가 있는 이른둥이의 경우는 비용의 10%만 내면 된다.

하지만 32∼35주에 태어난 이른둥이는 손위 형제·자매 존재 여부가 건보 적용의 갈림길이다. 손위 형제·자매가 없는 다태아(쌍둥이)나 외동인 이른둥이는 고가 비용을 전액 부담해야 한다. 해당 이른둥이를 둔 부모들은 예방주사 맞힐 엄두를 내지 못해 ‘예방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에서 매년 1만∼1만2000명이 이른둥이 기준(37주 미만 출생)보다 빠른 32∼35주에 태어나고 있다. 한 조사에 의하면 지난해 이 주수에 태어난 이른둥이 1만966명 가운데 15.2%(1667명)만이 손위 형제·자매 존재 등 조건이 맞아 예방주사 건보 혜택을 받는 것으로 파악됐다. 같은 해 출생한 전체 이른둥이 2만7120명 가운데선 17%에 불과했다.

이에 대한신생아학회는 이른둥이의 경우 4명 가운데 1명이 다태아(쌍둥이 이상)로 태어나는 등 쌍둥이 비중이 월등히 높음에도 건보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제도 개선을 촉구하고 있다. 신생아학회가 올해 이른둥이 부모 766명을 조사한 결과 89.4%가 “쌍둥이와 외동인 이른둥이에게도 건보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답했다.

신생아학회 대외협력위원장인 김소영 가톨릭의대 여의도성모병원 교수는 “모든 영유아들은 예방 관리가 중요해 국가에서 독감이나 폐구균 등의 예방백신 접종을 무상 지원하고 있는데, 건강 약자로 누구보다 적극적인 예방 관리가 중요한 쌍둥이와 손위 형제·자매가 없는 외동 이른둥이에 대한 지원은 상대적으로 취약한 상황”이라면서 “저출산에 대한 국가적 대책이 시급한 이 때, 태어난 한 생명 한 생명이 모두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정부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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