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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송근우] 북한 우라늄 활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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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한반도를 전쟁 위기로 내몰던 북한 핵개발이 한국의 적극적인 중재 노력에 힘입어 해결을 위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올해 4월 남북 정상회담과 6월 북·미 정상회담이 연이어 성공적으로 개최되면서 북한 비핵화에 대한 기대감이 과거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한국 국민은 너나없이 북한 비핵화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고, 나아가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기를 염원하고 있다.

북한 비핵화의 목표 중 하나는 북한의 핵무기와 핵물질을 북한 지역 바깥으로 반출하는 것이다. 북한은 플루토늄과 고농축우라늄을 이용한 핵폭탄을 보유하고 있으며, 또한 이 핵물질을 생산했던 핵시설과 그곳에서 발생한 중간 핵물질을 보유하고 있다. 핵시설로는 우라늄 농축시설, 영변 5㎿ 원자로, 우라늄핵연료 제조시설, 재처리 시설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간 핵물질로는 우라늄핵연료와 사용후핵연료가 있다. 북한 비핵화가 정상적으로 진행된다면 고농축우라늄, 플루토늄, 우라늄핵연료, 사용후핵연료를 북한 외부로 반출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 과정은 국제사회가 함께 관장하겠지만 북한과 비핵화 협상을 벌이고 있는 미국이 중심이 돼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북한 비핵화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해 대북지원을 병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1994년 북·미 제네바 합의에서는 북한에 경수로를 건설하는 계획이 수립됐다. 2005년 6자회담의 9·19 공동성명에서는 2000㎿ 전력 제공이 합의된 바 있다. 이번에 북·미 협상과 한국의 중재로 비핵화 진전이 순조롭게 이어질 경우 대북지원 방법의 하나로 전력을 제공하게 될 가능성이 크며, 그것은 한국이 주도적으로 추진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의 핵물질 가운데 고농축우라늄과 우라늄핵연료는 모두 우라늄으로 구성된 물질이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듯이 우라늄은 핵폭탄의 원료가 될 수 있지만 핵연료의 원료가 되기도 한다. 따라서 북한의 우라늄을 이용해 전력을 생산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가능하다. 만약 북한의 우라늄 핵물질을 한국으로 가져온다면, 이를 활용해서 핵연료를 만들고 전력을 생산하여 북한에 되돌려 보내는 사이클을 완성할 수 있다. 우리를 위협하던 북한의 우라늄이 그야말로 환골탈태해서 평화적인 전력으로 변신해 대북지원 물자가 되는 셈이다.

북한 비핵화는 남북한이 오래된 냉전을 끝내고 평화의 시대로 가는 역사적 전환점이라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 옛날 중국에서는 전쟁이 끝나면 사람들은 무기를 녹여서 농기구를 만들고 전쟁 없는 평화로운 세상을 소망하였다. 이러한 민심을 나타내는 말로서 ‘칼을 녹여 쟁기를 만든다’는 주검위리(鑄劍爲犁)가 지금까지 전해져 온다. 북한의 핵무기용 우라늄을 한국의 핵연료에 재활용하여 전력을 생산하고 이를 북한에 되돌려 주는 것은 현대판 주검위리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의 우라늄으로 한국이 전력 생산용 핵연료를 제조하는 일은 기술적인 준비 과정이 필요하다. 북한의 핵물질은 주로 금속 우라늄 형태로 돼 있다. 이것을 한국의 우라늄 산화물(UO ) 핵연료 제조기술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 한국의 핵연료 제조 환경에 맞추려면 금속 우라늄을 우라늄 산화물로 변환해야 하고, 또 고농축우라늄을 희석해서 산업용 저농축우라늄으로 변환해야 하는 어려움이 따른다. 그렇지만 한국은 이러한 기술적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하고 있다.

우리 국민은 북한 비핵화의 성공을 바라고 있다. 비핵화를 넘어 한반도 평화 정착과 남북한 공동 번영의 소망을 품게 됐다. 북한 비핵화 과정에서 그들의 핵물질을 단순히 없애는 데 그치지 않고 그것을 한국에서 핵연료로 만들어 전력을 생산하고 이를 다시 북한에 보내 경제 개발에 사용할 수 있다면, 이것이야말로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향한 장정에 중대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 북한 핵물질이 환골탈태하여 전력으로 변신하는 멋진 상상이 북한 비핵화 과정에서 현실화되기를 고대한다.

송근우 한국원자력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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